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향해 걷기 시작하다.

도서관에서 길을 찾다.

by 샤인오름


우연히 찾은 도서관에서 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며 그렇게 도서관으로의 첫걸음을 떼게 되었다. 아침이면 아이들은 학교로 나는 자연스레 도서관으로 향하는 날들이 시작된 거다.


평소 같으면 아이들 등교에 남편 출근에 가족들을 깨우고 식사를 챙기고 배웅하며 동동거리는 날들이었다.

다들 각자의 자리로 나가고 나면 텅 빈 집안엔 아침의 바쁨이 고스란히 남아있곤 한다. 가득히 쌓여있는 설거지를 하고 바쁜 아침을 보여주듯 널브러진 옷가지들을 정리하며 하루를 시작했더랬다.


잠시 한숨 돌리며 TV를 본다거나 지인들과 커피타임으로 수다를 떨며 오전 시간을 의미 없이 보내곤 했다.

육아와 가사에만 전념하느라 나는 언제나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 누구의 며느리로 만 살아야 했다.


그렇게 나를 뒤에 두고 살았던 시간 속에 자연스레 경력단절의 시간이 꽤나 길어졌음을 비로소 느끼게 된다.




육아와 가사에 전념한 시절은 분명 행복했고 충분한 가치가 있었지만 나는 사라졌던 것이다. 그렇게 지극정성을 다해준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아이들은 잘 자라주었다. 더 이상 엄마 손의 필요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비로소 숨을 돌릴 틈이 생긴 거다.


그러나 막상 시간이 생기자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모르겠는 거다. 오랫동안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책 읽기를 시작한 나는 더 이상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지 않게 되었다.


특별한 목적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조용한 공간에서 빠져들듯 책 읽는 것이 그리 좋을 수가 없었다.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소리와 책장 사이로 지나는 공기는 묘한 안정감을 주곤 했다. 속삭이듯 낮은 목소리와 종이책을 넘기는 소리는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시작된 책 읽기는 아주 조용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내 삶 안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책 속의 문장들이 오래 멈춰 있던 나의 생각들을 하나둘 깨우기 시작했다. 어떤 문장은 내 마음을 정확히 꿰뚫어 보기도 했다.

어떤 문장은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감정을 깨닫게도 해주었다.


그렇게 조금씩 나를 돌아보게 된 거다. 그저 읽었을 뿐인데 책은 나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되곤 했다.

조용한 위로가 되었고 단단함 힘이 되었다.


우연히 들어간 도서관에 매료되어 펼쳐 본 한 권의 책은 내 삶의 방향을 바꾸게 해 준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역할 속에 머무는 사람이 아니었다.


내 나이 50이 넘어서 나를 찾는 독서 여정에 빠져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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