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 #273
저것은 '개'인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그의 옆에 그와 나란히 걸어오고 있는 것의 정체에 대하여 순간 멍하니 바라보았다. '개'를 본 적이 도대체 얼마만이었던가. 기억이 맞다면 정확히 48년전 흘러나오던 뉴스에서는, '개'라는 종이 멸종하였으며, 마지막까지 생존했던 그 종의 마지막 모습을 그 힘없이 늘어진 노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지 않았었던가. 불현듯떠오르고 스쳐간 그 순간-일종의 역사적 기억이 이렇게 선명한데, 그는 대체 저 '개'를 어떻게 곁에 데리고 있을수 있단 말인가. 그때의 그것이 사실이었다면, 그의 옆에 있는 것은 '개'처럼 보이는 다른 종이란 말인가? 그래도 나는 '개'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세대였기에 찬찬히 그것의 모습과 행태를 관찰 비교할 수 있었다. '개'처럼 보이는 그것의 머리와 얼굴 부분은 차라리 이미지를 변조한 사람의 두상과 비슷해 보일 뿐. 딱히 '개'라고 확신을 갖기에는 무언가 미심쩍은 면이 있었다.
그 짧은 시간에 내가 느꼈던 의심과 회의, 검증의 기운을 느꼈던 것일까. 그는 그 '개'처럼 보이는 존재 - 분명히 4발로 전진하고 있는 - 를 이끌고 내 옆을 빠져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그 순간 그 '개'처럼 보이는 그것은 나를 응시하였고, 나는 그것이 내뿜는 빛과 기운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때마침 나타난 블랙핸드가 아니었다면 어떤 상황을 맞이했을지 지금으로서는 통 상상할 수가 없다. 블랙핸드는 나의 어깨를 붙잡아채어 그와 그의 '개'처럼 보이는 그것으로부터 나를 떨어뜨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