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이제는 내 삶을

by 샤인오름

나는 언제고 나를 가장 마지막에 두고 살았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기꺼이 나를 끼워 넣었고 그것이 최선인양 잘하고 있는 줄 알았다. 내게 가족은 언제나 우선순위였다.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또는 딸로 심지어는 언니여야 했고 누나여야 했다. 가족들을 아우르며 내 영혼까지 갈아 넣는 듯 정성과 최선을 다하곤 했더랬다. 뭐든 내가 해야 했고 잘하려고 했다. 나 자신은 안중에도 없고 내가 지켜야 하는 것은 가족들이라 여겼다. 내 인생임에도 언제나 내가 빠져있는 삶이었던 것이다.




언제나 모든 면에서 잘하려 애쓰고 완벽하려 했던 것이 결국 탈이 났고 마음의 깊은 상처를 내고 말았다. 뒤늦게 서야 내가 빠진 삶은 온전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완벽하려 했던 것들을 내려놓는 법을 익혀가기 시작한 거다.


내가 나를 돌아보기 시작하자 뭐가 잘못되었는지 보이기 시작했고 나를 깊이 보며 오히려 유연함이 길러짐을 느낀다. 엄마의 유연함이 아이들과의 관계형성에도 훨씬 좋은 영향들이 되었고 그렇게 수많은 시행착오들을 잘 타고 넘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젠 훌쩍 커버린 아이들에게서 내 손이 덜어지고 있음을 느끼며 한 발짝 뒤로 물러나니 내가 자세히 보였다. 그때부터 비로소 내 이름이 불리기 시작한 거다.




나를 앞에 둘 줄 아는 삶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깊이 있고 단단해진 거다. 그렇게 나를 찾는 여정은 책을 읽으며 올바른 방향을 찾게 되었고 책을 읽는 삶은 글을 쓰는 삶으로 이어지며 나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단지 책을 읽었을 뿐이데 잊고 있던 나의 숨결을 느끼고 멈춘 듯했던 삶은 방향을 찾기 시작했다. 언제나 가족을 위한 삶이라 여겼고 사랑이라 믿었던 것들이 오히려 상대를 옥죄는 것은 아니었을지...


이젠 온전한 나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스스로를 향해 한 걸음 내딛는 용기가 모든 시작을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된 거다. 나에게 집중하니 오히려 가족들과의 관계는 더욱 끈끈해지기 시작했다.


뒤늦게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나를 온전히 보게 되었고 그랬기에 나는 오늘도 써 내려간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조금은 서툴러도 괜찮다. 진정한 나의 삶을 시작해 가는 지금이 더없이 좋을 뿐이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는 바로 나의 새로운 시작점이다. 내가 품고 있는 수많은 가능성을 열어가며 더 풍성한 나의 인생 후반전의 이야기는 지금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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