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낙 유명한 책인데 이제야 읽어봤다. 나치의 독재 시절 유대인 학살이 잠행되었던 수용소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수용소의 끔찍한 참상을 날 것으로 묘사하기 보다는 정신과 의사의 눈으로 본 수감자의 마음들을 훑어 살피는 책이다.
✔ 이 책에서 끊임없이 강조하는 건 "삶의 의미"를 가졌는 가에 대한 유무다. "삶의 의미"를 가진 내적으로 강인한 인간은 수용소의 어떤 생활도 결국엔 이겨낼 수 있다고 누차 말한다. 유전적, 환경적 요인보다 개인의 자유의지가 강인한 사람을 결정짓는다고도 한다. 그리고 정신과 의사로서 자신이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썼던 방법인 '로고테라피'를 책의 뒷편에서 소개한다. 미래지향적인 사고를 하며 인생의 의미, 삶의 의미를 되찾아주어 정신을 곧게 세워주는 치료법이다.
✔ 이 책을 함께 읽은 다른 사람들 중 일부는 작가는 결국 살아남았기 때문에 이 책을 썼고, 수용소에서의 생활이 의사라는 신분 덕분에 꽤나 고결하지 않았냐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러나, 살아남았기 때문에 이런 기록을 남길 수 있는 것은 당연하고, 작가가 의사라는 신분 덕에 얼마나 고결한 생활을 했는지는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의와는 상관이 없는 것 같다고 결론을 지었다.
✔ 유태인 학살에 대한 내용을 보며 지금의 나의 삶에 대해 안도하기를 수십 번이었다. 그런데, 이런 상대적 비교를 통한 안도는 괜찮은걸까? 누군가의 참상을 보며 현재 나의 삶에 감사한다는 것은 꽤 악독한 짓은 아닐까? 마치 그들의 기억을 불행포르노 삼아 내 삶을 올려치기하기 위한 내면의 끔찍한 욕구는 아닐까? 이런 생각에 많이 사로잡혔던 것 같다. 아직도 결론은 모르겠다.
✔ 내가 수용소에 갔다면 나는 비굴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수없이 상상해봤다. 과연 빵 조가리 하나때문에 인간의 존엄성이 오락가락 하는 상황에서 나는 나보다 아파보이는 누군가에게 나 마지막 빵 한 조각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일 수 있을까? 아니면 비굴하게 굴어서 끝까지 살아남거나 카포에게 작은 혜택을 받으려 발버둥 치는 사람이진 않을까?
✔ "…그와 같은 긴장상태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과제에 끊임없이 집중해야 할 필요성과 결합되어 수감자의 정신세계를 원시적인 수준으로 끌어내린다. 이것은 정신세계가 원시적인 수준으로 퇴보한다는 것을 말한다.…"
✔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살을 찢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눈 덮인 길을 행진하는 동안 신발 위로 얼음이 얼어버렸다. 사람들이 계속해서 미끄러졌고, 따라가던 사람들이 그 위로 엎어졌다.…"
✔ "…극단적으로 소외된 상황에서 자기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없을 때, 주어진 고통을 올바르게 명예롭게 견디는 것만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일 때, 사람은 그가 간직하고 있던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생각하는 것으로 충족감을 느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