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풍을 앓다

2017년 5월

by beShine

지난 금요일 저녁부터 발목이 삐었나... 라고 느끼면서 잠을 자기 시작했는데, 거의 밤새도록 희안한 느낌의 아픔으로 거의 밤을 지새웠다. 다음날 아침에 약속이 있어서 잠을 계속 청했었지만, 새벽즈음이 되었을 때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아침이 되어 잠에서 깬 아내에게 상태를 얘기하였고, "통풍아냐?" 라는 한마디로 상황이 정리되어 버렸다.


이때부터 아픔의 강도가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토요일인터라 오늘 꼭 오전 진료를 받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겨우겨우 옷을 챙겨입고 병원으로 나섰다. 이미 이때부터 내 왼쪽 발은 몸을 지지하고 이끄는 기능을 상실하고 있었고, 발목을 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통증으로 나의 진로를 방해하였다. 운전대를 아내에게 맡기고 옆 자리에 탄채 끙끙 앓으며 인근 대학 병원 로비에 도착하였고, 저는 다리를 겨우겨우 끌어가며 수납을 하고 통풍을 다룬다는 류마티스내과로 향했다. (아 지금 그 시간을 다시 상기해서 글을 쓰려니 다시금 그 순간의 통증이 올라오는거 같기도...)


십수년 하나의 길을 걸어왔을 의사는 나의 다리를 살펴 보고, 나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였다. 그리고 본인의 판단에 따라 진단을 마무리 할 즈음, 의사는 세상에서 가장 질문이 많은 환자를 맞이하게 되고야 말았다. "통풍은 왜 생기지요?" "어제 아무것도 안했는데 어떤 요인이 발병에 영향을 주었을까요?" "음식에 대해서 말이 많던데 음식의 영향이 정말로 큰가요?" "제가 지병이 있어서 약을 먹고 있는데 그 약과 앞으로 먹을 통풍약은 어떤 관계인가요?" "이 통증이 얼마나 갈까요? 너무너무 아픈데.. ㅜㅜ" 등등 ... 요즘 의사들은 받은 질문에는 잘 답해줘야 한다는 어떤 교육을 받는걸까. 가만히 보면 질문을 하면 꼬박꼬박 친절히 소상히 잘 알려주지만, 묻지 않으면 가만히 내보낸다. 여튼 나는 통풍에 관련하여 인터넷에서 떠들어 대는 신빙성 떨어지는 내용과는 차원이 다른 의료 지식으로 무장할 수 있었다.


내가 알게된 것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 통풍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음식의 영향도는 30% 선이다. 단, 통풍 발병후에는 맥주나 탄산 등은 피하는 것이 좋고, 고기와 생선 등 소위 맛있는 것들의 섭취는 가급적 많이 줄여야 한다.

+ 현재 심혈관 질환으로 먹는 아스피린 계열의 약은 통풍의 원인인 요산을 보다 많이 생성시킬 수 있다. 이 부분은 참 괴로운 부분인데,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먹어야 하는 약이 또다른 병의 원인을 제공한다는 사실.

+ 유전적인 영향도 상당히 크다. 통풍 환자 중 상당수는 다른 비발병자들보다 요산을 체외로 배출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 통풍은 거의 맥락없이 발생한다. 특별히 무언가를 많이 먹거나, 스트레스를 받아서도가 아니라, 지맘대로 찾아온다고 한다. 이 부분도 참 괴로운 지점이다. 날카로운 비수를 품은 암살자는 언제든 수시로 어둠속에서 갑자기 나타나 내 몸을 예리하게 쑤셔놓을거라는 뜻이니.. 암울. 의사샘이 첨언한 것에 의하면, 추위 등 온도 변화가 혹시 영향을 좀더 줄수도 있다곤 하는데.

+ 통풍은 요즘 약이 워낙 잘 나와서 약으로 조절가능하다고 한다. 근데 제가요 매일 먹는 약이 이미 5개나 있어서요.


일주일 후에 다시보고 채혈하고 수치를 점검하자는 의사샘의 말에 위로를 살짝 얻으며, 다시 수납을 거쳐 병원 앞 왕복 8차선 대로를 겨우겨우 건너서 다시 아내를 만나 차에 타기까지 하 정말 - 대낮에 하늘이 노랗고 눈이 그렇게 부실수가 없었다. 특히 건널목을 건널때는 도저히 한번에 건너서 넘어갈 수 없을듯하여 중앙선에 서있다 갈까 싶기도 했었다.


의사샘이 처방해 준 통풍약, 현재는 급성염증 상태라 요산을 갑자기 낮추려고 수치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더 심각한 어려움이 올 수도 있으니 일단 염증을 줄이는 것이 먼저라고 하였다.


집으로 돌아온 때가 토요일 낮 시간 이었는데, 이때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거의 24시간 동안은 끔찍한 고통의 시간이었던듯 하다. 왜 이 병의 통증이 해산의 고통에 비교되는지, 개인적으로 겪어봤던 최악의 고통이었던 대상포진보다 훨씬 더 날카롭고 강도가 심했던 것 같다. 발이 어딘가에 닿을 때마다 처음에는 바늘 10여개를 동시에 찌르는 것 같더니 나중에는 40-50개로, 그리고 최고조때는 예리한 송곳으로 깊숙히 한번에 후벼파는 느낌이었다. 바람만 닿아도 그렇게 아프다더니, 약간의 울림과 부딪힘, 진동에도 환부가 심하게 쑤셔대고, 누워서 발의 위치를 조금이라도 바꿔서 이불에 발이 조금만 닿아도.


"아악!!!!!!!!!!!!!!!!!!!!!!!!!!!!!!!!!!!!!!!!!!!!!!!!!!!!!" 소리나는 비명을 지른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정말 비명의 병. 그 자체인것 같다. 특히 고통이 심했던 2일차 오후 늦게에는 발을 디딜수조차 없게 되어서 화장실도 엎드려 기어 아픈 다리를 들고 가야만 했다. 이 극심한 고통 속에 머릿속에 아이러니하게도 두 가지 것이 동시에 보였었는데, 앞으로 몇십년동안 과연 생명을 유지하며 살 수 있을까라는 것, 지극히 평범한 하루하루의 건강한 삶이 계속된다는 것이 사실 얼마나 대단하고 어려운 일인가에 대한 생각. 또 하나는 이렇게 심한 고통이 생각보다 영속적이지는 않겠다는 근거없는 확신 등이 동시에 눈앞에 아른거렸다.



3일차 아침부터는 약효가 조금씩 들기 시작했는지 통증도 조금은 줄어들고, 발도 살짝 디뎌지기도 하였었다. 아내가 사다 준 수면양말과 슬리퍼, 그리고 특히 지팡이의 도움을 받아 집안에서 움직일 수 있었고, 답답했던 집안을 벗어나 집앞에 가서 앉아 있을수도 있게 되었다.


4일차를 넘어가는 지금은 앉아서 글도 쓰고 쩔뚝대며 걸을수도 있기에 상당히 회복된 느낌이 들지만, 평상시 40분씩 지하철에 서있고 15분 이상 열심히 도보로 이동하던 출퇴근길을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일단 지팡이가 있다긴 하지만 쩔뚝대면서 이동하는데 시간도 너무 오래걸리고 오히려 이제는 통풍에 걸리지 않은 오른쪽 발목이 욱씬대기 시작한다. 무거운 몸을 그간 혼자 지탱해 왔기 때문이리라.


여하튼 지난 며칠동안 짜릿한 극한 고통을 맛보고 이제는 진정국면으로 들어선 듯한데, (이 고약한 질병은 바로 다음주에도 재발가능하며, 그리고 한군데말고 동시다발적으로도 생길수 있다고 한다) 증상완화를 위해 써봤던 방법들 중 도움되었던 것들을 쓰며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 일단 무조건 병원, 빨리가라. 가급적 큰 병원이 좋겠다. (류마티스내과가 있는 병원으로)

+ 물 많이 먹기 (2리터 pet병을 계속 들이켰다)

+ 커피 (아메리카노로 따듯하게 먹었는데, 이건 심리적인 측면에서 도움. 에스프레소는 안좋다기도)

+ 얼음찜질

+ 지팽이, 수면양말, 실내 슬리퍼 (한참 나중에 깨달은 거지만, 발이 바닥이나 어딘가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다)

+ 발 밑에 베개, 이불 등을 넣어서 누웠을 때 발이 높게 올라가도록

+ 그리고 최소 3일 이상의 휴가 (이동불가에 통증이 심하여 회사에 가도 도움이 안됨, 갈수도 없겠지만)

+ 미드나 영드 시리즈 한 편

이번 투병내내 날 위로했던 닥터후. 질병없는 곳으로 날좀데려가주오

옆에서 날 위해 돌봐주고 수시로 잡아주고 먹여주고 기다려주고 내 비명 다 받아주고 주말내내 애 혼자보고 청소하고 집안일 다하느라 고생한 아내에게 너무 미안하고 고맙다. 남자가 왜 결혼을 하는가? 아프고 힘들때 의지하기 위해서인듯하다. 그리고 딸이 없는 나는 노후의 병이 노년이 걱정된다고 했더니, 아내가 말한다. 그때는 아들딸 대신 국가가 좀더 신경써주지 않을까? 라고. 과연...?

환자요양과 육아를 주말내내 동시에 하고나서 뻗어잠든 아내


ps. 내가 글을 쓰는 것을 왜 시러하는지 이 글을 쓰면서 또 깨달았는데, 한번 손대기 시작하면 오래 걸린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래 그냥 난 이 특별한 괴로움을 망각의 기억이 아닌 사실로 남기기 위해 수고한 것일 뿐이야. 그이상도 그이하도 아니야. 이건 그냥 작은 일기일뿐이야. 다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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