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어디냐고 물어보면, 아직 일하는 중

흔한 워킹맘의 여행 전야제

by 꿈태공



3월 다낭 여행을 시작으로 일단 떠나보기 프로젝트는

미칠 듯이 뜨거웠던 일본에서의 여름휴가, 그리고 제주도로 이어졌다.


9월 1일에 차량 탁송 결제를 하고 업체 측과 차량 인계인수 시간을 정한 후에 생각했다.


이제 정말 떠나기만 하면 되는 건가.


시간은 훅 지나 어느덧 떠나기 일주일 전이 되었다.

10월 10일 금요일은 원래는 재량휴업일이었지만

(그래서 휴가를 계획했지만)

학교 공사 관계로 학사 일정이 조정되어 수업일로 변경되었기에,

사무실 직원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일찌감치 휴가를 냈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급여 작업과 관련 업무를 하기 위해

evpn 권한 잔여기간도 확인하고,

usb에 인증서와 업무 파일도 몽땅 담았다.


10월 초중순에 제주도에서 지내지만,

여전히 늦더위가 기승이어서, 여름옷 위주로 옷을 챙기고,

호텔 인피니티풀에서 입을 수영복 또한 빼놓을 수 없지.

(아~ 내가 이걸 입기 위해 얼마나 혹독하게 다이어트를 했던가.

지금도 이 수영복만 보면 눈물이 줄줄 흐른다.)


열흘 치 짐을 챙기다 보니 옷보다 영양제와 약, 화장품이 더 많았다.

늘 출근 도장 찍는 한의원 원장님께 부탁해서 증상별 연조제를 미리 처방받았다.


“여행 가기 전에 아플 거 미리 생각해서 약 받아 가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여기 있습니다만....)


원장님의 놀림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나는 꿋꿋하게 약을 종류별로 구분하고,

줄 맞춰 세운 후 지퍼백에 담았다.


난 왜 쓸데없이 이런 데서 희열을 느끼는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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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복 예쁘게 입어야 된다고 부항 자국 남지 않게

신경 써 주신 원장님께 늦게나마 감사 인사드립니다. ㅎㅎㅎㅎ


드디어 떠나기 하루 전, 캐리어 3개와 노트북,

소소한 짐들을 차에 싣고 출근했다.

선팅이 오래되어 벗겨진 지 오래라서,

큰맘 먹고 여행 전에 선팅까지 새로 하고,

전날 주유까지 가득한 내 차는 예쁜 자태를 뽐내며 주차장 한편에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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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송 대리 기사님이 약속한 시간에 맞춰 학교로 와주셨다.

차 상태를 확인한 후,

내 차는 제주도로 가기 위해 들러야 하는 곳,

목포로 먼저 출발했다.


“기사님, 제 차 잘 부탁드립니다~”

대리 기사님께 인사를 드리고


‘제주도에 먼저 가 있어~~

나도 곧 뒤따라 갈게.

제주도에서 만나자~’


다른 사람 손에 내 차를 맡긴 건 처음이었다.

차는 목포로, 나는 다시 사무실로,

우리 여행은 그렇게 엇갈려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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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 반 땡!! 하고 퇴근하면 참 좋았겠지만,

애석하게도 10월 2일은 10월 1일 자로 임용된

신규 지방공무원 중 소그룹 교육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지출 분야 교육을 하는 날이었다. 그것도 밤 8시까지 ㅠㅠ


소그룹 교육은 퇴근 시간 이후에 강사의 근무지로

교육생들이 와서 실습과 이론을 병행해서 진행하는 강의이다.

나는 3년째, 지출 분야 소그룹 교육 강사로 출강 중이다.


이번 달에는 두 명의 건장한 남자들에게 강의를 했다.

업무용 노트북을 정보부 담당 선생님에게 대여해서 준비를 마치고,

간단한 간식도 준비하고, 이제 강의만 잘하면 된다!


다행히도, 두 명의 교육생 모두 적극적으로 교육에 임해주어서 수월하게 진행되었고,

추가 자료를 보내주고 8시가 되어 교육을 마쳤다.


강의 중반에 잠깐 쉬는 시간이 되어 소소한 얘기들을 나누었다.

“난 내일부터 열흘 동안 제주도로 여행 가요.”

“와~~~ 부러워요”

“내일 가시는데 저희 때문에 시간 내서 강의해 주시는 거예요?

정말 고맙습니다 주무관님!”


내일 떠나는 사람인데 이 시간까지 일하는 거,

이게 맞아? 맞냐고!

그래 맞아. 이렇게들 고마워하는데.

여행이 뭣이 중헌디!!


여행을 향해 가는 길이 이렇게까지 일 같을 수 있나 싶었다.

제주로 떠나는 전날 밤,

사람들은 내가 설렜을 거라 말하겠지만

사실 난 설렘과 책임 사이 어딘가에서,

묵묵히 ‘나’를 챙기고 있었다.

그리고, 나를 챙기는 것이

결국 우리의 여행을 지키는 힘이라는 것을

난 알고 있었다.


‘이게 엄마의 여행이지.’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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