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의 확장, AI로 소설을 느끼다

AI-인문 융합 수업 에세이

by 빛나는 틈


소설을 읽는다는 건
타인의 마음속으로 잠시 들어가는 일이다.
그 사람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그의 감정으로 하루를 살아보는 일이다.


이번 수업에서 아이들은 그 ‘잠시’를 AI를 통해 경험했다.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의 주인공,
바흠이 되어 대화하는 수업이었다.


아이들은 먼저 소설을 읽고
바흠에게 묻고 싶은 질문을 세 가지씩 적었다.
“왜 그만큼의 땅이 필요했어요?”

“다시 기회가 온다면 같은 선택을 하시겠어요?”
“그때의 후회는 정말 늦게 찾아왔나요?”


그리고 AI에 이렇게 입력했다.
“너는 지금 소설 속 바흠이야.
너의 욕망과 후회를 숨기지 말고,
아이들의 질문에 솔직하게 답해줘.”


화면 속 바흠은 아이들의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다.
“그땐 그게 행복이라고 믿었지.”
“남들이 가진 걸 부러워하느라 내 하루를 잃었어.”
대화창의 짧은 문장들이 고요하게 번졌다.
아이들은 마치 소설 속 인물과 직접 대화하는 듯한 경험을 했다.


수업의 활동지는 단순한 질문지가 아니었다.
AI와의 대화에서 생긴 생각을 정리하고,
자신의 선택과 삶의 태도를 성찰하는 공간이었다.


아이들은 유튜브 채팅으로 활동지를 대신했다.
“저라면 조금만 걷고 멈췄을 것 같아요.”
“바흠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너무 외로웠을 것 같아요.”
채팅창에는 실시간으로 감상과 생각이 올라왔다.


진행자는 채팅을 읽으며 라이브 방송을 이어갔다.
아이들의 채팅에 더해진 진행자의 한마디 한마디에 따라
수업의 흐름은 전혀 다르게 흘렀다.
그만큼 진행자의 언어와 태도가 수업의 깊이를 결정지었다.


수업을 마치고 생각했다,
AI는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교사이자 거울이 될 수 있겠구나.
하지만 동시에 그 거울을 어떻게 비춰주느냐는
결국 사람의 역량에 달려 있구나.


AI는 감정이 없지만,
아이들의 감정이 그 안에서 반사되어 나온다.
그 반사된 감정을 어떻게 받아줄 것인가,
그것이 교사이자 진행자의 역할이었다.


이번 수업은 분명 호불호가 있었다.
그러나 그만큼 배움의 형태가 다양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AI가 만든 대화 속에서
아이들은 문학의 인물을 타자로서가 아니라 ‘나처럼’ 이해하기 시작했다.


문학은 여전히 인간의 언어로 쓰이지만,
그 언어를 다시 살아 숨 쉬게 하는 방법은
이제 인간만의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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