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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해 Nov 14. 2022

수익 먼저 생각하라

Profit First

우리를 포함한 많은 스타트업의 사업 운영 방식은, 당장의 현금 창출 능력이 떨어지거나 이익이 남지 않아도 Mass Market에서 유의미한 볼륨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었다. 실제로 쿠팡은 무려 8년 만에 첫 흑자로 1,000억 이익을 냈다.

우리 회사는 볼륨을 공격적으로 키우는 블리츠 스케일링보다는 기본적인 캐시 플로우를 만드는 것을 우선해왔다. 높은 IRR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관점에서 달가운 방식은 아니었던 것을 알면서도, 당시에는 필요하다 생각했고, 코로나 환경에서도 살아 남아 또 다른 기회를 잡게 해 준 1등 공신임은 분명하다. 


2021년을 시작할 때에도 '작년처럼 살면 안 된다.'라고 생각했는데, 2022년 초에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의 여파는 아직 가시지 않았고, 회사의 잔고는 조금씩 줄고 있었다. 우리 회사는 가지고 있는 현금에 비해 Burn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런웨이는 꽤 긴 편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올해는 정말로 다른 기조로 회사를 운영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우리 스스로 정한 특정 지점에 도달하기도 했었고, 코로나가 장기화되는 외부 환경, 투자 유치가 어려워질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 모든 것이 혼재되어 있었다. 핸들을 좀 더 확실하게 꺾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시기에 알게 된 분이 있다.


투자자로 먼저 수백억 대 자산가로 성공하신 후에, 이익 기반으로 회사를 탄탄하게 쌓아 올리고 있는 A 대표님을 만나게 되었다. 내가 실무와 채용 관련 조언을 해드리기 위해 만난 자리였는데, 공동 창업자이신 B 팀장님도 함께 나오셨다. 그런데 외부 투자금을 레버리지 삼아 사업을 키우는 이 방식을 이해를 못 하셨다. 부정적이었다기보다는, 애초에 사고방식이 달라 처음에 이해하시기 어려운 듯한 인상을 받았다.

두 분은 워낙 보수적인 성향으로 투자를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현금 흐름과 손실 회피에 대한 기준이 높으셨고, 스타트업 방식의 사업 운영, 그리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PER을 보며 사뭇 놀라신 것 같았다.


나는 반대로 두 분이 현금 창출을 최고의 가치로 보고 Profit 기반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랜만에 묘한 희열을 느꼈다. 

어떤 회사가 외부 자금 조달을 몇 백억, 몇 천억 하는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고, 스타트업 씬에서는 80억 투자받아서 영업손실 70억 내는 회사는 양반인 환경이다. 그런데 외주 사업이나 상품 판매가 아닌 서비스만으로 100억대의 매출과 약간의 이익까지 내는 것을 보며 두 분이 대단하다 느꼈다. 


물론 어느 회사나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선사하고자 하는 목표는 동일하고, 어떤 방식의 운영이든 대표님들의 열정과 똑똑함은 빛나고 존경스럽다.

지금 글을 쓰면서 찍은 사진 ㅋㅋ 신혼 여행 때 이 책을 읽었다.

대표님과 몇 차례 만나면서 나도 고민을 나누고, 책도 추천받았다. <수익 먼저 생각하라>라는 책이었다. 제목 그대로 회사를 (매출이 아닌) 이익 기반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실용적으로 제안하는 책이다. 연초부터 이미 하고 있던 고민인데다 실행하던 프로젝트도 있었는데 책이 고민을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수익 먼저 생각하라. 성장이 중요한 스타트업에게도 해당되는 말일까? 

우리가 살아가다 보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는' 일이 빈번하듯이, 과거 언젠가에는 다르게 평가받았을 문장이다. 반면에 지금은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수익 먼저 생각하라고.


많은 스타트업이 정리해고를 한다는 소식, 매각한다는 소식, 폐업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2011~2016년 스타트업 호황기에 나온 수많은 회사들의 운명이 이제는 정말 갈리는 듯하다. 이미 큰 기업으로 성장하여 궤도에 올랐거나, 나름대로 알차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들이 있다. 반면 몸집은 불어났지만 후속 투자나 자금 조달에 문제가 있어 미래가 불투명한 회사도 있다. 


Profit First 할 때이다.

우리 모두가 견고히 살아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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