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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머스캣 Nov 10. 2022

나는 분명한 엄마의 조각, 아빠의 조각



최근 나이 든 엄마와 아빠, 나이 든 내가 이야기를 할수록 선명해지는 것이 있다. 나는 완벽히 엄마와 아빠의  조각이다. 부모님이 자신에게서 떼어낸 일부를 섞어서 단단히 굳힌 조각임에 틀림없다. 물론 이 글은 엄마와 아빠에게서 물려받은 아름답고 멋진 부분보다는 취약성에 중점을 둔 글이다.


우리 엄마는 감정에 잘 휘둘린다. 하지만, 그런 연약함을 때론 숨기고, 때론 드러내며 균형을 찾아가'려'는 사람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균형을 잃는 모습이 딱 나다.


우리 엄마는 번아웃형 인간이다. 휴식이란 것을 잊어서, 평일에는 본업을, 주말엔 김밥집에서 알바를 하며 주 7일 근무를 자처하고 있다. 금전적 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스스로 주 7일 근무를 그만두지 못한다. 몇 년 전에는 요양보호사의 주간, 야간 교대 근무라는 힘든 환경에서 사이버 대학교까지 졸업했다. 요양보호사는 고강도의 육체적, 정신적 노동이 모두 수반되는 직업 중 하나다. 그런 본업을 병행하며 엄마는 대학교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되면 미친 듯이 강의를 듣고 공부했다. 시험 기간만 되면 퀭한 얼굴이 딱 내 대학교 때 시험 기간의 얼굴과 똑 닮아있었다. 연장선상에서 엄마는 자유 시간이 주어져도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그것 또한 내가 쏙 빼닮았다.


아빠는 우유부단하고 완벽주의자다. 무엇하나 시작하려면 완벽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래서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걱정과 불안이 꽤 높은 편이다. 이건 나와 동생이 또옥같이 물려받고 말았다. 하지만 지레 겁을 잔뜩 먹고 걱정을 부풀려놓고 막상 어딜 가나 기대 이상의 결과를 만들고, 환대받는 것도 아빠, 나, 동생이 똑같다.


아빠는 책도 여유가 될 때는 참 많이 읽고, 일기를 오랫동안 써와서 나는 아빠에게 브런치를 소개해줬다. 내 입장에선 기구하고, 한없이 고통스럽지만, 한없이 벅찬 아빠의 인생을, 아빠를, 글로 남겨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아빠는 브런치를 굉장히 흥미로워했다. 그래서 브런치를 소개해주고 한참이 지난 지금, 글을 올려보았냐 물었더니 아직은 용기가 없다고 답했다. 아빠가 글을 한 번 써보니 어디에 내놓기가 애매하고 부족한 문장들로 이루어진 볼품없더라고 당신께서 스스로 말하셨다. 아빠는 자신의 그런 글을 괜히 부풀리고 싶어서 괜히 그럴싸한 어휘를 끼워 넣게 되니 전체적인 글을 맥락을 깨뜨리더라는 자기 객관화와 분석까지 마친 상태였다. 아빠의 이런 완벽주의 성향에 근거한 분석을 가만히 수화기 너머로 듣고 있자니, 나를 낳은 아버지가 분명하구나 새삼 실감이 나서 소리 없이 웃었다.


나는 아빠에게 그러다가는 평생 글을 못 올릴 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껄껄껄 웃으신다. 아빠에게서 나와 이 전화를 끊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오늘 꼭 세 줄 일기를 쓰고 자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아빠의 매일을 함께하지 못하니, 아빠가 글로 남겨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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