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언젠가 멈추게 되어있다

그 순간을 기억.

by beShine

오늘은 어린이날. 26개월 된 아이는 아직 놀이동산에 갈 나이가 아닌지라 붐비는 곳 대신 조금은 여유로운 공원과 할머니할아버지 댁에 다녀오는 것으로 일정을 보냈다. 낮잠시간이 조금 당겨진 것 때문이었는지 7시쯤 잠이 들었던 아이는 8시에 울며 깨어나, 보채는 아이를 차에 태워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사이 완전히 잠에서 깨어난 아이는 집에 들어가는 대신 밖으로 나가자고 들어가기 싫다고하여 아이 엄마를 들여 보내고 유모차에 아이를 태워 동네를 돌기 시작했다.



주택가 골목에 원래 있던 카페가 새로운 주인과 새 이름으로 바뀐것은 작년 언제였던거 같다. 이전 카페에서 팔던 햄치즈 토스트 파우치가 맛있어서 가끔씩 가곤 했었는데, 새로바뀐 이 곳에슨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던 것 같다. 육아라는 인생의 시대에 들어선 이후에는 본의 아니게 생활의 패턴과 습성이 많이 바뀌게 되는데, 특히 그 중 하나가 카페를 대하는 태도이다. 젊은 시절과 신혼 때에는 노닥거리며 앉아서 책도 보고 사람도 구경하던 그 곳은 이제 몰려드는 일과 보채는 아이, 어느덧 찾아온 세월의 무게감 속에 언제나 '테이크아웃에 샷추가'라는 형태로만 즐기는 곳으로 바뀌어져 버렸다.



카페를 지나니 평상시 자주 무심코 지나쳤을 교통표지판 하나가 나를 막아섰다. 살다보면 가끔씩 친숙하게 쓰고 읽고 말하던 어떤 단어나 문장이 생경하게 다가오는 때가 있곤 하는데, 오늘은 바로 이 '정지'라는 단어가 그렇게 유모차를 밀고 가던 나를 막아섰다. 그 앞에 나는 sign이 말하는 묵언의 지시에 굴복하여 한 동안 그렇게 서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내 앞으로 노오란 헤드라이트를 켜고 달리는 차가 2대나 지나가고 그들이 과속방지턱을 넘나드는 둔턱한 소리가 울릴 때쯤, 유모차에 탄 아이의 외마디 소리에 다시금 현실로 돌아와 버렸다.


그때. 나는 나의 작은 아이, 아들의 품에 안기고 싶었다.


공기는 습기를 가득 머금고 5월의 밤을 무색케 할 정도로 흡사 여름밤처럼 느껴지던 그 곳에서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과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공포와 씁쓸함이 한꺼번에 불어오는 바람처럼 내 몸과 내가 지지하고 있는 유모차의 손잡이를 휘감고 지나갔다. 아이러니하게도 동시에 낮동안 TV에서 보았던 걸그룹 멤버들의 화려한 춤 동작도, 그녀들이 뿜어내는 에너지와 어린 자태들 조차도 빛바랜 몸부림으로만 느껴졌다.


아버지를 포함하여 몇몇 어른들은 이미 겪었고, 나보다 7살이나 적은 후배에게도 닥쳤으며, 언젠가 나와 우리 모두를 흔드는 공포의 근원. 그 앞에서 나는 비겁하게도 내가 가긴 신념을 저버린채 작디작은 아이의 품으로만 숨어버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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