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의 집에서 서 너 명이 모여서 시간을 보냈다. 근황 얘기부터 가족, 연애 이야기, 고민들을 털어놓으며 함께 울고 웃었다. 돌연 바퀴벌레가 대화의 소재가 되었고, 나는 최근에 자취방에서 바퀴벌레가 출몰하자 동생을 불러 잡아 죽였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동생과 나의 자취방은 5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거리에 있어 가능한 일이다. 그날 내 검지 손가락 두 마디를 합친 것은 족히 되어 보이는 바퀴벌레가 벽을 타고 지나가자 나는 당장 동생을 호출했다. 그리고 달려온 동생이 현관문을 여는 순간 정확히 현관문 위의 벽을 타던 바퀴벌레가 툭 떨어지면서 내가 건물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담았다. 이 영상을 함께 보며 친구들과 낄낄대며 웃던 도중, 내 친구들은 너희 남매는 정말 보기 드문 우애를 보여준다고 이야기한다. 그에 나는 잠시 웃음기를 거두고 나도 모르게 이렇게 답했다.
"응, 나는 동생이 죽으면 나도 죽을거야."
삽시간에 공기가 차가워졌다. 친구들은 조금 당황한 듯 눈을 굴리고 허허 웃으며 그 정도냐고 수습하려 했다. 나 스스로도 막을 새 없이 튀어나온 말이라 당황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짙은 진심이었다. 동생이 죽으면 내 살아갈 이유는 송두리째 사라진다. 나의 모든 하루, 매 순간이 동생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치열한 생(生)의 움직임들 끝엔 가족이, 동생이 자리하고 있다.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나는 나의 '살아감'을 지속하려 노력할 것이다. 이 때야 말로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말을 되새길 때다. 하지만 동생이 죽는다면 나는 살 수 없다. 그 무엇도 가치가 없다. 내겐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소중한 나의 친구이자 가족, 전우인 내 남동생이 이 세상에서 물들지 않은 유일한 가치이자 보석이다.
이런 글만 전하다 보니 동생의 이미지가 아주 유순하고, 사랑스럽고, 재간둥이같이 상상이 되지만 그렇지 않다. 시커먼 얼굴에 다부진 몸으로 택배기사를 하고, 힘든 와중에도 능구렁이 같은 유머는 툭툭 던지는 내 동생. 하루 이틀에 한 번 씩 통화할 때면 우리는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다. 동생과 함께 보는 세상과 나누는 다른 생각들은 가슴 벅찰 정도로 즐겁다. 본디 아주 가까운 사람과의 만남에서도 불순물이 남아서 그것을 정화하느라 에너지를 쓰는 타입인데, 유일하게 함께할수록, 가까워질수록 내 마음이, 내 모습이 더 투명해지도록 만들어주는 사람이 바로 내 동생이다. 아프지 말고, 죽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