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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신의 이유 Sep 23. 2022

너라는 계절



본격적으로 여름.

발바닥이 바닥에 달라붙었다 착 떨어진다.

물기가 느껴지는 공기만 삼키다

물 한잔을 급하게 들이켠다.


쉼 없이 오고 가는 계절은

나에게 퍽 대단한 것이었다.


마치 농구 게임 중 작전 회의를 하듯

계절과 머리를 맞대고

이번 계절엔 뭘 하면 좋을지를 즐겁게 궁리했다.


봄에는 송이송이 탐스러운 벚꽃을 보겠다며

매번 약속이 있는 사람 마냥 집을 나서고


흩날리는 벚꽃잎을 잡겠다며

나무 밑에서 폴짝폴짝 제법 긴 시간을 씨름했다.


글쓰기는 늘 여름이 정점이었다.

빈 공간 없이 들이붓는 빗소리를 머금고

부러 마음을 찢는 시를 써댔다.


그 깊숙한 감정에 취해

우산도 없이 거리로 뛰어나가

맨발로 한참을 걷기도 하고

운동장에 대자로 드러누워있기도 했다.


가을은 또 얼마나 탐스러운가.

석류알 같은 짙은 단풍

발끝에서 바삭하게 부서지는 낙엽의 감촉


그렇게 풍경에 녹아

자전거를 타고 한참을 달리다 보면

겨울이 왔다.


퇴근길, 자주 가는 핫바 가게에 들러

양념소스 한 줄, 머스터드소스 한 줄

솜씨 있게 그려 넣고

김이 폴폴 나는 어묵 국물을 연신 후후 불어댔다.


계절은 내게, 그런 것이었다.


그러던 내가 하는 늘 같은 질문.


“오늘 며칠이야.?”


아무리 생각해내려 해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나는 네모난 틀 안에 손바닥을 대고

창으로 계절을 느낀다.


창은 커다랗지만 초라하다.

창은 뜨겁지만 달아오르지 않는다.

창은 닿을 수 없고 기억을 남기지 않는다.

창은 대답이 없고 살가운 소리가 없다.

창은 시선을 빼앗지만 마음을 뺏지 못한다.


매일 아침

그 창을 드르르륵 열며

새어 들어오는 진짜 여름의 맛을

혀끝으로 끌어당긴다.


매일 저녁

그 창을 드르르륵 닫으며

창에 비추는 나의 흐릿한 얼굴을

바라본다.


계절은 또다시 돌아오고


땀에 젖은 아이의 머리카락을 쓸면서

소매가 짧아진 윗옷을 입히면서

실컷 놀다 빨갛게 상기된 두 뺨을 만지며


너라는 계절을 실감한다.


널 처음 만난 겨울의 차가운 공기.

네가 처음 몸을 뒤집고

씩 - 웃던 미소에 반해 찾아든 봄.


그리고, 너를 끌어안고

오르는 이 뜨거운 온도로 여름과 이어진다.


싱그럽게 피어나는 너를 보며

이렇게 다시 계절을 느낀다.


너라는 계절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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