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배대웅 작가님의 글쓰기 세미나
아빠가 돌아가시고 1년이 지났다. 브런치작가가 된 지 1년이 넘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언젠가 제대로 글을 써보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을 현실로 만든 건 애도의 마음이었다. 아빠와 기억 속에 머물러있는 나를 첫 브런치북에 적어 보낸 것이 시작이 되었고, 한국과 미국 그리고 영국에서의 시간과 경험이 빚은 나의 생각과 믿음을 재료 삼아 총 48편의 글을 썼다. 평소에도 휴대폰문자를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고 목까지 끌어올린 말을 내뱉는 중에도 점검하는 성향 때문일까, 글을 세상에 내어놓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가 않아서 나의 작가의 서랍에는 60개의 미완성 글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1년이란 기간 동안 구독자수가 폭발하는 인기작가가 됐다거나 글이 출간으로 이어졌다든지 하는 드라마틱한 사건은 없었다. 하지만 잔잔히 빛나고 싶다는 나의 브런치 필명처럼 차분한 행복으로 가득한 나날이었다.
나의 첫 번째 구독자 남편 디디씨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나의 글쓰기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주고 있다. 글이 언제 올라오는지 성실하게 재촉하는 '연재경찰'이자 누구보다 먼저 라이킷을 눌러주는 '무라이킷방지위원회'인 남편은 브런치를 통해 나란 사람을 더 알 수 있다며 좋아했다. 나 역시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브런치에 머물면서 오래 알고 지낸 친구들도 모르는 이야기들을 꺼내놓았을 때 얼굴도 본 적 없는 브런치 이웃분들이 like it 하트로 응원해 주었다. 소중한 시간을 내서 내 글을 읽어주었고 정성스러운 댓글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 역시 글벗님들을 방문해 새로운 세상을 만났고 지혜를 얻었다. 글에 새겨진 고통과 기쁨을 함께 느끼며 울고 웃었다. 그 과정에서 내적 친밀감이 생겨나 언젠가 티타임을 하고 싶다 마음에 킵하게 되는 작가님들도 생겨났다.
문과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과학 글을 주로 쓰는 배대웅작가님도 그중 한 명이었다. 한없이 차갑게 보았던 과학을 온정 가득한 학문으로 새로 소개해준 게 작가님의 글이었다. 그래서 글쓰기 코칭책 출간을 위해 대웅작가님이 글쓰기 세미나를 운영할 거란 소식이 무척 반가웠다. '사람들이 읽고 싶은 가치 있는 글을 내가 쓸 수 있을까.' 고민 중이던 나는 어서 달려가 참가신청을 했다.
6명의 작가님들과 함께한 총 4번의 세미나 시간은 매우 유익하고 즐거웠다. 찌는듯한 여름날 대전 세미나실에서 있었던 첫 만남은 아직도 생생하다.
글이 뭐길래, 전국각지에서 모여온 우리는 3시간 동안 쉬지 않고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2회 차부터 온라인으로 진행된 세미나는 밤 10:30에 시작해 두 시간 동안 진행되었는데 1시가 다 되어 침대에 누우면 벅찬 감동이 찾아오곤 했다. 야심한 시각에도 글을 더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가치를 공유하는 인연을 만났다는 자체가 내겐 힐링이었다. 글쓰기에 필요한 기술도 많겠지만 정말 없어서 안될 것은 서로의 창작활동을 응원해 주고 영감을 주는 서클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는 지점이었다.
세미나를 통해 작가님들과 교류하면서 출간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정말 인고의 과정을 겪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세트상품으로 따라오는 싫어하는 일을 견뎌내야 한다는 이치가 아주 정직하게 적용되었다. 마음에 와닿는 표현, 독자를 잃어버리지 않고 다음 문장 또 다음 문장으로 이끄는 실력을 갖추는데 지름길은 없었다. 조급함을 내려놓고 꾸준히 글쓰기를 이어간다면 그 길 끝엔 분명히 더 또렷해진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써온 기간, 출간경험 유무, 쓰고 싶은 글의 종류 등이 다양한 우리가 공유하는 고민이 있었다. 어떤 글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하고, 읽을만한 글일까 갈등하고, 경력이 쌓여가도 창작의 과정은 고행이다. 심지어 글쓰기를 업으로 삼게 된 사람들에게도 동일하게 어렵고 스스로가 한없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고통스러운 여정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글을 통해 내 안의 메시지를 전하는 이 일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란 점에서 '비틀비틀'이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https://www.youtube.com/watch?v=fp61-xg_I_Y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싶었던 무명가수의 감동적인 무대를 보았다. 그 애절함이 내게도 고스란히 전해져서 눈물이 났다.
내 목소릴 찾고 싶어서
수백 곡 수천 곡 부르고 불렀어
반복되는 녹음 끝없는 두 마디...
진짜가 되고 싶었어
부끄러운 박수는 너무 무거웠어
거품처럼 사라질까 봐
수많은 멜로디 썼다가 지웠어...
10년이 지나도 끝없는 질문들
왜 아직 부족할까...
그런데 이 노래가 실력파가수로 유명한 정인이 지은 노랫말이라니. 이 노래 내용에 동화되어 눈물 흘리는 사람이 유명가수 거미라니. 상대적 실력을 떠나 대중의 평가를 떠나, 우리 모두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나아가고 있구나. 코끝이 시큰했다.
나는, 삶의 무대에서 비틀비틀 걷다가 미끄러진 누군가 옆에 말없이 같이 앉아 기다려주는 글을 쓸 수 있을까? 넘어진 누군가가 다시 일어나려 할 때 손을 내밀어주는 그런 삶을 글에 녹여낼 수 있을까? 그 길이 울퉁불퉁해도 계속 씩씩하게 걸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