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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머스캣 Jul 10. 2023

[책과 삶] 사랑의 기술





 '사랑의 기술'이라니 누구나 솔깃할 만한 제목이다. 하지만 에리히 프롬의 책을 읽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에리히 프롬의 책들은 아주 친절하고 사적인 전개 방식이 아니라 굉장히 체계적이고, 때로 난해하고, 원론적이고 철학적인 전개 방식을 가졌다. 그래서 이 책을 연애 백서로 기대하고 본다면 기대와는 전혀 다른 내용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사랑을 철학적이고 논리적으로 다루는 이 책의 전개 방식이 좋았다. 사랑의 종류를 체계화, 분류화하고, 현대에 사람들이 왜 진정한 사랑을 하지 못하는지 자본주의의 양상을 통해 설명한다. 공감하는 부분도 많았다. 물론 책이 쓰인 때가 꽤 오래전이라 사랑은 반드시 남자와 여자의 결합으로 이루어지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가령 동성애)을 '결핍'을 가진 존재로 상정하기도 한다. 책이 쓰인 시점은 감안하고 봐야 한다.


 이 책의 결론은 진정한 사랑을 위해선 상대를 시장 경제의 논리로 바라보고 마치 상품을 고르듯 상대를 고르는 세태, '상대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와 잘 맞는 누군가를 만나지 못해서' 사랑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자신이 앞으로 실망감과 기대감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용기'가 사랑에 필요하고, 그 상대를 믿고 신뢰하는 '신앙'이 필요하다. 이 책의 내용은 철학적이지만 결국 독자의 사적 경험과 결부된 감상을 남길 수밖에 없다. 우리는 모두 사랑을 겪어봤기 때문이다. 모성애, 이성애, 동성애, 형제애 등 양상이 다를 뿐 우리는 사랑이 실존 문제의 강렬하고 확실한 해결책이란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사랑을 잃었을 때 내가 겪어야 할 수많은 풍파와 감정들을 감당할 '용기'라는 것이 나에겐 가장 힘든 덕목이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에 용기를 낼 순 있지만 끝날 때 감당해야 할 것들에는 사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적이 대부분이다. 나는 아직 용기도 신앙도 없는 사람이다. 사랑의 기술을 실천할 수 있는 누군가는 자신의 실존을 사랑으로 든든히 뒷받침하는 강인한 사람이지 않을까 부러움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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