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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 Cocoon 애니메이션

고치속에서 열린 세상으로.

by shine

Sweet Cocoon

우리에게는 모두 최고의 순간이 있다. 그 최고의 높이는 본인도 가늠키 어려울 수 있지만 개인의 삶을 그래프로 나타내면 심장박동음이 기계에 표시되듯 미세하게나마 분명 오르내림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오르내림의 +와 -는 무엇으로 결정하는 것일까? 경제적 수입 ? 건강 상태? 친구 관계 ? 아마도 개인마다 그 기준점은 퍽 차이가 날 것이다. 우리의 최고의 순간, 가치를 부여하는 기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애니매이션 Sweet Cocoon이다.
살이 피둥하게 오른 애벌레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 고치에 몸을 밀어넣으려 발버둥치기를 한참. 어디선가 나타난 2마리 곤충들의 도움으로 고치 입성에 성공한다. 하지만 오랜 준비 과정을 지나 마침내 고치 밖으로 나오는 그 때가 그래프의 최고점을 찍는 순간일거라는 우리의 예상은 어이없이 빗나가버린다. 그 생각지 못한 반전에 요즘 말로 현타(*현실 자각 타임 - 헛된 꿈이나 망상 따위에 빠져 있다가 자기가 처한 실제 상황을 깨닫게 되는 시간)가 온다. 그리고 나서 다시 차근히 상황을 살펴보니 그 곳은 무방비 상태의 고치가 있기에는 누구나 빤히 들여볼 수 있는 장소다. 중간중간 비치는 하늘 위를 떠다니는 새의 그림자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었다.
세상은 평면이 아니다. 고치를 둘러싼 입체적인 세상은 그것 주위의 옆,뒤,아래로 어떤 일이 예고될지 알 수 없었기에 한 쪽에만 몰두했던 나를 이제야 현실로 끌어낸다. 고치에서 나오던 나비를 보며 현타를 경험하고 어안이 벙벙했던 나와는 달리 애벌레를 도와주던 2마리 곤충들의 덤덤한 반응을 지켜보며 또 한 번의 현타가 온다. 나에게는 참으로 뼈 때리는 상황이라 여겨지는 일로 아픔에 허덕일 때 때로는 외부의 덤덤한 시선을 빌려서 "살다보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야~ 그럴 수도 있어"라며 담대함의 밴드로 내 마음을 치유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여본다.
세상은 평면이 아니다. 고로 나도 입체적인 모습을 꿈꿔본다. 그 고치 속의 애벌레가 나비로 날아올라 바닥에 머물렀던 시선을 끌어올렸다면 세상을 다르게 보았을텐데 그것이 애니메이션에서 보다시피 참 간단치는 않은 듯하다. 나의 시각을 바닥에서 끌어올려 열린 세상을 보는 법. 아직도 고치이기에 미궁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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