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서부터

나의 그림을 그린다.

by 샤인오름

내 나이 50이 훌쩍 넘어서야 나는 나를 살아가기 시작했다. 그 간의 삶에서는 내가 없었음을 알아차리게 된 거다. 단지 읽었을 뿐인데 나는 점점 단단해지고 있었고 내 삶을 그려볼 수 있게 되었다.


뒤늦게 읽는 삶에 빠져있던 나는 내 삶의 방향을 그려보기 시작했다. 경력단절의 기간이 꽤나 길었기에 내가 무얼 할 수 있을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있을지 막연했지만 왠지 모를 용기와 희망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 했던가? 마음을 정하니 환경이 원하는 방향으로 열려감을 체감하게 된다. 인근에 고용센터가 있었다. 나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했을 때는 그곳에 고용센터가 있었는지 조차 전혀 인지하지도 못했다. 생각의 방향이 정해지니 자연스레 눈에 띄었고 용기 내어 첫발을 내딛는 계기가 되었던 거다.




내일 배움 카드를 만들었다. 컴맹은 아니었지만 컴퓨터 사용에 능숙하지는 못했기에 ITQ자격증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학원에 등록을 하고 비로소 나를 위한 계획표를 짜게 되었던 순간이다. 쉽진 않았지만 열심히 도전하여 마침내 자격증을 취득한 순간은 나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 벅찬 시간이었다.


하나를 이루어 내니 자신감도 상승하고 어쩌면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할 수 있겠구나!라는 희망이 샘솟기 시작한다. 고용센터를 통해 국가 취업지원제도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하겠다는 의지가 타오르니 자연스레 나를 위해 준비된 듯 확장되어 가는 기회들이 신기하기만 하다.


취업지원제도가 오래전부터 시행되었던 것임에도 나는 전혀 알지 못했고 기회를 누리지도 못했던 것이다.

내가 관심을 갖고 보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은 어디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 순간이다. 경단녀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든든한 힘을 기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은 나를 위한 맞춤교육인 듯 느껴졌고 열정을 갖고 참여하게 되었으며 그 결과 일경험으로 도서관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결혼 후 20년 가까이 멈췄던 일을 갑작스럽게 시작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대감과 설렘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지만 예상외로 나에게 너무나 찰떡같이 좋은 경험이 되었다.


도서관 이용자들을 응대하고 서가의 책들을 정리하며 대출도서를 분류해 주는 단순한 업무였으나 모든 것이 너무 좋았던 경험이 되었다. 더 매력적인 것은 언제든 틈틈이 마음껏 책을 읽을 수도 있다는 것은 금상첨화였던 것이다.


아쉬웠던 것은 정해진 기간이 만료되어 그만둬야 했다는 거다. 간절히 더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깊어졌으며 그 생각은 자연스레 나를 움직이게 했다.


서울 50 플러스포털 사이트를 알게 되었고 내가 사는 지역센터를 찾아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길은 어디든 있고 기회는 항상 열려있음을 깊이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센터에서 열리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강연들을 열심히 찾아 들으며 동기부여가 되고 용기를 다지는 순간이었다. 그곳에서 또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지역 아동키움센터에 보조 선생님으로 일하게 되었다.


키움센터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더없이 행복했고 앞으로도 뭐든 할 수 있겠구나 라는 용기를 얻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그동안 나는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살아온 시간이다. 내 안의 틀 안에 갇혀 마치 그것만이 최고의 삶인 듯 착각하며 나로 살아오지 못한 시간이었다.


아이들만 바라보던 시선에서 방향을 살짝 틀었을 뿐인데 가족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더욱 편안하고 안정감이 느껴지며 서로에 대한 배려로 더 끈끈해지고 따뜻한 관계들이 되어간다.


이제는 내 삶을 기대하며 나만의 그림을 그린다. 사회에 복귀하여 즐거움으로 보람을 느끼며 일해본 경험은 나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보게 되었고 읽던 삶에서 쓰는 삶으로 이어져 간다.


길다면 긴 시간 나를 돌보지 못하고 내 삶을 살아내지 못했지만 그 역시 나에겐 의미 깊고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엄마가 처음이었지만 좌충우돌 지지고 볶으며 아이들도 나도 함께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기에 한없이 감사한 마음이다.


그 소중했던 시간은 앞으로 그려나갈 내 삶의 희망의 원천으로 가슴에 안고 나는 다시 나로 시작해 본다.


인생 후반전 나의 인생은 지금 여기서부터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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