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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머스캣 Nov 23. 2022

결혼은 포기해야만 할 때 말고, 포기할 수 있을 때



 이미 결혼을 한 사람들에게는 내가 깨닫고 감탄한 이 문장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다. 이십 대 후반은 결혼을 아주 진지하게 고려하기보다는 결혼을 잔잔하게 계속 신경쓰는 나이같다. 이제 연애만 할 상대에게 시간을 허비하기는 싫다. 이런 걸 보면 나는 결혼을 언젠가는 하고 싶은 사람이 맞나 보다. 그리고 나는 혼자보다 둘이 더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행복이 더 커지는 한 쌍을 이룰 수 있을지는 예측이 불가하다. 그런 나의 짝이 어딘가에 존재한다 한들 만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고, 마주친다 한 들 내가 알아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또 내게 배의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정해졌다기보다는, 어느 때의 나와 만나느냐도 중요하다. 나는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취직을 하자마자 독립을 했기에 자취 5년 차다. 혼자 사는 것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사람이다. 그리하여 어떤 약속이든 끝내고 내 온전한 자취방에 돌아오는 길은 항상 행복했다. 나의 에너지는 오롯이 혼자 집에 있을 때 충전이 가능하다. 이런 내가 누군가와 평생 공간을 나누어 쓰고, 크고 작은 감정의 기류마저 공유하며 살 수 있을까? 지금껏 그 누군가와 시간을 보내도 알게모르게 에너지는 소모됐고, 다시 에너지를 충전하려면 혼자만 있는 집에 와야 했다. 그 누구든.


 여기서 나의 고민은 시작된다. 이렇게나 내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애정 하는 사람인데, 그럼 이 소중한 혼자만의 시간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사람이 내 결혼 상대일까? 지금껏 그런 사람은 없었다. 그럼 그런 상대를 찾는 것이 아니라 나를 바꾸는 것이 맞을까? 내가 혼자만의 시간보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적응시켜야 하는 걸까? 근데 그게 적응을 시킨다고 될까?


 평생을 함께한다는 중대한 결정을 위해선 장벽이 높고 많다. 외적으로도 서로 마음에 한껏 들어야 하며, 내적인 조화는 말할 것도 없다. 위로의 방식이나 사고방식, 의사결정 방식도 어느 정도 맞아야 하고, 두 집안의 합이 어떤지, 내가 인생에서 재미를 느끼는 부분을 상대도 공유할 수 있는지, 가치관이 맞는지, 서로의 대화가 언제든 즐거운지, 누군가 항상 집에 있는 퇴근길이 즐거운지, 그 사람과 살아온 날보다 많은 날을 함께하는 미래를 꿈꿀 수 있는지, 그 밖에도 참 많다.


 나와 결이 비슷한 친구의 결혼 소식을 최근에 들었고, 내게 유의미한 영향을 많이 미쳤다. 덕분에 내 결혼 고민에 대한 가닥도 조금은 선명해졌다.


 지금 내가 결혼할 상대에게 원하는 많은 것들 중 몇 가지는 포기할 수 있는 때가 오는 것 같다. 주변에 결혼을 주체적으로 결정한 지인들을 보면 타이밍에 떠밀려서 몇 가지를 "포기해야만 하는" 결혼을 결정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타이밍을 스스로 잡았고, 그때서 자연스럽게 포기가 되는 것들이 선명해지면 결혼을 결정하더라. 결혼이 자신에게 가져다 줄 미래가 더 반짝임을 깨닫는다면, 내 눈을 높여놓던 곁다리 조건들은 미련없이 쳐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괜히 때를 기다리다가 인연을 놓치는 것이 아닌가 이른 결정을 하는 사람들도 봤다. 누가 옳고 그른지는 살아 봐야 알고, 까 봐야 아는 것이 결혼이지만 나는 내가 지금 당장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은 내려놓고 싶지 않다고 스스로 깨달았다. 결혼에 욕심이 없고, 그럴 욕심이 생길만한 환경도 아니고, 내 일상은 고착화되어 있다. 다시 말해 안정적이고 정형화된 삶이 있어 내겐 결혼이 더 큰 행복을 보장한다는 생각이 안든다. 사실 고찰을 수없이 해도 두서없는 이 글의 구성만큼이나 내 생각도 정리가 안 됐다.


 내 친구는 당연히 더 이상에 가까운 사람도 어딘가에는 존재하겠지만, 지금 만난 사람보다 더 나은 사람을 찾을 필요를 못 느낀다고 했다. 그리고, 더 나은 누군가를 찾고, 마음과 시간을 쏟기보다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더 가치있다는 멋진 판단을 했다. 그리고 그 판단이 스스로 선명해지자 단칼에 결혼 선언을 했다. 정말 합리적이고 멋진 의사결정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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