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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머스캣 Aug 01. 2022

나는 동성애가 '싫지도, 좋지도 않아'.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해 '중립 선언'이 가지는 의미

최근에 화제가 된 프로그램 [남의 연애]에 대해 남자인 친구와 이야기를 했다. 나는 프로그램 이름을 참 기가막히게 잘 지었다고 생각랬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파격적인 프로그램이 나왔다는 것 자체에 대한 놀라움과 시청자들에게 미칠 파장을 예상는 대화가 오갔다.


처음에는 이 프로그램 출연진들의 외모가 특출나다는 점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친구는 오히려 이런 캐스팅보다 평범한 동생애자들의 진솔한 모습이 동성애에 대한 인식 제고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나는 아마도 남성 동성애자들의 연애사에 대한 수요층이 꽤 두터워 화제성과 시청률을 모두 노린 캐스팅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불어, 출연을 결심한 사람들이 너무도 대단한 용기를 가져 응원하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친구는 저 중에 몇몇은 홍보를 위해 동성애자인척 연기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했고, 나도 웃으며 이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 밖에 이런저런 의견을 나누던 도중 친구는 지금 우리나라 정서에 동성애 프로그램은 다소 이르다고 말했다. 이후 동성애 인식 제고엔 별 효과가 없을 거라는 태도를 견지했다. 나는 많은 점을 차치하고 이런 프로그램이 양지로 나와 방영된다는 자체가 의의를 가진다고 말하며 토론과 토의 그 사이의 다소 과열돤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던 도중 약간은 지친 기색으로 친구가 말했다.

 

나는 동성애가 싫지도 좋지도 않고, 중립적인 입장이야. 그저 나처럼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으면 좋겠어.


이 대사 한 줄에 양립할 수 없는 또는 모순적인 표현들이 무려 세 개나 있다. '싫지도 좋지도 않고'라는 호오를 따지는 표현, '중립' 선언, 앞 선 두 표현과 양립할 수 없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모순적인 사.


먼저 '나는 동성애가 좋지도 싫지도 않다."는 표현을 톺아보자.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를 '똑같이' 여긴다는 것은 당사자 이외에는 불가능하다. '똑같이' 생각한다면 동성애에 대해서는 '좋아하거나 싫어한다는' 호오를 따지는 거 자체가 모순이. 동성애자도 이성애에 호오를 따지곤 한다. 대부분이 이성애자인 사람들은 이성애에 대해서는 호오를 따지 않는다.

다음으론 동성애에 대한 '중적인 입장'을 취한다는 것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진정한 중립 선언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이성애자는 소수자가 아니기 때문에 대중성, 주류라는 권력을 가진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성소수자는 사회에서 완전히 배제된 약자이다. 따라서 기득권인 이성애자가 중립을 선언하는 것은 사실상 중립이 아닌, 기득권층의 특권 행사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골자는 동성애에 대해 호오를 따지는 입장 자체가 '자연스럽다'는 표현과는 거리가 멀고, 이는 중립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중립이야, 나처럼 다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으면 좋겠어.'라는 문장의 모순을  줄 알아야 한다. 티끌 하나 섞이지 않은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든 사랑의 다른 형태임을 인정하되, 위의 문장은 사실은 특권이란 것을, 평등하지 않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줄 아는 것은 중요하다.


이는 단순히 성소수자 이외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대부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중립 지대의 사람들은, 그 대상들이 아주 작은 흠결 하나라도 내비치면 여론에 편승한다. 성소수자 이외에도 사회적 약자들에게 중립 선언이라는 건 사실 이미 평등하지 못한 존재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고, 방관것이다. 침묵은 강자에게 권력을 쥐어준다는 말이 있다. 권력층의 모순된 중립 선언은 침묵보다 못하다. 다시 말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무작정 옹호하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기득권으로서 중립을 선언하는 것의 영향을 인식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사회적 약자의 개념은 상대적인 것으로 누구든 약자의 입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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