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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머스캣 Nov 19. 2022

글쓰기는 때로는 해방, 때로는 자해

글쓰기의 양면성

 


 최근에 읽은 책에서 저자는 사념이 많을 때 메모를 하는 자신의 행위가 '얼음 아래를 흐르는 물과 같다. 곧 봄이 온다.'라고 했다. 이 말이 와닿아 몇 번씩 되뇌고 옮겨 적었다.


 나도 들끓는 삶과 마음들을 글로 토해내곤 한다. 일기를 빌려 내 마음을 쏟아낸다. 그것이 해방으로 작용할 때는 구태여 내 힘든 이야기를 다른 이에게 털어놓지 않아도, 글을 쓰면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만큼 시원했다. 글을 쓰면서 내 스스로 정리가 되는 것도 물론 한 몫했다. 하지만, 글쓰기는 언제나 해방을 가져다주진 않는다.


 글쓰기는 때로 자해다. 흘려보내도 될만한 일들을 품고 살거나, 지나치게 민감한 나 같은 이에게 '망각'은 생존의 필수 도구다. 글쓰기는 망각이 아닌 각인을 선사한다. 글쓰기는 그냥 흩날려도 될 삶의 먼지들을 구태여 쓸어 모아 꾸역꾸역 한 덩이로 뭉쳐보는 행위일 때가 있다. 아프고 쓰린 기억을 두루뭉술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며 구태여 구태여 가슴에, 머리에 새기는 것일 때가 있다. 나 같은 사람에겐 쥐약이다.


 글쓰기는 때로는 해방, 때로는 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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