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의 확장, 학생이 설계한 수업

AI-영어 융합 수업 에세이

by 빛나는 틈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갑작스럽게
“가장 고학년 학생에게 수업을 맡겨보면 어떨까?”라는 의견이 나왔다.


사실 이 수업은
애초부터 학생이 수업을 해보는 경험도 만들어주고 싶다는 취지가 있었기에
모두가 비교적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에서는 궁금했다.
과연 어떤 수업을 준비했을까.


그 학생은
‘영단어를 외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고 했다.


이 아이는 이미
TOEFL 동아리를 만들어
아이들의 영어 실력 향상을 꾸준히 돕고 있었다.
여러 아티클을 요약해 보게 하고,
단어 리스트를 정리해 배부하며
영어를 일상처럼 접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AI를 활용해 단어 암기 앱을 직접 만들어
아이들이 실제로 사용하게 했다는 사실이었다.


수업에서 다룰 만한 내용을
이미 자신의 일상 속에서 활용하고 있었던 셈이다.


불편함을 문제로 인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 앱으로 구현해 내는 실행력,
그리고 그것을 혼자만 쓰지 않고
다른 아이들에게까지 나누려는 태도.

그 자체로 충분히 인상적인 배움의 모습이었다.


수업은 곧바로 ‘가르치기’로 들어가지 않았다.
먼저 아이들에게
자신이 평소 어떻게 단어를 공부하는지를 적어보게 했다.


그리고 그 방법의
장점과 단점을 스스로 정리하게 했다.


그다음,
자신의 공부 방법을 AI에 입력해
평가를 받아보도록 했다.


AI의 분석을 통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그럼 나는 어떤 방법이 더 필요할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공부 방법을 비교당하는 대상이 아니라
성찰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된 순간이었다.


이후에는
학년이 겹치지 않도록 여러 아이들을 만나
각자의 공부 방법을 묻는 활동이 이어졌다.

모집단은 작았지만,
학년의 차이를 활용해
학습 방법의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느껴졌다.


아이들은
조사한 방법들 중
자신에게 적용해보고 싶은 방법 하나를 골라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설명했다.


누군가의 공부법이
정답이 아니라
참고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되었다.


그다음 단계는
이렇게 생각해 본 좋은 공부법을
직접 앱으로 만들어보는 것이었다.


여기서도 이 학생은
학습의 선배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아이들이 막히지 않도록
프롬프트를 미리 제공했고,
영어 공부에 꼭 필요한 요소들을
사전에 짚어주었다.


단순히
‘만들어보는 경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쓸 수 있는 앱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수업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이들은
자신이 만든 앱을 실제로 사용해 보았다.


각자가 만든 앱으로 단어를 공부하고,
시험에 통과한 아이들에게
보상을 건네주었다.


보상이 주어지자
아이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모두가 집중했고,
모두가 진지했다.

3시간이 훌쩍 넘는 수업이었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점심시간까지 더 해도 되겠냐고 물었다.


교수자와 학습자 모두가
욕심을 내는 수업.
그 자체로 이상적인 장면이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교사가 진행할 때보다
더 편안하면서도 더 엄격했다.


선후배 관계이기에
기준은 분명했고,
같은 학생이기에
질문과 실패는 자유로웠다.

교사-학생 관계와는 다른,
또래 관계가 만들어내는 학습의 힘
다시 한번 체감하는 시간이었다.


이 수업은
학생이 교사가 되었을 때
무엇이 가능한지를 보여주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많은 자극을 받았다.


가르치는 사람, 교수자는

꼭 교사일 필요는 없다.

학생도 교수자가 될 수 있다.

교사도 학습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옆에서
AI는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고,
실행을 돕는 도구로 함께할 수 있다.



빛나는틈 | shine_between

틈 사이에서 빛나는 생각들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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