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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머스캣 Oct 19. 2022

할 말하고 살기가 그렇게나 힘들다

25년이 넘도록 못해본 것을 이제와 하려니 참 지친다



원체 남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을 싫어하고, 갈등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어 할 말을 꾹꾹 삼키는 성격이다. 평생 그 어디에도 컴플레인 엇비슷한 것 한 번 걸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대학에서 꾹꾹 눌러담기를 4년, 직장에서도 눌러담기를 어언 4년이 됐다. 길고 긴 시간 동안 내 삶은 억압되어 있고, 내 목소리와 의견들은 타인에 의해, 직장에 의해 아주 옅게 희석되었다. 그렇게 묽게 희석된 알맹이를 없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직장에서 햇수로는 5년 차가 되자 우리 집단의 생리와 생태계가 보였다. 내가 할 말과 하지 않아야 할 말을 가려내기 시작했고, 정당함과 부당함을 구분할 수 있게 됐다. 이제는 참지 않고 목소리를 낸다. 내 안에 응어리가 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내 뒤에 이어 들어올 후배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모르고 사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순응적인 문화가 팽배한 곳이라 나혼자 공허하게 외칠 때도 있다.


인간관계에선 어느 정도 심지가 굳은 세상에 대한 통찰과 주장을 내놓기 시작했다. 애매모호한 선의와 중립은 결국 강자에게 힘을 싣는다. 내가 추구하는 옳은 가치와 공동체를 위해 나의 생각을 명확히 표현한다. 당연히 논리의 허점도, 모순도 발생한다. 하지만 꺼내어 말하지 않았다면 평생 허점과 모순으로 남아있었을 것이다. 꺼내어 부딪혀야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


위의 변화는 내 삶에 대한 스스로의 자긍심과 효능감을 놓였지만, 천성을 거스르는 일이라 심각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반성, 후회, 성찰이 뒤따른다. 순응적인 집단에서의 부당함에 대한 공허한 외침, 환경운동과 동물권처럼 사회의 주류 관심사가 아닌 것들에 대한 담론, 내가 가진 인간의 가치관의 척도 등이 당연히 세상의 여론과 일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당연한 것을 알면서 내 삶에서 워낙 생경한 부딪힘이라 아직은 힘들고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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