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날 때, 슬플 때, 기쁠 때

감정을 잘 알아차리나요?

by 샤인오름

약속시간을 잘 지키지 못하는 고등학생아들과 트러블이 생기곤 합니다.

처음엔 단순히 지각 문제로 붉어지기 시작한 문제가 친구들과의 약속까지 간섭하게 되었습니다.


엄마! 제가 알아서 해요. 그만하세요.라고 단호히 말하는 아들 앞에서 막문이 탁 막힙니다.


아들이 나간 후 호흡을 고르고 생각해 보니 아들 입장에서는 속이 상했을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 아들을 위한 일이라고 조언을 해준 것이지만 이미 목소리에도 짜증이 섞여 있고 표정도 곱지 않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립니다.




속 마음에는 짜증이 나거나 화가 난 것이 아닌 걱정이었고 속상함이었음에도 표현은 마음처럼 되고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나는 왜 내가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인가? 생각해 보니

어릴 적부터 감정은 표현하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속상한 일이 있어도 "괜찮다"라고 해야 했고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억울함이 있어도 울면 안 되는 것이었기에 꾹 참아내야만 했던 환경에서 자랐던 것이죠.


그렇게 어릴 적부터 감정은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접는 법부터 배웠지요. 말하지 않는 것이 침착함이라 배웠고, 속으로 삼키는 것이 배려라 여겼던 것이지요.


누군가가 나의 마음을 묻는 순간, 내 마음이 어떤지에 대해서 나도 잘 모르겠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니 선뜻 말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지요.


하지만 이제야 깨닫습니다. 감정은 감추는 것이 아니라 다루는 것이라는 것을요.


이제는 감정을 말하는 연습이 필요함을 느낍니다. 속상함과 염려는 좀 더 천천히 충분한 사유를 거치고 표현해야겠습니다.

말은 단순한 도구가 아닌 내가 나를 이해하는 방법이고, 타인이 나를 이해하게 하는 연결고리인 것이죠


오늘처럼 이렇게 조언인지 훈계인지 구분이 안될 경우엔 그저 묵묵히 있는 것이 나을 뻔했습니다.


아들이 약속시간을 못 맞추는 것에 화가 나는 것인지 염려가 되는 것인지를 잘 들여다봐야겠습니다.


"네가 지각을 하면 타인의 시간을 빼앗는 것이 되니 타인의 시간을 존중해줘야 하지 않을까?"라고 차분하게 말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내가 느끼는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잘 표현한다는 것은, 단지 유창하게 말을 잘하라는 것은 아니지요.

우선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그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데서 시작되는 것임을 마음 깊이 새기고 서툴더라도 표현해 가야겠습니다.


대부분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에서 갈등이 생기곤 했었네요.

속상함을 말하려다 화가 되고, 걱정하는 마음을 표현한다는 것이 짜증이 되곤 합니다.


어떤 감정은 꺼내려다 목이 메고, 어떤 감정은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감정을 잘 표현할 줄 아는 것은 나를 지키는 일이고 내가 나의 마음을 가장 진실하게 다뤄야 한다는 것에 생각이 머뭅니다.


의식적으로 자꾸만 나 자신에게 물어보고 어떤 감정인지 들여다보는 노력을 해가야 할 듯합니다.

내면 깊이에 있는 내 솔직한 감정을 꺼내고 그 감정 그대로 표현해 보려 노력을 하다 보면 점차 표현함에 있어 자유로워질 수 있겠지요.


화가 날 때, 슬플 때, 기쁠 때, 혹은 말로 설명하기 힘든 그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의 결들을, 때에 따라서 적절한 언어로 잘 표현하고 있는가에 대해 집중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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