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 러버의 다이어트법
지긋지긋한 다이어트 여정이 시작됐다.
식단 조금 바꾸고, 운동 좀 하면 되는데 그까이꺼 그게 뭐가 어렵다고 그래?
라는 사람이 있다면 뒤로 가기를 누르기 바란다.
먼저 식단의 어려움이다.
1. 샐러드, 닭가슴살, 달걀, 고구마 등의 식단으로 바꾸었다고 치자.
초반 며칠은 활활 타오르는 다이어트 의지로 그럭저럭 버틸 수 있다.
3일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면 슬슬 내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솟아나는 것만 같은 기분도 나고, 목구멍에선 닭똥 냄새가 진동을 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요즘 과일값과 채솟값은 또 얼마나 비싼가.
먹을 때 들어간 돈보다 뺄 때 들어가는 돈이 열 배는 더 들어간다는 소리가 농담이 아니게 들릴 것이다.
2. 당신이 혼자 살지 않는 경우, 식단을 유지하기는 더 어렵다.
퇴근해서 아이 저녁을 챙겨서 학원에 보내고, 남편 퇴근을 기다렸다가 같이 저녁을 먹는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 밥상, 내 밥상, 남편 밥상. 식구 수대로 밥상을 차려야 한다.
직장인의 경우는 또 어떠한가.
급식, 회사 구내식당은 차치하고, 잦은 회식으로 식단을 오래 유지하기는 더욱 어렵다.
정말 독한 인간들은 회식 자리에 도시락을 가져가서 삼겹살 냄새를 맡으며 닭가슴살과 고구마를 우걱우걱 씹기도 한다지만, 그런 인간들은 강성단이 아니어도 살을 빼고도 남을 위인들이니 패스.
3. 쳐다보기만 해도 살이 훅훅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식단을 꾸역꾸역 유지한다고 치자.
다이어트는 평생의 과제다.
일반식으로 돌아오는 순간, 더 많은 살을 데리고 와 친구 삼자고 한다. 그것을 우리는 “요요”라고 부른다.
그러니 지속 가능하면서도, 내 입이 즐겁고, 몸이 가벼운 식단을 유지하려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4. 저탄고지, 키토제닉, 간헐적 단식 등등은 웬만하면 하지 말고, 원푸드는 쳐다도 보지 마라.
앞서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일반식으로 돌아갔을 때 가장 요요가 덜 올만한 녀석들로 당신의 주린 배를 채워라.
그게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는 지름길이다.
살만 빼고 몸은 아파도 상관없다면, 내 말은 무시해도 된다.
한때 저탄고지를 했던 적이 있었다.
방탄 커피가 퍽 입맛에 맞기도 했고, 고기와 아보카도, 치즈, 달걀, 모든 식재료가 맛있었다.
그러나 10kg 정도를 감량했을 때, 어느 날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아~ 내가 좋아했던 것은 고기가 아니라, 쌈장 바른 고기였고, 삼겹 기름에 구운 김치였으며, 볶음밥이었음을.
어느새 고탄고지로 내 식단은 바뀌어 있었고, 아니나 다를까, 빠진 살은 고스란~히 플러스알파가 붙어 돌아왔다. 그리고 고혈압 전단계를 얻었다.
5. 식단이 이렇게 어렵다 보니, 삼시세끼 잘 챙겨 먹고 운동하면 되는 거 아니냐며 묻는 우리 아빠 같은 사람들이 있다.
아서라. 그런 소리 하지 마라. 그렇게 하면 건강한 돼지가 될 뿐이다.
다년간의 다이어트 경험 덕분에 나에게는 몇 가지의 꿀팁이 생겼다.
바로, 평소 좋아하는 음식을 대체할 수 있는 식단이다.
나는 면 킬러다. 라면, 국수, 가락국수, 쫄면, 파스타, 쌀국수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면과 러브 하는 사이다.
빵과 떡도 좋아했지만 작년에 수술받은 이후로 내 인생에서 “떡”이란 단어는 완전 아웃이 되었고, 요즘은 제빵을 하지 않지만, 작년까지는 노밀가루로 직접 베이킹을 해서 먹으며 헛헛함을 달랬다.
자, 그럼 이제 면은 어떻게 대체했을까?
바로 “두부면”과 미역 국수, 채소면이다.
곤약면은 곤약 성분이 영양가는 하나도 없이 배만 부르게 하는 식품이라 나는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소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특히나 곤약 제품은 저~~ 얼대 금물이다.
1. 미역국수는 비빔국수와 메밀국수 대용으로 아주 좋은 제품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식감도 오도독 씹히는 맛이 꽤 좋다.
간혹 곤약 성분이 들어있는 미역국수도 있는데 성분표를 참고해서 구입하면 된다.
그도 아닌 것 같다 싶을 땐, 현미국수를 이용해 보자.
2. 내가 가장 애용하는 대체 재료는 두부면이다.
시중에 엄청 넓은 면, 넓은 면, 중간 면, 얇은 면 등이 있고, 포두부를 사서 원하는 굵기로 썰어서 먹기도 한다.
(포두부는 라자냐, 채소 말이를 할 때 좋다.)
얇은 면은 소면 대용, 중간 면은 파스타 대용, 넓은 면은 중국 당면 대용. 대략 이렇게 이해하면 빠를 것이다.
두부면은 포장을 뜯어 물에 한 번만 헹구면 되는 편리성도 있어 다이어터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제품이다.
나는 중간 면을 사서 토마토 파스타를, 넓은 면으로는 크림 파스타를 만들어 먹거나, 얇은 면을 사서 골뱅이 소면을 만들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
이렇게 해주면, 채소를 좋아하지 않는 남편도 맛있게 먹는다.
3. 그다음 킥은 바로 채소면이다.
채소면은 시중에 판매하진 않는데, 나는 스파이럴 라이저 제품을 몇 해 전 사두고 잘 써먹고 있다.
주키니 호박 면으로는 파스타(애호박 안됨), 당근 면이나 취청오이(백오이 안됨) 면으로는 비빔국수, 쫄면 등을 해 먹으면 아주 맛있고 몸도 가볍다.
오늘 저녁 메뉴는 두부 면과 채소 면을 활용한 골뱅이무침을 먹었다.
가. 재료: 유동 골뱅이(골뱅이는 그냥 유동. 그게 진리.)
양파, 깻잎, 양배추, 파채 등 냉장고 뒹구는 거 다 꺼내기
얇은 두부면, 그리고 당근을 스파이럴 라이저에 돌려서 면 뽑기.
그리고 하나 더. 오징어 진미채를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준다.
초장(초장이 없으면 고추장, 식초, 매실청), 들기름, 깨
나. 채소를 모두 채 썰어서 무쳐주기만 하면 된다.
세상 간편하지 않은가?
평소라면 소주각이지만, 다이어트 중이니 알코올빵은 멀리하고, 채소로 배를 둔둔~히 채운다.
이렇게만 하면 고단백 저칼로리 영양식이 뚝딱 완성된다.
맛은 또 얼~~ 마나 맛있게요?
오늘도 맛장금 임무 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