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꽃입니다

그녀는 봄입니다

by beShine

그녀를 처음 만난 때는 2010년 11월 15일이었습니다. 햇수로는 만 5년이 넘어가고 정확한 날짜수로는 오늘이 1949일째입니다.



그녀에 대한 첫번째 기억은 얼굴이 아니라 목소리였습니다. 완벽하게 여성적인 하이톤은 아니지만 꽤높은 음역대를 가지고 단어마다 특유의 토네이션을 가지고 빠르게 쏟아내며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공적인 영역인 사무실-사무공간에서 상대방을 '오빠'라고 칭하며 밝고 신선하고 카랑카랑한 말투로 대화를 이끌어가고 있었습니다. 회색빛 벽과 천정에 붙은 수많은 형광등이 가득한 그 공간에서 그녀는 독특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5년 후.


그녀와 나는 친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같이 일하고 밥먹고 회식하고 삼겹살 곤드레나물밥 안동국시도 같이 먹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자신과 남편, 가족, 친구 등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단정하고 꾸밈없이 옷을 입는 그녀는 쓰고있는 아이폰을 자주 떨어뜨려 액정을 산산조각내놓고 오랫동안 들고 다닙니다. 그녀는 소유하고 있는 자산규모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낡고 더러운 차를 몰고 다닙니다. 뉴욕, 도쿄, 상해, 뭄바이 등 세계 어느 대도시에서도 택시를 몰 수 있을 정도의 시원시원한 운전실력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한국에 우버가 도입된다면 베스트 여성 드라이버가 될 것이 확실합니다.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오래전부터 선언한 그녀는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기에 아마도 수많은 질문에 시달렸을 것입니다. 그녀의 여동생은 와타나베라는 이름을 가진 일본인과 결혼하여 현재 일본 삿포르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녀의 가족들은 그를 향해 '와서방'이라고 부릅니다. 또한, 그녀의 오빠 가족과 부모님들은 캐나다에 살고 있습니다. 가족 구성상으로도 지리적으로도 인터내셔널한 그녀의 전체 가족들은 지난해 대만에서 그리고 그전에는 일본과 중국,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가족 모임을 가졌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미리 얘기도 안하고 나몰래 크로아티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언니 나이스샷

속 얘기를 잘하지 않는 그녀는 비밀스러운 사람입니다. 밝고 밝은 그녀에게도 종종 시련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그녀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사람들과 살아가는게 쉬워지나요?" "아뇨. 그럴리가. 더더 힘들어져요." 한때 속한 조직에서 그녀가 맡은 일과 위치가 아주아주 어려웠을 때, 매일매일 야근과 새벽까지 일하고 밤새던 그녀가 떠오릅니다. 아침에 검은-갈색빛 얼굴을 나에게 보여주면서. 지구위의 어디에서나 다 그렇겠지만, 사람이란 기쁨 의욕과 아울러 피곤함 괴로움도 함께 주는 존재들입니다.


자주 그녀에게 말하곤 하였습니다. 오랜동안 삶의 중심에 있는 회사생활을 하루빨리 접고 '아름답게' 살아가시라고. 가장 중요한 자원인 '시간'을 아끼시라고. 아프리카와 남미의 저 멀리 오지로 가서 쟌다르크처럼 살아가시라고. 외람된 흔들기를 하곤 합니다. 사람을 둘러싼 물리적 사회적 심리적 환경은 요람이기도 하지만 펜스이기도 합니다. 과연 그녀가 그녀를 둘러싼 껍질을 깨고 나오게 될까요?


언젠가 그녀는 본인이 최근 시도하고 있는 활동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그녀는 도쿄마라톤 출전을 목표로 매일 20km씩 달리고 있으며, 전문가 선생님을 통해 플롯을 사사받고 있으며, 발레를 배우러 다니고 있습니다. 일전에는 발레를 하다가 허벅지도 다치고 종종 다리도 찢곤 합니다. 발레는 생각보다 위험한 운동입니다.



그녀가 오늘 생일을 맞이하였습니다. 예년같았으면 카카오 선물 보내고 말았을터인데, 이번 생일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생각끝에, 어젯밤 12시까지 기다렸다가 0:00시가 되자마자 카톡으로 제일먼저 생일축하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드립니다.


아직은 조금 쌀쌀한 봄 3월, 사랑하고 존경하는 H 누님 생일 축하드리고 늘 건강. 행복. 평안하세요.


튤립 꽃말 : 사랑의 고백, 매혹, 영원한 애정, 경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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