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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ny Sep 03. 2021

습관처럼 또 이렇게

2021.08.28 안목해변

문득 일주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거울에 비친 내 옷차림에서 지난 여행들의 흔적을 보았다.



널널한 바람막이에 큰 백팩을 메고, 목베개를 걸어놓은 작은 슬링백을 앞으로 멘 내 모습이 비행기에서 내려 화장실 거울 속에서 매번 마주하던 내 모습이었다는 생각에 문득 웃음이 났다.


 캐나다로 워홀을 떠났던 그때부터였을까. 공항이나 버스터미널을 갈 때마다 내 옷차림은 항상 비슷했다. 온도 차이를 견디기 위해 바람막이를 입고, 장시간의 비행을 위해 목베개를 두르고, 돈이나 여권 같은 귀중품을 지키기 위해 슬링백을 메곤 했는데, 살아남기 위한 일련의 행동들의 집합이 내 머릿속에서 전형적인 여행자의 행색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옷차림을 제외하고는 참 많은 것이 변했다. 나이는 서른이 되었고, 직장을 다니고 있고, 독립해서 혼자만의 삶을 꾸리고 있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나를 맞이 해주는 건 가족들이 아니라 널브러진 옷가지들과 방 한구석에 기어 다니는 거미 친구들이라는 것.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고 빠르게 따라가길 강요당하는 이 시대에, 이렇게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발견하면 무척이나 반갑고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그게 심지어 자주 가던 맛집이나 장소, 좋아하는 사람처럼 내가 애정을 가진 것들이라면 더더욱.



 사람의 취향이라는 것도 참 버릇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삶이 지칠 때마다 여행을 떠나고, 여행 갈 때마다 이런 행색을 갖추는 건 내 취향인 걸까 아니면 어느새 버릇처럼 되어버린 내 습관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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