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내 이름은 코난, 탐정 아니고 바다예요.

by 꿈태공

한 번쯤 상상했었다.

지붕이 열리는 빨간색 스포츠카를 타고 이국적인 풍경의 해안 도로를 달리는 내 모습을.


지붕이 열리는 빨간 스포츠카는 아니지만,

외국보다 더 이국적인 풍경 속에 내 분신과 나란히 앉아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종일 운전을 해야 하니까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성산 일출봉은 오르지 않기로 했다.

호텔 발코니에서 해를 품은 성산 일출봉을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먹구름 사이에 피어난 붉게 솟아난 봉우리를 보고 있자니,

오늘 성산 일출봉에 올라 일출을 보러 가지 않은 게 다행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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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모두 챙겨 차에 싣고, 다시 낯선 도로에 몸을 싣는다.

성산에서 출발해 동쪽 해안 도로를 달린다.

어제 우도의 하늘에 비하면 비교적 파랗게 갠 하늘,

그런 하늘을 닮은 빛깔의 제주 바다가 우리를 향해 손짓한다.


풍차가 늘어선 에메랄드 빛 바닷가에 주차했다.

주차장 맞은편에서는 자그마한 트럭에서 비치 원피스와 로브 등 패션 용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아이가 마음에 들어 하는 흰색 원피스가 있어서,

아이와 커플룩으로 맞춰 입을까 살짝 고민했지만, 아이가 이내 말한다.

“굳이?”

“어, 그래.”


돈 아끼게 해 줘서 아주 고~~~오맙다!


“채연아, 여기 바다가 그렇게 예쁘대~ 너 코발트 색 알아?”

“아니, 모르겠는데. 근데 여기 맞아? 안 예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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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차, 고운 모래, 현무암, 코발트 빛 바다.

분명 여기가 맞는데. 내비게이션도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했는데.

이상하게도 내가 검색했을 때 보았던 풍경이 아니다.

여기가 맞는지 아닌지는 필요 없고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싶었던 아이가

생각보다 작은 바닷가, 몰아치는 파도로 맘대로 되지 않자

실망한 표정으로 바위 끝에 쭈그려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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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힝구...”


풍차와 바다를 한 컷에 담으며 이리저리 구도를 바꿔 가며 사진을 찍다가 소리쳤다.

“채연아, 여기. 빨리 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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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 사이 보물처럼 숨겨진 바다가 내 눈앞에 펼쳐졌다.

달려온 아이가 냅다 크록스 신발을 벗어던지고, 부드러운 모래 위를 걷는다.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쁜지, 철없는 엄마는 외친다.

“채연아, 이거 너 인생숏 해도 되겠는데?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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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사진 찍는 엄마가 귀찮은 아이는 가볍게 브이 한 번 해주고는 물놀이(라 쓰고 물에 발 담그기라 읽는다)에 한창이다.


“엄마도 들어와 봐. 엄청 시원해.”


그럼, 엄마도 한 번 해 볼까~

살랑이는 바람을 담아 파도가 내 발 끝에 닿는다.

시원하다.

모래는 부드럽다 못해 보드랍다.

그렇다. 보드랍다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바로 인스타 스토리에 사진을 올렸다.

“물 시원하고 모래 부드럽고 너는 예쁘고”


크~~~ 내가 생각해도 잘 쓴 문장이다!


바다가 얼마나 예쁘냐면, 이 해변의 이름이 바로 “코난해변”이다.

코발트 빛보다 나은 해변이라는 뜻이란다.

탐정 코난이 사건을 해결하듯, 우리는 수풀 사이 숨겨진 코발트 빛보다 나은 보물 같은 해변을 찾아냈다.

월정리 해수욕장 입구에 있는 작은 해변이지만, 제주에서 봤던 해변 중 가장 예쁜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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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기가 발동한 아이는 엄마 옆으로 다가와 엄마 발을 모래로 묻어 버린다.

하! 귀여운 자식.

그 순간도 놓칠 수 없어 동영상을 찍고 있는 엄마.

제법 커진 손으로 모래를 집어 엄마 발에 톡톡 두드리는 아이.


곳곳에 스노클링 장비를 한 사람들이 몇 명 있어서 여기가 소문대로 스노클링 맛집인가?

생각하며 바다를 바라보는데 갑자기 물고기가 튀어 오른다.

어머, 이건 찍어야 해!


몇 번의 시도 끝에 튀어 오르는 물고기 포착, 성공이다.

30분쯤 지났을까, 아이가 배고프다며 성화다.

식당 후보지 몇 군데를 보여줬는데 아이의 대답은 또 정해져 있다.

“라면 먹을래”


우리가 놀던 해변에서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길가에 이국적인 풍경으로 호젓하게 자리 잡은 단층짜리 작은 식당이 하나 있다.

코난해변 앞 노랗고 빨간 건물.

“사사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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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를 보면 분식집 같은데, 인테리어는 펍 같고,

형형색색 눈길을 사로잡는 컬러들, 아기자기한 소품들,

인상 좋으신 사장님과 직원들이 우리를 반겨 주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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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신 자리 앉으시고, 메뉴 정하시면 말씀해 주세요~”

“라면이랑... 또 먹고 싶은 거 있어?”

“고등어 김밥도 먹어 보고 싶고, 치킨도 먹고 싶은데, 다 먹어도 돼?”

“그래, 먹자~”


“라면이랑 고등어 김밥, 통 닭다리 바비큐 세트 주세요. 아! 베트남 연유 커피도 하나 주세요”


둘이 먹기엔 너무 많이 시켰나 살짝 후회가 밀려올 때쯤, 우리 앞으로 음식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인스타에 사진 올리기 딱인 비주얼에 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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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아이는 대식가의 면모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엄마, 여기 너무 맛있는데?”

“진짜, 고등어 김밥도 하나도 안 비리고 너무 맛있다~”

“맞아 맞아. 여기 맛집이었네.”

치킨과 특제 샐러드를 토르티야에 싸 먹는 맛은 별미였고, 직접 담그신 김치도 아삭하니 맛있었다.

해물이 듬뿍 올라간 라면 맛은 어떻고.

베트남 연유 커피도 그동안 누적된 여행 피로를 날려 버리기에 충분한 달콤함을 지녔다.


제주에서 방문한 식당 중 처음으로, 리뷰를 남겼다.



아이랑 단둘이 제주도 9박 10일 여행 중에 코난비치에서 발 담그고 놀다가 들렀는데요.

너~~ 무 맛있어요.

아이에게 여행 중 먹었던 음식 중 뭐가 제일 맛있었냐고 물으니

여기 라면이랑 닭다리래요ㅎㅎㅎ

어제 먹은 고등어회보다 여기 고등어김밥이 더 맛있다고 합니다.

아이가 먹기 좋게 살이 다 손질되어 있고 고소한 맛이 올라와서

아이랑 행복한 한 끼를 대접받는 느낌입니다.

직원분들 친절하시고,

앞뒤로 바닷바람 맞으며 맛있는 밥 먹으니 이곳이 천국인가 싶네요.

아주 오래오래 기억될 제주맛집이 될 것 같아요.

다음에는 남편도 데리고 올게요 ㅎㅎ

그때까지 번창하세요 사장님!!


고등어 김밥 몇 조각을 제외하고 음식을 싹싹 비운 우리는 부른 배 진압 작전에 나섰다.

맞은편 카페에 가서 그네도 타고, 인스타 갬성(!) 사진도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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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추억 담은 사진 건졌으니, 다음 코스로 가 보실까.

다음은 코난 해변에서 멀지 않은 월정리 해수욕장이다.

코난 해변에서 몸풀기를 했던 아이는,

거센 파도도 아랑곳 않고 곧장 바다로 달려간다.

그런 아이를 한참 바라보며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있는데.

“어? 어??? 어!!!!!!!”


흥을 주체하지 못한 아이가 더 깊은 곳으로 자꾸 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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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고객님. 옷을 젖게 하는 건 제 계획에 없습니다만???


젖은 옷으로 차에 어떻게 태우지 고민하는 엄마는 신경도 안 쓰고,

신이 난 아이가 달려온다.

“엄마!! 파도가 내 싸대기 때리고 갔어 ㅋㅋㅋㅋㅋ”


하.......

파도한테 싸대기 맞은 게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아이는 아예 모래 위에 철퍼덕 주저앉아 일어날 생각을 않는다.

젖은 옷과 바다 모래 콜라보라니.

양손으로 브이를 하며 룰루랄라 신나게 엄마한테 다가온다.


“야, 너 세탁비 내놔”


아이가 감기에 걸릴까 봐, 후다닥 수건으로 닦아주고 옷을 갈아입혔다.

“다 갈아입었어?”

“응! 너무 재밌다. 히히”

“그래, 퍽이나 재밌겠다. 감기 걸려도 엄만 모른다~~”


아이 옷을 챙겨서 비닐에 담는데 후두두둑.

모래가 떨어진다.

“야, 세탁비에 내부 세차비도 추가다.”

“아, 그런 게 어딨어~~~”

“신나게 놀았으면 책임도 져야지.

차에 모래가 이게 뭐야~ 다음 코스에선 이제 옷 젖는 거 안돼~ 알았지?”

“알았어 히히. 이제 우리 어디 가?”

“몰라! 안 알려줘”


샐쭉 입을 내밀고 또 핸들을 잡는다.

다음 코스는 김녕해수욕장.

캠핑장이 있어서 주차장이 넓게 마련되어 있어 편하게 주차하고, 또다시 아이와 사진 찍기 삼매경.

현무암 바위 위에 올라가 약속대로 발만 담근 아이가 미역을 주웠다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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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아주 많이 좋으신 우리 사춘기 따님께서 엄마와 웃으며 사진도 찍어준다.

감격스러울 지경이다.

그래, 그깟 세차비. 너의 웃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모래에 뭔가를 끼적이던 아이가 허리를 펴고는 씩 웃는다.


"채연이 왔다감 2025/10/10"

아이와 함께 제주에 내디딘 발걸음을 한 컷 남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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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공항 근처 고기 국수 맛집에 가기로 했다.

저녁 시간대가 되면 웨이팅이 길까 봐 약간 일찍 도착하려고 김녕 바다에게 안녕을 고하고 다시 출발.

계획했던 시간에 도착하니, 역시나 손님이 별로 없다.

고기국수와 비빔국수, 육튀김을 시키고, 아이의 먹방을 구경한다.

하늘이 태양빛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오렌지빛이 된 하늘 위로 비행기가 날아오르는 곳.

이래서 사람들이 여기에 오는구나.

저녁 식사를 마치고, 2층에 위치한 소품샵에서 기념품과 지인들에게 줄 선물을 구경했다.

아이는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고르고,

여행 가기 전 이모가 준 용돈으로 귤 모양이 잔뜩 프린트된 파자마 세트를 샀다.

얼마 담지 않은 것 같은데 꽤 많이 비용이 나왔다. ^^;;


마지막 숙소를 찾아 밤길 운전에 나선다.

어라, 호텔에 다 와 가는데 내비게이션 화면이 이상하다.

생각지도 못했던 밤바다 내비게이션이다 ㅎㅎㅎ

항공사 크루들이 많이 묵는 호텔이라 그런지,

제주에서 묵었던 숙소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공항 접근성이 뛰어난 호텔.

체크인할 때 몇 가지 수기로 작성하는 것이 있었는데

“어머, 볼펜 필기감 좋네요~”

“기념품으로 가지셔도 됩니다”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말에 직원분께서 볼펜을 건네주셨다.

“괜찮아요”

“아닙니다 고객님. 호텔 이름 쓰여 있어서 기념으로 요청하시는 분들 많아요.”


밤바다 구경도 하고, 호텔 근처 번화가 구경도 할 겸, 아이와 밤 산책에 나섰다.

얼마 남지 않은 제주의 밤은, 아이의 미소를 닮아 곱게도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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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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