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제로웨이스트 샵에서 (수)세미라는 친구를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마침 이전에 쓰던 3M 수세미를 갈아줄 때가 되었고, 더 이상 플라스틱 수세미를 버릴 때의 죄책감을 느끼고 싶지 않았습니다.
제가 데려온 진또배기 수세미는 식물의 열매입니다. 바짝 말려지고, 납작하게 눌려진 수세미를 알맞은 크기로 잘라서 사용하면 됩니다. 제가 간 가게에는 통통 수세미와 납작 수세미가 있어, 둘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꽤 오래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왠지 납작하게 눌려 더 처량해 보이는 납작 수세미를 택했으나, 직접 사용해보니 둘은 결국 같은 친구들이었어요. 물에 불리면, 제 모습을 찾는데 결국 통통해지더랍니다.
이렇게 말이에요. 첫 번째 사진은 제가 애정하는 친구 리타의 모습도 같이 찍혔네요. 참고로 리타의 풀네임은 '브리타'입니다. 수돗물을 바로 정수해주는 아주 멋진 물통 친구랍니다.기회가 되면 이 친구도 꼭 소개하고 싶네요.
다시 세미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천연 수세미는 금방 헐거워질 것 같지만, 사실 플라스틱 수세미의 사용 기간만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 수세미의 권장 교체 주기를 고려하면, 세미도 그 정도는 거뜬히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저는 비건이기에 기름 설거지를 할 일이 거의 없어서 더 오래 쓸 수 있더랍니다. 헐거워져도 이 친구는 식물이기 때문에 썩지 않는 쓰레기산을 이루거나, 유독가스를 내뿜으며 태워지지 않고 자연으로 돌아가듯 분해됩니다.
더불어 플라스틱 수세미로 설거지를 할 경우 미처 씻겨나가지 않은 미세 플라스틱이 식기에 남아 우리의 밥상에 함께 오를 수도 있습니다. 다들우리세미와 친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