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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머스캣 Mar 19. 2023

[책과 삶] 언어를 디자인하라

✔ 나에게 언어는 삶과 동일시된다. 언어가 삶이고, 삶이 언어다. 언어가 없으면 삶도 없고, 삶이 없다면 언어도 없다. 숨이 붙어 연명하는 생물학적 삶이 아닌 육체와 정신이 인간답게 살아있는 진짜 삶은 언어 위에 만들어진다. 이런 내게 언어에 대한 책은 언제나 기대감을 준다. 하지만 읽고 나면 대부분 실망감이 든다. 책에 대한 실망감보다는 나에 대한 실망감이다. '언어' 자체를 다룬 책에서는 내가 갈망하는 세상을 보는 눈, 혜안을 기를 수 없다. 수많은 철학이 설긴 책들에서 내 스스로 언어를 찾아내야 하고 체화해야 한다. 


이 새삼스러운 사실을 이 책에서 상기시켜 주었다. 책에서는 강경한 어조로 끝없이 같은 말을 반복한다. 내 안의 언어를 채우고, 반추하고, 가치를 체득하고 삶을 정의하라고 말이다. 사실 이 내용이 정말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약간의 변형만 주어 반복되서 나중에는 약간 지겨웠다.


✔ 내 삶을 지혜롭고 아름다운 언어들로 채워가며 끝없이 살아가야지. 파고가 가득한 삶에서 나를 흔들리지 않게 해주는 건 언어들이다. 날 세우고 넘어뜨리는 것도 언어들이다. 언어가 존재하지 않는 대상은 실존하지 않는 대상이다. 내가 느끼는 것을, 내가 보고 있는 것을, 나를 언어로 표현할 수 없다면 그것들은 실존하지 못한다. 그러니 내 언어의 외연을 넓히는 여정을 멈추지 말아야지.


✔ 라는 마음과 달리 심신이 지치면 책과 글쓰기를 가장 먼저 놓게 된다. 말했듯 특정 언어를 인지하게 된 순간부터 그 언어의 존재, 개념들을 알기 전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세상은 알면 알수록 경이롭지만 모르고 싶을 때도 있다. 이미 내가 알게 된 세상은 '외면'해야 하지만 아직 모르는 세상에 대해선 '무지(無知)'할 수가 있다. 무지함에 안주하는 삶은 죽은 삶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무지함에 숨어 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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