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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태공 Oct 12. 2023

굿 프렌드

좋은 친구를 얻으려면

살면서 우리는 무수히 많은 인연들을 만난다.

내가 원하는 인연도, 원치 않은 인연도, 의도치 않은 만남도,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인연도 무수히 존재한다.

최근 가정사로 인해 인연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오늘은 우리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아이와 가장 친한 그 아이는 2월생이다.

12월생인 우리 아이와는 꼬박 1년 가까이 차이가 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월생은 학교에 빨리 입학을 했었으니 예전이었으면 언니라고 불렸을 그 아이는

우리와 같은 동, 같은 라인에 살고 있다.


아이들끼리 워낙 친하다 보니, 엄마들이 먼저 친해지고, 아빠들도 같이 친해지게 되어

함께 캠핑도 가고, 나들이도 가고, 일이 있을 때는 아이들을 서로 봐주기도 하며

부모들끼리도 좋은 친구가 되었다.

다행히도 그 집 엄마와 나도 죽이 척척 맞고, 최근 친해진 다른 한 아이의 엄마까지 모여 언니동생하며 매일매일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다.


아이가 학교를 옮기면서 적응력 하나는 걱정할 필요가 없는 아이임에도

엄마의 괜한 오지랖으로 조금은 걱정이 되었었다.

그런데 반편성 날, 그 친구와 우리 아이가 같은 반이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이도 기뻐했고, 엄마들도 기뻤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도 한 달 가까이 지켜본 결과 엄할 땐 엄하게, 아이들과 놀아주실 땐 격 없이 놀아주시고,

학습법이나 생활습관 교정에 관심을 가져 주시는 분이어서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과제로 독서통장을 내주시는 모습을 보고 “됐다!! 이 선생님은 찐이다!!“

쾌재를 불렀다 ㅎㅎㅎㅎ

또 그 학교의 교장선생님도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교장이시라고 이미 소문이 자자하시고,

OOO 선배님과 H초에 계시던 영양 선생님과 나와 친한 주무관님까지 행정실에 계시니, 오히려 9월에 개교하자마자 아이를 전학시킨 건 신의 한 수라며 뿌듯했다.


매일 아침 알아서 일어나 아침을 챙겨 먹고, 씻고 옷을 입고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씩씩하게 인사하고 8시 10분이면 집을 나선다.

출근 준비를 하며 놀이터를 내려다보면 아이들이 하나둘 모인다.

총 다섯 명의 아이들이 깔깔대며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매일매일 즐거운 등굣길을 나선다.

종일 수업을 같이 듣고, 하교도 같이 하고, 숙제부터 하고 노는 예쁜 녀석들이다.


게임하기 전에 책 한 권씩 읽을까?라고 얘기하면

“네 이모~”

입을 모아 대답하며 책을 들고 나와 나란히 누워 책을 보는 예쁜 아이들.

수학 시험 점수를 나란히 25점, 30점을 받아와서

“너넨 이런 것까지 닮았니”라고 나를 웃음 짓게 하는 아이들.


최근 집 앞에 상가가 들어서고, 상가에 태권도, 피아노 등 학원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북쪽 단지로 학원을 보내면서 셔틀 차량 때문에 내내 스트레스를 받았던 나와 아이는

집 앞에 학원이 생기자마자 체험수업을 1회 받고, 바로 등록을 했다.

태권도는 5분 거리에 있고, 피아노는 태권도장 바로 옆 호실이다.

우리 아이가 피아노 1호 등록 고객, 그 친구가 2호 고객, 다른 친구가 3호 고객이다 ㅎㅎㅎㅎㅎㅎㅎ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엄마들도 더욱 끈끈한 사이가 되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두 아이 모두 예의 바르고, 싹싹하다.

그 친구의 엄마들도 그러하다.

언니동생 하며 말을 편하게 하다 보면 사람인 이상 한 번은 실수하기 마련인데

1년 가까이 알아왔지만 한 번도 그런 적 없이, 술을 마셔도 예의를 차리는 나의 친구들.

“언니, 우리 애가 예의 없게 굴거나 잘못한 거 있으면 바로 혼내줘요.”

라며 먼저 말해주는 나의 아이의 친구들의 엄마이자, 나의 친구들.


“우리 애가 걱정이지, OO 이는 너무 잘해서~ 예뻐 죽겠어.”

너스레를 떨면 MSG 섞여있는 거 뻔히 아는데 기분은 좋네~ 라며 웃는 나의 친구들.


내가 쓰는 글의 애독자이기도 한 그 친구들과 인연이 닿은 지 벌써 1년이 되어 간다.

한편으론 아이가 내년에도 이 아이들과 같은 반이 될 수 있을까,

이 좋은 관계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내심 신경이 쓰이곤 했다.


이번 달부터 아이 미술 수업을 보내기로 했다.

옆 아파트단지 홈스쿨로 보내는 곳인데, 먼저 다니고 있던 아이 친구의 후기가 좋아서 같은 곳으로 보내기도 했고, 선생님께 부탁드려 같은 시간대에 배정을 운 좋게 받았다.

아침에 독서모임을 하다 나와보니 잠에서 깬 아이가 숙제를 끝내고 휴대폰 게임을 하고 있다.

“엄마. 나 11시에 나가면 되지?”


오늘은 미술을 같이 가고, 내일은 우리 가족과 함께 그 아이가 온종일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월요일에는 우리 아이 태권도장에서 온종일 레크리에이션 행사가 있어 또 두 녀석이 함께다.


독서모임을 끝내고 스케줄을 마치고 점심시간 맞춰 집에 왔다.

두 녀석이 미술 수업이 끝나고 나란히 우리 집에 왔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뭘 시켜줄까 물으니 두 녀석이 동시에 탕수육이다.

탕수육과 짜장면 한 그릇을 시켜주고 배를 채워놓으니 두 녀석이 책도 보고, 게임도 하고, 밖에 나가 놀다 들어오기도 하고, 하여튼 알아서 잘 논다.

집에 다시 들어와서는 이제부터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며 간식 칼로리를 계산하더니,

안방에서 내 운동매트를 갖고 나와 거실에 깔고는 윗몸일으키기에 푸시업을 한다.


얘들아 대체 뭐 하는 거니

웃음이 터진 엄마는 그만 동영상 촬영 버튼을 참지 못하고 ㅎㅎ

그 상황을 실시간으로 친구 엄마에게 생중계하며 빵 터지는 웃긴 상황이 펼쳐졌다.


헉헉대며 운동을 마친 아이들이 매트 위에 쓰러져서는 이모 살려주세요를 외친다.

귀여운 녀석들.

너네, 그 귀여움 오래오래 간직해 줄래~

놀기 전에 숙제부터 하고, 게임하기 전에 책부터 읽고, 어른에게 예의 바르고,

예쁜 생각, 예쁜 말만 하며 늘 그렇게, 건강하게, 건강한 인연으로 자라 주면 더없이 좋겠다.


내년에는 엄마들과 함께 독서 모임을 하고 싶다. 

우리의 관계가 늘 그렇게 편안하고, 안온하고, 건강한 관계로 튼튼하고 바르게 자라나 주도록

물도 주고, 양분도 주고, 햇볕도 적당히 쏘여 주고, 적당한 그늘도 되어 줘야지.

그러기 위해 나부터 굿 프렌드가 되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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