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잔고는 마이너스, 아이 웃음은 플러스 (연재 2편)
지난 글에서 저는 막다른 골목에서 '좋은 아빠가 되겠다는 다짐'이라는 성장의 연료를 찾았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삶의 방향을 잡았고, 무력감을 극복할 힘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시작의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아내의 응원이었습니다.
사실 블로그를 시작한다는 것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절박함 속에서, 돈을 벌지 못할 수도 있는, 어찌 보면 철없이 마땅한 대책도 없어 보이는 남편의 모습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묵묵히 저를 바라봐 주었고, 제가 원하는 만큼의 돈을 벌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이 도전을 진심으로 응원해 주었습니다. 나에게 언제나 '잘 할 거라는 믿음'을 주었던 아내가 있었기에,저는 블로그를 시작할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제게 블로그는 단순히 '자아실현'을 넘어섰을 때, 현실은 차가워졌습니다. 이제 블로그는 '돈을 벌어야 한다는 절박함' 그 자체였습니다.
저는 각종 블로그 강의와 성공 사례를 찾아보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모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지속 가능한 소재를 찾아, 조급하더라도 참고 꾸준하게 글을 쓰세요. 당장 수익을 기대하지 마세요. 시간이 쌓이면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론은 완벽했습니다. 그들의 말대로 한다면 6개월 뒤에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문제는 저에게 그 '참고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통장에서 매달 200만 원씩 사라지는 속도를 이미 경험했습니다. 퇴직금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고, 벼랑 끝에 선 저에게 '조급하더라도 참고 기다리라'는 조언은 너무나 공허하게 울릴 뿐이었습니다.
제가 느낀 절망감은 단순히 구직 실패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이 나이, 이 경력은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지 않는 '어정쩡한 잉여'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정규직 자리에서는 '나이가 많다'고 거절당했고, 당장의 생계 때문에 문을 두드린 아르바이트 자리에서도 '과분하다'며 문전박대당했습니다. 세상은 마치 저에게 "너의 40대는 쓸모없다"고 선고하는 듯했습니다.
블로그 외에 다른 방향을 볼 여유도, 퇴로도 없었습니다. 당장 내일의 생활비를 벌어야 했기에, '천천히 꾸준하게'라는 조언은 가장 잔인한 명령이었습니다.
3개월 뒤의 '지속 가능한 수익'을 기다리는 동안, 제 통장에는 마이너스라는 붉은 글씨가 찍힐 게 분명했습니다. 저의 절박함은 '꾸준함' 대신 '즉각적인 결과'를 요구했습니다. 결국 저는 전문가들이 권하는 블로그 장기전 전략을 따를 수 없었습니다.
사실 저는 퇴사 후 아이와 아내를 위해 요리라는 것을 조금씩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돈을 잘 벌 때처럼 매번 배달 음식에 외식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가장으로서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평생 시도해 본 적 없던 요리를 시작한 것은, 외식보다는 식비를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생존 전략이기도 했습니다. 퇴사하기 전까지는 주방 근처에도 가본 적 없던 제가, 집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새롭게 시작한 일이었죠.
그리고 이 절박함 속에서 불현듯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내가 배우기 시작한 요리를 글로 옮기면 어떨까?"
'좋은 아빠'의 글을 잠시 접고, 저는 요리 콘텐츠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게 정말 지속 가능한 소재일지, 내가 잘할 수 있을지 시장 조사를 할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조급함이 낳은, 충동적인 첫 아이템이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여기서 또 다른 현실의 벽에 부딪혔습니다. 요리 재료를 살 돈이 없었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해야 하는데, 당장 마트에서 재료를 사 올 여력조차 없었던 것입니다.
절망하려던 순간, 뜻밖의 구원자가 나타났습니다.
다행히 제 부모님은 평생 자식들만을 생각하며 살아오신 분이라, 텃밭에서 소소하게 농사지은 채소를 나눌 때가 가장 행복이셨습니다. 부모님을 뵐 때마다 늘 자연스럽게 농작물을 한 보따리씩 얻어왔죠. 또한, 처가 이모님들이 야채 장사를 하셨는데, 멀리서 운전해서 오는 고생을 아셨기에 처가에 뵈러 갈 때마다 감사의 표시로 채소를 한 보따리씩 챙겨주셨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돈 때문에 시작한 블로그'는 '돈이 없어서 시작할 수 있었던 블로그'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 귀한 채소들을 낭비하지 않고 요리해야 했습니다. 이 채소 한 보따리에는 단순한 재료 이상의 가족의 사랑과 희망이 담겨 있었고, 저는 이 감사함을 잊지 않기 위해 매일 주방에 섰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초보 아빠의 짠내 나는 요리 도전기'는 예상치 못한 반응을 불러왔습니다. 처음에는 독자들이 '아빠가 요리를 한다'는 점에서 신선함을 느꼈는지 블로그 유입과 조회수가 빠르게 올라갔습니다. 단 몇 주 만에 제가 생각지도 못했던 숫자들이 찍히기 시작했죠. 마이너스가 찍히던 통장 잔고와는 반대로, 조회수는 플러스로 치솟는 것을 보며 저는 비로소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습니다.
더 기뻤던 것은 가족의 반응이었습니다. 매일매일 아내와 아이를 위해서 음식을 만들고, 그들이 "아빠, 이거 진짜 맛있다!"라고 외치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수록 제 기분도 덩달아 좋고 행복해졌습니다. 조회수라는 외적인 성공보다, 가족의 미소라는 내적인 성공이 저의 무너진 자존감을 가장 빠르게 회복시켜주었습니다.
저는 깨달았습니다. 당장 돈이 되지는 않더라도, 이 블로그를 통해 가족에게 '좋은 아빠'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진심이 독자들에게도 전해지고 있다는 것을요.
과연 이 작은 성공은 저의 재정적인 문제까지 해결해 줄 수 있었을까요? 다음 연재에서 제가 직면했던 처절한 시행착오를 공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