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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ny Sep 25. 2021

바다는 잘 있습니다.

우리도 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1.09.21 사천진 해변


너무 행복해서 지금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하는 날들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우리의 시계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천천히 흘러가게 하고 너무나 행복해서 평생 간직하고 싶은 그 순간들은 순식간에 흘려보낸다.



내가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면 숨 쉬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지듯이 지금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시계를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은 초단위로 더욱더 느리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지루한 수업을 듣던 그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기억하는가. 시간이 빨리 흘러갔으면 하고 자꾸만 자꾸만 시계를 쳐다보지만 초침을 보는 내 시선이 시침과 분침 위에 쌓이기만 할 뿐 그 무게만큼 무거워진 시계침은 나를 비웃듯이 마냥 더 천천히 흘러가기만 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 자꾸만 시계를 본다.

이 순간이 조금만 더 평소보다 천천히 흘러가길 간절하게 기도하며 시계를 쳐다보고 또 쳐다봐도 일초만, 일분만 지나있기를 바란다.


 

당신과 보내는 지금 이 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모래사장 옆 조그마한 바위에 걸터앉아 저물어가는 해와 흘러가는 구름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이 시간이 그대로 멈춰서 당신과 내가 영원히 지금 이 순간에 살았으면 좋겠다.



시간은 흐르고 지금의 우리도 이미 사라지고 있지만 지금의 우리가 더 이상 사라지지 않도록

여기 이 바다에 우리를 조금씩 조금씩 흘려놓고 싶다.



바다가 그곳에 잘 있는 것처럼 우리도 이곳에 잘 있을 수 있도록.




Toy - 너의 바다에 머무네(with. 김동률)

https://youtu.be/2SiNefAB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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