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돈도니 Aug 12. 2024

나는 무한히 나이고 싶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사이버 펑크 장르를 좋아했다. 그런 내가 왜 최근에야 1) 공각기동대를 봤는지는 의문이다. 중학생 때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해 에반게리온(Neon Genesis Evangelion, 1995-1996)을 몇 번이나 보고, 고등학생 때는 야자를 하고 달려와 건담 시드(Mobile Suit Gundam SEED, 2002-2003)와 건담 시드 데스티니(Mobile Suit Gundam SEED DESTINY,2004-2005)를 보는 게 낙이었다. 에반게리온과 건담을 좋아했다니 메카닉물을 좋아하는 게 아니냐고 묻는다면 글쎄. 그러기엔 아키라(Akira, 1988), 블랙미러(Black Mirror, 2011-), 디스트릭트 9(District9, 2009)그리고 2) 매트릭스도 재미있게 봤다.


사이버 펑크는 과학 기술이 고도로 발전된 사회를 작품의 배경으로 하며,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다음은 사이버 펑크물의 특징 몇 가지.


1. 디스토피아적 세계관

극도로 발전된 과학 기술이 되려 인간 문명을 파괴하는 것을 배경으로 한다. 많은 사이버 펑크물들의 세계관이 디스토피아적이며, 이 세계관의 극단에 있는 아포칼립스는 인류 멸망 이후를 배경으로 한다. 대부분의 블랙미러 시리즈들이 디스토피아적이며, 매드맥스는 아포칼립스적 세계관을 보여준다.


2. 미장센

좌 공각기동대. 우 블래이드 러너 2049(Blade Runner 2049, 2017)

사이버 펑크물만의 특징적인 미학과 분위기 즉, 미장센이  있다. 어두운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화려한 네온사인, 빌딩숲과 복잡한 도시 구조물 그리고 그 사이로 내리는 비.


3. 가상현실과 현실의 경계

이런 장르물에는 과학 기술을 이용해 가상현실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하다. 매트릭스 속 네오는 매트릭스와 현실 세계를 넘나 든다.  


4. 휴머노이드

영화 공각기동대 속 인형사. 인형사는 인간인가 기계인가

이제 과학 기술은 인간과 한 몸이 된다. 공각기동대의 모토코와 인형사는 인간일까 아니면 기계일까. 혹은 얼마까지 기계화된 인간을 인간이라 할 수 있을까. 그런 휴머노이드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5. 나는 누구인가

인형사와 모토코. 인간이기에 우린 이 질문을 피할 수 없다.

주인공들은 반체제와 싸우며 이런 질문을 한다. 나는 누구인가.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을 사는 우리가 잊은 그 질문 말이다.


내가 나라고 인식하고 있던 정보들이 나라는 사람의 자아 정체성을 확립한다. 영화의 초반부를 보면 아내에게 일방적으로 이혼통보를 받은 청소부가 나온다. 그러나 이는 청소부의 뇌가 해킹당해 자신이 유부남이라는 기억이 심어졌을 뿐 실은 독신남이다. 우리가 나라고 인식하는 그 수많은 기억들도 결국엔 신경의 전기, 화학적 신호일뿐이고 그 신호가 변형되면 나라는 자아도 달라지는 거다. 나라는 사람은 내 과거의 산물이지만 지금 이 순간 내가 새롭게 코딩할 수 있다. 모코토는 인형사와 융합을 통해 새로운 인간이 되고, 청소부는 해킹에 의해서 새로운 자아를 갖게 된 것처럼. 우리는 매 순간 새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영화 매트릭스에서도 모든 것은 선택의 문제라고 말한다. 사르트르는 우리의 인생을 B(birth, 탄생)와 D(death, 죽음) 사이의 C(choice, 선택)로 정의하며, 우리의 존재는 매 순간 스스로 선택하고 정의해 나가는 과정에서 실존하게 된다고 했다. 우리의 연속적인 질문은 우리의 존재를 즉자로서 멈추지 않고 대자로서 실존하게 한다. 실존은 본질에 앞서니까. 나의 실존은 매 순간 내가 새롭게 정의하며, 무엇으로 정의 내릴지는 내가 선택한다.

나는 나비의 꿈이 아닐까

영화 매트릭스를 보면 매트릭스 세상 속 인물들은 3) 스미스에 의해 흡수됨으로써 스미스들이 무한히 증식한다. 우리는 극도로 파편화된 세상에 살고 있지만, SNS 정보가 흡수된 개인은 무한한 스미스가 되어 개인척하는 대중이 된다. 그러나 내 4) 고스트는 스미스화 된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나비인 내가 장자의 꿈을 꾸는 게 아닐까. 모든 건 덧없지만, 내 날갯짓이 꽃가루를 옮기기도 하고 태풍을 몰아치게도 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봄날의 작은 날갯짓이고, 그게 운 좋게 다음 꽃을 맺게 하면 그만이지 않을까.


1) 공각기동대 :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다양하게 제작되었다. 내가 본 건 95년도 작품, Gost in the Shell
1. 공각기동대 (Ghost in the Shell, 1995)
2. 공각기동대: 이노센스 (Ghost in the Shell 2: Innocence, 2004)
3. 공각기동대: Stand Alone Complex (Ghost in the Shell: Stand Alone Complex, 2002-2003)
4. 공각기동대: Stand Alone Complex 2nd GIG (2004-2005)
5. 공각기동대: Solid State Society (Ghost in the Shell: Stand Alone Complex - Solid State Society, 2006)
6. 공각기동대 ARISE (Ghost in the Shell: Arise, 2013-2014)
7. 공각기동대: SAC_2045 (Ghost in the Shell: SAC_2045, 2020)
2)매트릭스 : 총 네 개의 시리즈로 구성. 매트릭스 (The Matrix, 1999), 매트릭스 리로디드 (The Matrix Reloaded, 2003), 매트릭스 레볼루션 (The Matrix Revolutions, 2003), 매트릭스 리저렉션 (The Matrix Resurrections, 2021)
3) 스미스 : 영화 매트릭스에서 매트릭스 속에 존재하는 악당. 매트릭스 내의 다른 인물들에 흡수해 자신을 무한히 증식한다.
4) 고스트 : 영화 공각기동대에서 자아라는 개념.
작가의 이전글 엉망진창 여행과 친절한 세상(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