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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ly cloudy(애니메이션)

내 앞에 놓인 보자기. 나는 어떤 마음인가?

by shine

Partly cloudy

황새가 물고 가는 보자기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창가에, 문앞에 고이 놓인 보자기가 풀어지며 방긋 등장하는 어린 생명들.
내 앞에 놓인 보자기. 나는 어떤 마음인가?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구름들( 삼신 구름들이라 부르련다)은 저마다 자신의 일부를 떼어내어 애정을 담아 만들어낸다. 귀여운 고양이, 럭비공을 좋아하는 아이, 앙증맞는 아기새 등을 보는 그들의 시선에는 애정이 뚝뚝이다. 반면 조금 아래 먹구름은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그 역시 조금은 거칠고 까칠하기는 하지만 자신의 일부를 떼어내 만든 그것들에 진심인 듯하다. 그들로 인해 쩔쩔매는 배달부 황새가 안쓰럽고 그래서 때론 그에게 미안한 표정을 짓지만 그럼에도 그들을 탓하거나 그들의 행동에 실망한 기색은 없다.
그렇다. 모든 생명은 그 자체로도 존귀하고 소중하다고 우리는 배운다. 하찮게 여기는 미물조차도 조금 더 그것의 탄생 순간에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면 미물이라 부르기가 머쓱해지고는 하니까. 얼마전 아들이 방과후 생명과학 시간에 받아온 올챙이 오형제를 대하는 모습을 보니 또 웃음이 난다. 꼬물꼬물 올챙이가 톡톡 밥알을 뜯어 먹는 모습이며 꼬리를 흔들어대며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으면 언젠가 뒷다리가 나온다면 참 기특하여 쓰담쓰담하는 마음이 들것도 같다. 이런 과정을 지켜본 이라면 개구리 한 마리의 팔딱임도 참 애쓴 도약의 순간이라 부르게 되지 않을까?아들이 애지중지하며 올챙이를 보살피는 모습을 바라보자니 그저 존재만으로도 충만하게 아이들과 함께였던 시절이 있었나 기억을 더듬게 된다. 분명 있었는데 지금은 왜 이런걸까? 본성에 따라 마구 물어대던 아기 악어처럼, 삐죽삐죽한 가시로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상대에게 가시를 박히게 하는 고슴도치처럼, 아이들과 나도 각자의 모습대로 살면서 서로를 아프게도, 슬프게도 그리고 실망시키며 살아간다.
먹구름은 천둥과 번개로 자신의 감정을 풀어내는 과정을 거친다. 주위 흰 구름들은 다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여 조금은 불안하지만 먹구름은 자신의 일부를 떼어낸 그들을 그럼에도 품어낸다.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이제는 배운 것만이 아닌 삶으로 살아내야 하는 때가 내게도 온 것이다.
나? 그래서 얼른 황새한테 물어보려고 한다.
"황새야! 그 헬멧하고 보호장비는 어디서 빌리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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