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글쎄, 최선을 다하면 죽는단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최선을 다하는 삶, 이제는 제법 지겹다. 번아웃도 생각 과부하도 그만하고 싶은 나는 제목만 보고 이 책을 골랐다. 누군가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고 말해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작가님과 또 다른 여성 작가분이 함께 쓰신 책이다. 여타 번아웃을 다루는 책과 달리 번아웃의 증세, 원인 그리고 해결법을 다루는 책이 아니다. 결이 비슷한 두 여성작가님이 서로 편지를 주고받는 형식의 독특한 책이다. 편지 속에는 작가님들 각자의 삶의 크고 작은 것들이 담겨 있다. 누군가의 사적인 글, 책을 별로 안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 이 책의 형식은 예상치 못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책을 다 읽어갈 즈음엔 편지를 주고받는 이 책의 형식이 마음에 들어서 편지 형식으로 소설을 쓰기도, 일기를 쓰기도 했다. 내가 쓰는 글이 오직 나의 해우를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향한 외침, 토로일 때가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편지를 쓴다는 것은 그 마음이 조금은 특별하게 여겨지는 기분이다. 두 작가가 서로의 희로애락을 쓰다듬으며 나누는 마음들은 따뜻하다. 서로를 따뜻한 마음으로 보듬는 그들의 편지에서 나는 묘연한 위로를 얻었다. 번아웃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새삼 다시 깨달았다. 깊은 관계, 연대가 무엇인지 느끼고 마음의 온도가 훈훈한 사람들의 편지를 읽는 것만으로도 내 삶에 온기가 스며드는 이 책 꽤 마음에 들었다.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는 문구가 나를 끌어당긴 이유에 대해 덧붙이자면 나는 이제 최선을 다하고 싶지 않다. 어릴 때 겪지 않아도 될 일을 많이 겪었고, 그 나이대에 필요하지 않은 과한 책임감과 부담감도 꽤 오래 짊어지고 있었다. 더 이상 울면서 내 옷깃을 구겨 잡고 주어진 하루를 살아가는 삶은 없다. 나는 최선을 다하지 않고 주어진 것들을 내가 좋아하는 만큼만 하고 살 것이다. 요즘의 나는 등산을 하다 힘들면 주저없이 내려온다. 예전 같았으면 그래도 정상은 찍어야 한다며 꾸역꾸역 올라갔겠지만 지금의 나는 무언가를 꾸역꾸역 하기 싫다. 그냥 이렇게 편하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