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옹알이처럼 변해버린 세상의 언어를 다시 배우다

40대, 너무 앞서간 세상 앞에서 ㄱㄴㄷㄹ부터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

by 오늘도 가장

나이 마흔, 벌거벗겨진 듯한 무력감


지난 글에서 아내와 제가 돈을 잃었지만, 가장 귀한 것인 서로의 사랑과 믿음을 얻었다는 깨달음을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깨달음은 잠시, 현실은 저에게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차가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퇴사 후 뭐라도 해야 했기에 이력서를 수도 없이 넣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나이가 많다"는 싸늘한 한마디뿐이었습니다. 변변한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구하기 어려웠습니다. 또다시 절망에 빠지려던 그때, 우연히 미디어에서 블로그로 안정적인 수입을 얻었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블로그'를 시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컴퓨터 앞에 앉아 '내가 뭘 써야 할까'를 고민하던 순간, 충격적인 진실을 깨달았습니다.


평생 독서를 좋아하지도 않았던 사람이 이제 와서 '글'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사진 편집이나 영상 촬영 같은 모든 기술적인 요소들이 저에게는 너무나 생소하고 낯설었습니다.


세상은 이미 너무나 많이 변해버렸는데, 저는 마치 세상의 언어를 ㄱ, ㄴ, ㄷ, ㄹ부터 다시 배우는 기분이었습니다.


나태했던 과거에 대한 자책


그때, 저는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했던 제 삶을 처음으로 의심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제가 주체적으로 무엇인가를 선택하거나 능동적으로 삶의 방향을 정해보며 살아왔던 경험이 거의 없었습니다. 늘 주어진 환경과 역할에 충실했을 뿐, 오롯이 '나'만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 글쓰기 앞에서 저는 완전히 길을 잃은 듯했습니다.


글 하나를 완성하는 데도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느려터진 손과 머리로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을 때마다, 저는 과거에 자격증이나 새로운 것들을 공부하지 않고 너무 나태하게 살아왔던 제 자신을 자책하고 반성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이 마흔에 이르러서야, 저는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현실을 통해 인생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마주하게 된 것입니다.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의지는 뜨거웠지만, 첫 단추부터 막혀버린 기분이었습니다. 마치 벌거벗겨진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나이는 40대인데, 사회가 요구하는 가장의 역할 앞에서 저는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막다른 골목에서 붙잡은, 아빠라는 이름


그렇게 며칠 밤을 고민과 자책으로 지새우던 끝에, 저는 제 삶의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주제를 붙잡기로 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좋은 아빠가 되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돈도 기술도 없지만, 아이에게는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첫 글은 거창한 성공 노하우가 아닌, 아이를 향한 저의 진심과 미래에 대한 약속이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 글을 쓰고 나서야 저는 비로소 방향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글을 쓰는 행위가 곧 저의 삶의 지침이 되었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좋은 아빠로 살아가기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매일 고민해 보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저의 무력감은 이제 가족을 위한 성장의 연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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