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윤리 융합 수업 에세이
인간과 기계, 그리고 인공지능의 차이를 다룬 수업을 지나며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을 아는 것을 넘어,
그 기술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묻는 시간 말이다.
사실 윤리적·도덕적 고민을 수업에서 꺼내는 일은 늘 조심스럽다.
토론이 시작되면 쉽게 과열되는 아이들을 여러 번 봐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속으로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선뜻 시도하지 못했던 영역이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에
윤리 의식과 법 체계가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을 떠올리면
기술 속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
이 질문을 더 이상 미룰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히려 기대가 생겼다.
이번에는 제대로 고민해볼 수 있겠다는.
수업은 딜레마 상황을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정답이 없는 선택지 앞에서
아이들은 각자 결정을 내리고,
그 선택의 이유를 발표로 공유했다.
걱정했던 것처럼
감정이 앞서는 순간도 있었다.
핏대를 세우듯 자신의 의견을 밀어붙이는 아이도 있었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생각보다 차분하게 유지되었다.
발표 기회를 얻지 못한 아이들은
활동지에 글로 자신의 생각을 적었다.
말하지 못한 생각이
문장으로 이어지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의견을 충분히 나눈 뒤에야
비로소 이 선택들이
도덕성 발달 단계에 따라 다르게 설명될 수 있고,
철학적으로도 서로 다른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공리주의와 의무론,
각 도덕 발달 단계의 특징을 배우며
아이들은 다시 자신의 선택을 돌아보았다.
무엇이 옳은가를 주장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왜 나는 그렇게 생각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의견을 말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생각의 근거를 찾는 시간.
그 전환이 이 수업의 가장 큰 의미였다고 느꼈다.
이후 활동은
윤리적 판단과 선택을 돕는 앱을 기획하는 것이었다.
단순히 인공지능으로 앱을 만드는 활동이 아니었다.
기획부터 디자인, 컨셉까지
아이들이 하나하나 설계해야 했다.
앱의 이름과 슬로건을 정하게 한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앱의 방향과 취지를
명확히 인식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였다.
UX와 UI를 고려한 화면을
캔바나 나노바나나로 먼저 구현하고,
그 이미지를 인공지능에 제공해
실제 실행 가능한 형태로 발전시켰다.
각 선택지에는
해설과 질문이 함께 붙었다.
이 앱의 목적은
‘정답을 고르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어떤 결정을 내리기까지
어떤 고민을 거쳐야 하는지를
다시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아이들 스스로가 겪었던
윤리적·도덕적 사고 과정을
다른 사람도 따라가 보게 만드는 것.
그게 최종 목표였다.
그래서 마지막 단계는
그 모든 과정을 담은 최종 프롬프트 작성이었다.
이 프롬프트에 따라
인공지능이 앱을 개발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도
“여기가 가장 중요한 설계 단계”라는 점이 강조되었다.
코딩을 조금만 경험해본 나로서도
이 과정을 지켜보며 느꼈다.
코딩을 인공지능이 대신해주더라도
생각해야 할 요소는 오히려 더 많아진다는 것을.
무엇을 만들 것인지,
왜 그렇게 설계했는지,
어떤 경험을 하게 만들고 싶은지.
기술 이전에
사고의 밀도가 먼저 요구되었다.
기술은 중립적일지 몰라도
그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은
항상 선택의 주체다.
그리고 그 선택을 연습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이른 시기부터 필요하다.
아이들이
기술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는 동시에,
그 기술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가기를 바란다.
아마 그 질문은
앞으로 더 자주, 더 깊게
우리 앞에 놓이게 될 것이다.
빛나는틈 | shine_between
틈 사이에서 빛나는 생각들을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