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샤인머스캣 Oct 13. 2022

항히스타민제 왜 이제 먹었지?

알레르기성 비염 n년차



나는 알레르기성 비염 보유 n년차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들은 내 옆에 쌓여가는 코 푼 휴지를 안쓰럽게 보던 기억이 있다.


비염 수술은 괜히 거대한 수술 같아서 그냥 비염을 달고 살아야 하겠거니 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심상치 않은 증세들이 나타났다. 코가 막히는 수준이 아니라 콧물이 수도꼭지가 열린 듯 쏟아졌고 멈추질 않았다. 재채기는 한 시간에 수 어 번씩 연신 해댔고, 두 눈이 미친 듯이 가려워서 비비느라 새빨갛게 충혈됐다. 일상생활이 뭉그러졌다. 콧물이 말 그대로 콸콸 쏟아져서 마스크 안에 고일 정도였다.


상태가 이러니 잠도 제대로 못 잤다. 비염 때문인지, 면역력이 약해져서 비염이 도진 건지 인과관계는 뚜렷하지 않으나 입술에 수포도 생겼다. 구순염 또는 헤르페스라고 한다.


몸이 이리 만신창이가 되고 나니 그제야 살 길을 찾아보는 나였다. 검색해보니 '항히스타민제'가 알러지약으로 사용되는 흔한 약이고 약국에서도 처방이 가능했다. 1일 1정 복용인 약이라니 꽤 센 약이다 싶어 혹시 혼용하면 안 되는 약이 있는지, 주의해야 할 지병이 있는지 꼼꼼히 살폈다.


그렇게 반신반의하며 약국에서 겨우 3000원을 주고 10알짜리 유명한 항히스타민제 한 통을 구매했다. 사자마자 저녁에 한 알을 먹고 신세계를 만났다. 하루가 지난 지금 콧물이 흐르지도, 코와 눈이 가렵지도 않다. 삶의 질이 수직 상승했다. 괜히 의약품의 힘을 빌리기 싫다는 무모한 고집으로 지금까지 콧물을 달고 사는 불편한 삶을 유지했다. 진작 먹을 걸 그랬다.


다만, 항히스타민제의 부작용으로 자주 언급되는 '졸음'은 정말 '기절시키기' 수준이라 약 복용 시간을 잘 정해서 먹는 것이 좋겠다. 운전 전이나 집중해야 할 시간 전은 피해야 한다. 혹여나 덧붙이자면, 1일 1정만 복용할 수 있는 만큼 약한 성분의 약은 아니므로 수면 유도 목적으로 먹을 생각은 위험하다.


아직 내성에 대해서는 몸소 체험해보지 못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이 겨우 첫 알을 복용하고 나서다. 내성이 생긴다고들 하던데, 약에 의존하기보단 면역력 회복과 주변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진작 먹을걸.

매거진의 이전글 말보다 글이 편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