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의 확장, 학생이 설계한 수업 2

AI 활용 수업

by 빛나는 틈

지난번 학생 수업 이후,

“저도 수업을 해보고 싶어요.”라는 지원자가 나타났다.
평소에도 적극적인 학생이었기에 놀랍지는 않았지만,
어떤 수업을 준비할지 자연스럽게 기대가 생겼다.


수업 준비 과정을 들으며
방향과 취지가 한 번에 와닿지는 않아
조금의 걱정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평소에도 생각이 많은 아이라
조금 더 풀어내며 고민해 보라고 이야기했다.


수업은 약 4분 분량의 영상으로 시작되었다.
학생들은 영상을 보고
‘이게 어떤 영상인지’ 추측해 보라는 과제를 받았다.


그리고 그 이유를 최대한 자세히 써보게 했다.

각자의 생각을 발표한 뒤에는
조별로 다시 모여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그 생각들을 하나의 결론으로 정리했다.


이후 영상의 뒷부분이 공개되었고
정답을 확인한 뒤에는
자신의 추측이 맞았는지, 틀렸는지에 따라
그 이유를 다시 서술하게 했다.


마지막으로는
“처음부터 답을 맞히려면
어떻게 사고했어야 했을까?”라는 질문을 두고
다시 조별 토론이 이어졌다.


이 모든 과정에 약 두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 수업에서 교수자가 말하고 싶었던 핵심은 분명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창의적인 사고가 가능하다는 메시지였다.


부분만 보고 판단하는 사고의 한계를 경험하게 하고,
전체를 보는 관점의 전환을 이끌어내고 싶었던 것이다.


다만, 그 결론이
학습자에게 충분히 와닿았는지는
솔직히 의문이 남았다.


각 단계가 모두 필요 이상으로 길어졌고,
사고의 흐름이 누적되기보다는
피로가 먼저 쌓이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어진 활동은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웹’을 기획하는 것이었다.
시간은 1시간.


아이들은 먼저 스스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하도록 안내받았다.
기획자의 사고를 촉진시키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학습자 입장에서는
이전 활동과의 연결성이 충분히 느껴지지 않았고,
‘창의성’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곧바로 웹으로 구현하라는 요구가
상당히 어렵게 다가왔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구체적인 프롬프트가 제공되었다는 것이다.
프롬프트 덕분에
아이들은 완전히 길을 잃지는 않을 수 있었다.


이 수업을 보며 느낀 건
준비한 사람의 열정과
학습자가 수용할 수 있는 양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전하고 싶은 내용은 많았고,
준비도 충분히 되어 있었지만
아이들은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시간 역시 제한적이었다.


수업이 끝난 뒤
준비 과정에 대해 물어보니
자료를 찾고,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
인공지능을 활용했다고 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수업 준비 단계에서
AI와 먼저 수업을 시뮬레이션해 보거나,
수업 세팅을 입력해
피드백을 받아봤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유지하면서도
학습자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조정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 수업은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의미는 분명했다.

학생이 수업을 설계하고,
자신의 생각을 구조화해
타인에게 전달해보려 했다는 점에서
이미 충분히 값진 경험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수업이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만큼이나
‘얼마나,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AI는 준비 과정에서도,
수업 현장에서도
사람의 사고를 보완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이 작동하려면
교수자와 학습자 모두에게
유기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이 수업은
그 가능성과 과제를
한꺼번에 보여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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