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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도니 Aug 06. 2024

엉망진창 여행과 친절한 세상(2)

2. 친절한 세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도쿄 여행은 환상적이었다. 실은 완벽했다! 비행기 연착과 돈 줄 생각을 안 하는 atm 따위가 내 여행을 망칠쏘냐. 그 자잘한 에피소드들은 여행을 풍성하게 하고, 추억거리를 만들고 영육을 (꼭 육체를 말해야 한다. 3kg이 쪘으니까! ) 살찌게 했다.



1. 메짜 스이네(“めっちゃすいね”)  


아리가또우고자이마스 일본인 회사원

나리타 공항에서 두 시간, 공항에서 호텔까지 한 시간 반. 빨래 건조기에서 갓 나온 것 같은 몸을 끌고 숙소에 도착했다. 11시가 넘은 시각, 도쿄에서 여행이 막 시작됐는데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잖아? 나는 현금, 그 빌어먹을 나리타 공항에서 뽑은 현금 천 엔을 들고 객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근처 편의점에서 타마고산와 아사히 드라이를 사서 시바공원을 갔다. 공원의 입구부터 불을 밝히고 있는 도쿄타워. 에펠탑보다는 작지만 그래서 더 친근감 있고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매미 소리는 너무 운치 있잖아? 벤치에 앉아서 아사히 드라이를 한 모금 마시고, 인증샷을 찍을 겸 도쿄타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데 회사원으로 보이는 (도쿄의 회사원들은 어째서 정장 바지에 셔츠 차림일까? 한국에서 그렇게 다니는 사람은 몰몬교인이거나 대학병원 인턴 밖에 없다구) 남자가 나를 보더니 “메짜 스이네”라고 말하며 지나갔다.


메짜 스이네? 음.. 무슨 말이지? 똑또기야 방금 일본인이 무슨 말 한 건지 알려줄래? 나는 챗지피티로 방금 말을 물어봤다. 음, 진짜 멋지다고? 아라가또우 회사원! 재미있는 여행이 될 거 같다. 매미소리는 경쾌하고, 맥주는 시원하고 눈앞의 도쿄타워는 앙증맞게 빨간 불빛을 반짝였다.



2. 좋은 숙소가 좋다

( Hotel 1899 Tokyo, 6 Chome-4 Shinbashi, Minato City, Tokyo 105-0004 일본)


출국 전 날에 숙소를 정하기는 했어도 나름 고르는 기준은 있었다.

1. 도쿄타워가 가깝거나 보이는가.

2. 숙소는 안락한가.

3. 가고 싶은 여행지와 가까운가.

체크인할 때 찍는 걸 깜박하고 체크아웃할 때 찍은 객실. 창문 위로 보이는 암막이 보인다. 비품이 넘 좋아서 챙겨왔다.

근데 3. 을 못 정해서 그냥 도쿄타워 근처의 숙소를 얼레벌레 예약했다. 막상 케리어를 끌고 올라오니, 이게 3성급 호텔이라구요? 객실은 넓고 (물론 넓은 방을 예약했다.), 에어컨은 냄새가 안 났고, 객실 비품은 훌륭했다. 차(tea)에 특화된 호텔이라 차와 간단한 다과도 준비되어 있다. 무엇보다 화장실, 화장실이 너무 좋았다. 욕조와 샤워부스가 둘 다 있는데 수압도 나이스. 그리고 사실 이게 어떤 원리인 줄은 모르겠는데 (뭐 수도꼭지 안에 지니라도 사는 건지) 냉온수 변경이 레버 위치를 바꾸는 것과 동시에 바뀌었다. 매직! 그렇게 도쿄타워를 보고 온 밤, 호텔 비품으로 있던 입욕제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호텔 1899, 마차와 차가운 녹차를 각각 한 잔씩 주문했다.

호텔 리셉션 데스크 뒤편으로는 차 마시는 공간이 있어서 투숙객들에게 오전(7:00-9:00)과 오후(3:00-10:00) 무료로 마차와 녹차를 준비해 준다. 카운터 테이블에 앉아서 마차를 정성스럽게 만드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 중 하나. 마차는 비린맛이 없고 쌉싸름한 맛이 담백한 맛과 조화롭다. 녹차는 신맛이 적은 편. 무엇보다 맛집이 가까워서 대만족.



3. 맛있는 도쿄


도쿄로 오기 전 꼭 먹고 가야지 했던 것 세 가지 ; 수프식 카레, 라멘, 돈가스, 케이크 그리고 커피! 나는야 (인천공항에서부터 먹보 커밍 아웃을 한 자. 여기에 내 먹부림 리스트가 있다.


1. 니혼바시 돈가츠 하지메

(일본 〒103-0022 Tokyo, Chuo City, Nihonbashimuromachi, 1 Chome139 池田ビル 1F)

사토브리앙 정식, 3280엔

11시 오픈인데 지하철 티켓 발권 때문에(1. 엉망진창 여행 편 6. 일본 발권기는 아무 티켓을 주지 않아 참고) 지체돼서 11시 반에 도착. 문 열기 전부터 서있는 사람들에 나도 합류. 음식은 빨리 나오고 무엇보다 맛있다. 안 느끼해. 맛있어. 왜냐면 난 돼지고기를 잘 먹으니까.


2. HARBS

(4階 Atre Ebis Main Building, 1 Chome-5-5 Ebisuminami, Shibuya City, Tokyo 150-0022 일본)

밀크레이프 케이크와 아쌈티. 각각 980엔, 700엔

유튜버 뉴욕세끼님이 극찬한 크레이프 케이크. 아쌈티랑 같이 먹었다. 옆자리 사람들 케이크를 앞에 두고 대화하던데, 이걸 앞에 두고 이야기를 한다고? 이걸 참아? 입에서 녹는다.


3. 수프카레 SAMA

(일본 〒150-0001 Tokyo, Shibuya City, Jingumae, 1 Chome85 メナー神宮前 2F)

鶏軟骨とチーズの彩り野菜カリー (닭 연골과 치즈의 색채 야채 카레) 코코넛베이스, 안 맵게 1730엔, 코코넛 베이스 120엔

채소가 많고 수프는 맛있고 무엇보다 안에 병아리콩 같이 생긴 닭의 연골이 씹힌다. 그 외에도 한국에서 보기 힘든 오크라(사진에서 초록색) 들어 있어서 식감이 다채로운 편. 음식을 기다리며 방명록을 보는 것도 꿀잼이다.


4. 후글렌 도쿄 시부야

(1 Chome-16-11 Tomigaya, Shibuya City, Tokyo 151-0063 일본)

샤케라또 580엔. 진짜 저 분들 빵먹는 내내 오이시이-했다

후글렌이 서울에 오픈한다는데 그래도 온 김에 갔다. 가게는 작고 아늑하다. 즉, 테이블이 부족해. 한국인답게 빈자리에 가방 던져놓고 얼른 샤케라또 한 잔을 주문했다. (참고로 술도 판다.) 산미가 있는데 어째서 풍성하고 뒷맛이 깔끔하게 떨어질까. 같은 테이블에 일본인들이 크로와상과 뭔가를 먹었는데 연신 오이시이-했으니, 가서 빵도 드셔보시길!


5. 멘야 스고

(4 Chome-19-1 Shinbashi, Minato City, Tokyo 105-0004 일본)

츠케멘 1400엔. 자판기에서 젤 비싼거 누르면 된다.

숙소에서 가까운 츠케멘집. 웨이팅 1시간 반. 기다리는 시간이 절대 안 아깝다. 여기가 자판기로 음식 주문을 받는데, 당시 수중에 있던 건 만 엔 한 장. 우여곡절 끝에 바꿔서 주문했다. 가게 내부는 카운터 좌석 5개가 전부라 협소하지만, 음식은 곧 나온다. 면은 파스타로 치면 안단테보다 살짝 더 익힌 정도인데 탱탱하고 식감이 좋다. 3종류의 챠슈를 수프 같이 걸쭉한 국물에 찍어서 먹고, 반숙란을 반으로 쪼개서 국물이랑 먹고, 면을 국물에 담가서 먹고… 국물, 국물, 궁물! 오랜 시간 끓여서 만든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는 묵직한 맛이 난다. 남은 국으로 수프와리까지 먹으면 아름다운 마무리.


6. Le Pain Quotidien

(3 Chome-3-1 Shibakoen, Minato City, Tokyo 105-8560 일본)

브런치 2450엔 (크루아상, 따뜻한 커피, 샤퀴테리로 연어)

도쿄타워 근처의 베이커리 카페. 출국 비행기 놓칠까봐 조마조마했지만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심정으로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썼다. (그러다 진짜 어떻게든 해결이 되어버렸지만. 물론 조마조마할 필요도 없었고. ) 혼자라 그런지 운 좋게 도쿄타워가 보이는 자리에 착석. 크로와상은 버터 풍미가 좋고 결이 살아 있는 편이다. 다른 빵 두 개는 밀도가 높은 편인데 수란을 터트려서 올리브 오일과 먹거나, 샤퀴테리와 먹으니 좋았다. 양이 많은 편이라 다 못 먹겠으면 크로와상부터 먹는 걸 추천. 물론 나는 다 먹었지. 커피는 묵직하긴 해도 음식과 조화롭다.



4. 친절함을 세상에 더하자


일상으로 돌아와 일에 치이면서 다시 한번 여행 중 느꼈던 친절함과 감사함을 생각해 본다. 시간을 되돌려 멘야 스고에서 웨이팅하던 때부터 시작해 볼까.


1. 뒷골목의 천사

만 엔짜리 한 장을 들고 한 시간 삼십 분째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웬걸 구글맵을 보는데 벤딩 머신으로만 주문받는다네. (상식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애당초 만 엔을 자판기에 밀어 넣어보는 짓 따윈 안 하고 깔끔하게 절망했다. 한편으로 어떻게든 되겠지 하면서) 식당에서 직원이 나와서 줄을 정리하길래, 만 엔을 들고 “체인지 스몰 유닛!”이라 말했다. 그녀는 오케이 했고 나는 안도했는데 가게로 들어간 그녀는 다시 나올 생각을 안 했다. 어? 이제 나 주문해야 하는데?? 그렇게 한 손에 만 엔을 쥐고 있자니 뒤에 줄 선 남자가 자기가 바꿔줄 수 있겠다고 했다. 응? 이게 한국으로 치면 5만원짜리 두 장을 만 원짜리 열 장으로 바꾸는 건데, 그렇게 현금을 두툼히 들고 있다고? 남자는 지퍼백에서, 진짜 거짓말 안 하고 지갑이 아닌 지퍼백을 열더니 빳빳한 천 엔짜리 열 장을 꺼냈다. 세상에 그는 도쿄의 뒷골목 천사가 아닌가. 나는 그 엔젤 덕에 자판기로 주문하고 라멘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2. 핸섬 역무원

비행기의 연착을 개찰구를 지나서 확인했다고 말했나? 나는 다이몬역의 의자에 앉아 1420엔짜리 구멍이 뚫린 승차권을 쥐고서 고민했다. 나리타에 일찍 가서 쇼핑이나 할까 했지만, 실은 도쿄에 와서 도무지 쇼핑할 생각이 안 들었다. 나름 쇼핑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쇼핑도 나를 사랑하고 뭐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도쿄에서 쇼핑은 안 내켰다. 빈티지 가게, 돈키호테 그리고 오모테 산도 힐즈를 봐도. 돌이켜보면 인천 국제공항 면세점에서도 딱히 뭘 사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으니. 그럼 어디서 두 시간을 보낸담. 보자보자. 구글맵을 켜고 보니 가까운 곳에 롯폰기 츠타야 서점이 있고, 근처에 다른 서점이 하나 더 있었다. 좋아, 롯폰기 너로 정했다. 잠시만 그전에 먼저 승차권부터 어떻게 해보자. 나는 역내에 역무원에게 “티켓 잘 못 샀어요. 비행기 연착 된 거 막 알았어요. 티켓 환불 해주실 수 있나요? “라 물었다. 물론 지난번에 뺀지로 거절당할 용기를 안고서. 웬걸 역무원은 티켓 발권시각을 확인하고 잠시 고민하더니 빳빳한 천 엔짜리 (이번에도 빳빳한 천 엔 짜리였다!)와 동전을 주며 저기로 가서 티켓을 사라고 말해줬다! 와우 고마워요. 당신은 내게 돈을 줬고, 승차권을 사야 할 위치도 알려줬어요. 아리가또우 핸섬 (마스크를 썼지만 필시 핸섬일 거야) 역무원.


3. 한국어를 하는 한국인 항공사 직원

그리고 시간은 흘러 바보짓의 마지막 인천행 비행기 타기가 남았다. 나는 케리어를 끌면서 아니 거의 들다시피 해서 J구역의 항공사로 갔다. 항공사 직원 한분이 일어서려는 찰나 “잠시만요, 아직 안 끝났잖아요!” “저희 마감했는데” “저 이미 체크인도 했어요.” “그래요. 잠시만요 컴퓨터 좀 켤게요.” 직원은 컴퓨터를 켜고 내 짐을 부쳐주고 출국장을 가리켰다. “뛰세요.” 세상에 이 정도면 나는 그냥 러닝화를 신고 다니는 게 맞는 거 같은데. 출국장을 빠져나와서 게이트에서 줄을 섰는데 아까 짐을 부쳐 주신 직원분을 만났다. ”무사히 도착했네요. “ 네 덕분에요. 감사합니다. 한국어가 되니까 좋네요. 여행은 이런 감사함들의 연속이었다.



5. 도시를 즐기는 법, 러닝


도쿄와 홍콩에서의 러닝

러닝이야말로 도시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법이 아닐까. 그렇게 두 발로 심장이 터지게 뛰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도시와 사랑에 빠진다. 나는 2박 이상의 여행이 예정되면 운동화와 운동복을 챙긴다. 일전에 홍콩 여행을 갈 때도 그랬고, 부모님 뵈러 부산에 갈 때도. 이번에도 운동화를 챙기며 어디든지 뛰어야지 하는 심정으로 도쿄에 왔다. 그렇게 해서 달린 곳은 신주쿠 교엔. 31도에 육박하는 더위 속에서 뛰다가 잠시 멈추면, 나는 모네의 수련 속 정원에 있었다.

신주쿠 교엔


6. 아름다운 풍경은 어디에나 있는 게 아닐까


a. 신주쿠 교엔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 b. 빛 과 물 그리고 도시

a. 신주쿠 교엔에 일본식 정원 말고도 멋진 정원이 많다. 거기에 누어서 쉬고 있는 사람들. 평화로운 주말의 저녁을 즐기고 있다. b. 인상파 그림 같은 순간

c. 골목길 풍경.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나는 비행기 d. 다이칸 초우 티사이트의 조형물.

c. 소리가 나는 곳을 올려다봤다.  d. 담을 넘고 있는 거대한 강아지. 근처에는 반려동물 물품 샵이 있다.

e. 식당을 찾으며 배회하다 발견한 양배추 더미들 f. 러닝하는 사람들

e.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귀엽다. f. 일본인들은 왜 한낮에 러닝 할까. 이때 한 낮기온이 34도씨는 됐을 건데.



7. 경제적인 여행


항공권과 숙박료
4만 5천엔 환전해서 만엔 남음

돈이 이야기가 빠지면 섭섭하지. 그래 그렇게 막무가내로 비행기표 끊고 호텔도 예약하셨겠다! 과연 얼마나 썼을까. 놀랍게도 187만원. 호텔과 항공권에 150만원을 쓴 걸 제외하면 37만원을 쓴 셈. 여기엔 출발 전에 산 자외선 차단 스틱, 유심비 그리고 돌아올 때 인천공항에서 탄 공항 셔틀을 다 포함한 비용이다.

닥터하우쉬카의 브루코뉴 코롱, 마스크시트, 린코 카우치의 사진집

물론 쇼핑도 했다. lost and found에서 산 향수(닥터 하우쉬카의 브루고뉴), 출국날 롯폰기 분키츠 서점에서 산 화보집(as it is-Rinko kawauchi) 그리고 나리타 공항에서 동전 털려고 산 마스크 시트. 저 코롱은 아주 잘 쓰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도쿄의 냄새라면 이런 느낌. 단독 착향시 지속력과 발향이 약해서 푸에기아의 페로제이와 레이어드 해서 쓴다. 사진집은 작가 자녀의 성장과 주위 환경을 담고 있다. 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햇살 좋은 날 잘 마른 흰색 수건 같이 폭삭하고 기분 좋다. 마스크 시트는 그냥 마스크 시트.



8. 좋은 여행은 좋은 음악과


Hakujitsu-King Gnu

나는 여행 중엔 한 곡만 듣는다. 이번 도쿄를 여행하며 들었던 곡은  Hakujitsu-King Gnu (https://youtu.be/rjiyzxCzzjc?si=L2IVG5Oepsuo-sUq)​ ​가늠조차 안 되는 마음의 상처를 읊조리는 가사를 들으며 도쿄를 헤맸다.

love nwantiti - Ckay

지난번 홍콩 여행에서 듣던 노래는 love nwantiti - Ckay (https://youtu.be/D-YDEyuDxWU?si=lqHupHo5TlBaZGjw)​ ​트램의 2층에 앉아 야경을 보며 들었던 곡이다.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홍콩의 후덥지근한 바다 바람과, 네온사인이 생생하다.



9. 영감과 위로가 있는 시간


이번 여행은 그 어느 때보다 영감과 위로가 되는 시간이었다. 하루 일정을 끝내고 돌아와 욕조에 물을 받아 놓고 몸을 데우면서 그날 하루를 되돌아봤다. 내가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우울했던 그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변하고 도쿄는 뜨겁고 사람들은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


시트콤 같은 여행이었다. 나는 여행 레벨로 치면 튜토리얼부터 해야 하는 수준일 거다. 그럼에도 이런 나를 하드 케리하는 지구상의 보이는 손 덕분에 감히 행복한 여행자라 말하고 싶다. 맛있는 차를 대접하던 정갈한 호테리어, 돈을 바꿔 줬던 뒷골목의 천사, 승차권을 환불해 주고 역을 알려준 핸섬 역무원 그리고 지각생을 받아준 항공사 직원까지. 그렇지, 내가 도쿄 여행 중에 먹었던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준 분들도 까먹으면 안 된다.


당신들이 베푼 다정함과 친절함은 제 마음을 따뜻하게 했습니다. 뉴스는 연일 세상이 얼마나 차가운지를 말하기만 하는데 말이죠. 틀린 말은 아닐 겁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세상의 냉혹함에 눈물을 흘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저는 뉴스에 보도되지 않는 작고 따뜻한 것들의 의미가 뉴스에 나오는 그 냉혹함의 의미보다 작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장소가 당신들이 친절했던 그곳이었지요? 당신들이 베푼 다정함을 다시 사회에 돌려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모쪼록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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