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의 확장, AI로 수학을 이해하다

AI-수학 융합 수업 에세이

by 빛나는 틈

활동지를 받아 들자마자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이것이었다.
‘이게 뭐지?’


이전 수업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system instructions도 없었고,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도 적혀 있지 않았다.
설명도, 안내도 최소한이었다.


당황스러워 질문을 던지자
“그걸 스스로 찾아가는 게 오늘 활동이에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제야 알았다.
오늘 수업의 핵심은
무엇을 배우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묻느냐에 있다는 걸.


나는 결국
주어진 그림을 AI에게 제공하고
이 그림을 통해 원주율을 구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곧바로 돌아온 답은
솔직히 말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들이었다.
그래서 다시 말했다.
“이해하지 못했어요. 더 쉽게 설명해 주세요.”


그러자 AI는
답을 반복하는 대신
한 단계 더 기초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 질문에 하나씩 답하며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에서
몇 번이나 멈춰 섰다.


옆에 계시던 고등 수학 선생님께서
도와주겠다고 하셨지만
이번만큼은 정중히 거절했다.
혼자서 끝까지 가보고 싶었다.


AI는 옆에서
내가 던진 질문에 반응하며
다음 질문을 만들어주었고,
나는 그 질문을 붙잡고
생각하고, 막히고, 다시 물었다.


질문은 사람에게서 나왔고,
질문의 방향을 조정해 준 것은 AI였다.

질문하고,
막히고,
다시 질문하고,
조금씩 이해의 범위를 넓혀갔다.


그리고 마침내
최종 답에 도달했을 때,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정말 오랜만에,
아니 어쩌면 처음으로
수학에서 즐거움을 느낀 순간이었다.


그때 나는
스스로도 놀랄 만큼 몰입해 있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계속해서 질문을 만들고,
답을 검증하고,
다음 단계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몰입은
‘쉽기 때문’이 아니라
이해의 실마리를 스스로 붙잡았을 때 시작된다는 것을.


어떤 분들은
수학은 여전히 대면 수업이 더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느꼈다.

자기주도 학습에서 생기는
‘막힘’과 ‘좌절’을
AI가 대신 해결해 준 것은 아니었지만,
혼자 멈춰 서지 않도록 질문의 사다리를 놓아주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한계도 분명했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AI가 반복적으로 계산 실수를 하기도 했다.
그 점은 분명 아쉬웠다.


아이들의 후기를 들어보아도
“어려웠다”는 말이 가장 많았다.
나 역시 쉬웠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과적 성향이 강한 나에게
수학을
‘외워야 할 과목’이 아니라
탐구해볼 수 있는 대상으로 경험하게 해주었다는 점은 분명했다.


AI는 답을 대신 내주지 않았다.
대신
다시 묻게 만들었고,
한 단계 아래로 내려가게 했으며,
끝까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멈추지 않고 응답하고,
판단하고, 선택한 것은
결국 사람이었다.


수학이 갑자기 좋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수학을 대하는 태도 하나는 분명히 달라졌다.


수학에도
질문이 있고,
탐구가 있고,
몰입이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경험한 날이었다.


그리고 그 경험은
사람과 AI가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함께했기에
가능했다.



빛나는틈 | shine_betw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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