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는 과학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MBTI 열풍이 불고 있다. 이 책에서는 MBTI가 심리학적으로 충분히 인정받을만한 연구 데이터를 쌓아왔으며, MBTI 개발의 근원과 심리학적 근거를 설명한다. 저자가 심리학 박사이며, MBTI 연구소 소장이란 것이 인상 깊었다.
새롭게 알게 된 것은 MBTI는 '선천적 기질'에 대한 성격 유형 검사다. 즉, '나는 사회생활을 하고 MBTI가 바뀌었어.', '나는 할 때마다 결과가 달라.'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 MBTI의 적절한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MBTI는 '선천적으로 편해하고, 선호하는 경향성'에 대한 검사다. 하지만 자신이 어떤 의사결정 방식을 편해하고, 어떤 판단과 사고를 선호하는지는 청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어서 자아를 깨달을 때 즈음에나 알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성년이 되어서도 페르소나에 갇혀 자신의 선천적 경향성을 깨닫지 못하거나, 어렸을 적의 압박이나 외부적인 요인과 환경, 사회에 의해 자신의 기질에 대한 답변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처세술로 답변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나의 MBTI를 확신하지 않는다. 아직 나를 완벽히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의 안개를 모두 걷어내고 자신의 선호와 경향을 제대로 안다면 MBTI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MBTI로 나를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도구로 삼아 현명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다만, MBTI를 타인을 이해하는 도구일 뿐 판단하고 평가하는 도구, 비난하는 도구로는 사용하지 않을 것을 당부한다. 인스타그램에서 쉽게 떠도는 '집중 못하는 MBTI 순위', '일 못하는 MBTI 순위' 같은 부정적인 MBTI 성격 재단성 글들이 떠올랐다.
요즘은 소개팅에서도 대학생 환영회에서도, 낯선 사람과의 스몰토크에서도 MBTI는 필수 대화 소재다. 나 또한 MBTI로 나를 이해하고 남을 이해하는 것에 많은 흥미를 갖고 있었다. 내가 가진 MBTI에 대한 기본 관점은 '16가지 유형의 MBTI는 단 하나라도 빠지면 세상이 흔들릴 만큼 모두 소중하고 사랑스럽다.'이기에, 상대방의 MBTI를 예측하는 장난 아닌 장난을 치는 것은 친근감의 표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이제 MBTI는 지겨움의 대상이 되었다. 내가 독서 모임에서 만난 사람의 책 소개를 듣고 나서, '혹시 N이신가요?'라고 묻자, 그분은 진절머리가 난다는 표정으로 MBTI에 대한 염증을 드러냈다. 그분은 자신이 내향형(I)이라는 이유로 온갖 단정과 핍박을 받아 왔다고 한다. 그리고 요즘 아르바이트생을 뽑거나 기업의 인사에서 조차 MBTI를 적어 내는 과몰입 현상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셨다. 나는 이때부터 함부로 데면데면한 이에게 MBTI를 맞추며 친밀함을 형성하려 하지 않는다. MBTI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는다. 혹여 그분처럼 주류 문화에서 상처를 느끼고 질려버린 사람을 내가 한 번 더 건드리기는 싫다. 개미 한 마리 밟을까 빗자루 질을 하며 걸어 다니는 스님들처럼 나는 굳이 MBTI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도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방법을 많이 알고 있다. 사실 이 책은 그분을 만나고 나서 MBTI에 회의가 들어 읽게 된 책이다. MBTI의 역사와 신뢰성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고, 검사의 취지와 의미를 더 잘 알게 되었다. 알면 알수록 재미있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