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간의 홀로 자취 생활을 정리하고 동생과 함께 산 지 정확히 일주일 째다. 우리 남매가 합가를 결정하고 한 달 동안 집을 알아보고, 집 계약, 대출 계약, 이사로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떡하니 안락한 새 집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둘이 돈을 합쳐 집을 구하니 거실과 부엌이 넓고, 각자의 방이 마련된 신축 빌라 투룸에 들어올 수 있었다. 혼자라면 엄두도 못 냈을 리클라이너 소파와 식사용 테이블도 마련했다. 그리고 각자의 방에는 침대와 넓은 책상, 컴퓨터를 한 대씩 놓았다. 방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다 심심하면 서로의 방에 쳐들어간다. 그리곤 도란도란 별의별 이야기를 길게도 나눈다.
초저녁 즈음이 되면 남은 밤까지의 간극이 고독하고 괴로웠다. 그래서 매일 퇴근 후의 초저녁이 두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곧 동생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이상하게도 나의 일상이 아주 조금씩, 아주 아주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 동생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손에 잡히지 않던 책들이 술술 읽히고, 몸이 물에 젖은 듯 무거워 가지 않던 운동을 가게 된다. 남겨진 시간의 간극을 메우려 밤마다 폭식하는 일도 사라졌다. 올해 참 잘한 일이다. 동생은 나의 이런 변화를 잘 알지 못한다. 나의 어두운 면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와 산다는 것이 부담될 수도 있으니까. 나 또한 동생의 존재에 고마운 마음을 가질 뿐 의존하지는 않으려 애쓴다. 여전히 나의 매일매일은 괴롭지만 동생과 산 이후로 나는 조금 덜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