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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안부를 묻다

블랙핑크 로제의 Number One Girl

by 샤인젠틀리

"채영이가 좋아하는 랜덤게임~"

발랄한 한국어로 시작하는 블랙핑크의 메인보컬 로제의 영어 솔로곡 APT(아파트)가 국민비트 3,6,9를 타고 세계를 접수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글로벌 히트곡과는 전혀 다른 색깔의 신곡이 발매되었다. 2024년의 첫눈이 내리던 날 나는 이 노래를 우연히 접했다. 살을 에이는 추위와 함께 조용히 내려앉은 새 하얀 눈처럼 그녀의 노래가 내 영혼 깊숙한 곳까지 울리며 흔적을 남기고 갔다.


평소 뼛속까지 가사파인 나는 늘 그렇듯이 가사를 검색해 한 줄 한 줄 따라가며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당신이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이 메시지가 맞나요?"

확인하고 싶었던 나는 가삿말의 출발점을 찾아 검색엔진을 켰고 뉴질랜드 라디오 디제이 제인 로와의 인터뷰 영상에 담긴 Number One Girl 탄생 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는 각종 규모있는 행사들에 초대되어 시간을 보내고 찾아온 텅 빈 느낌을 마주하며 시작되었다. 아래는 그녀의 발언을 간추려 번역해 본 내용이다.



이렇게 화려한 행사들에 제가 참여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어요.
하지만 나는 무엇인지도 모를 것을 쫓고 있다는 공허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날밤 SNS에 저를 산산이 부숴버릴 댓글들을 찾아보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어요. 너무 싫었죠. 다음날 일어났을 때 곡을 쓰고 싶어 졌어요.
아주 진실된 곡을 말이죠. 나 스스로에게 얼마나 실망했는지...
스스로 성장했다고 생각했고 한동안 저는 다른 사람들이 날 좌지우지 하지 못한다 생각하고 살았지만 그날밤 그 누군가의 힘은 엄청났어요.
나를 나쁘게 대하는, 나를 잘 알지도 못하고 말하는 그들에게 사로잡혀있었고 저는 이 집착에 대한 노래를 쓰고 싶었어요.
누군가에게 간절히 사랑받기 원하는 감정,
그 취약성에 대해서요.



그녀가 노래에 담아낸 진실됨은 훼손 없이 내게 전달되었다. 비참하고 취약한 감정도 숨기지 않는 그녀의 용기가 슬프도록 아름다웠다. 자신을 공격하고 상처를 입힌 사람들에게 시원하게 욕을 해줄 수도 있고 천벌을 받기를 기원하거나 '두고 봐라 내가 본때를 보여줄 테니.' 이를 갈 수도 있었겠지만... 그녀는 곱디고운 말투로 가장 깊은 곳에 숨겨 두었을 여린 마음에 어떤 옷도 입히지 않은 채로 내보여 주었다.


Tell me I'm that new thing, tell me that I'm relevant

Tell me that I got a big heart, then back it up with evidence


Tell me that you need me, tell me that I'm loved

Tell me that I'm worth it, and that I'm enough

I need it and I don't know why



Isn't it lonely?

I'd do anything to make you want me

I'd give it all up if you told me that I'd be

The number one girl in your eyes


장미꽃처럼 어여쁜 그녀가 사랑해 달라고 애절하게 부탁하고 있었다. 나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달콤하고 따듯한 말들을 속삭여 달라고. 그것을 위해서라면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그녀의 가슴 절절한 외침. 노래 아래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그들 삶에 로제가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존재인지 표현하는 진심 어린 고백의 행렬이 이어졌다.


나는 이 노래를 몇 번이고 반복재생해 들으며 먼저는 로제를 옆집에 사는 사랑스러운 동생을 바라보듯 꼬옥 안아주고 싶었다. 자신의 연약한 모습을 노래하고자했으나 사실 그녀는 그 누구보다 용감하고 강한 사람이기에 이토록 솔직할 수 있다는 걸 상기시켜주고 싶었다. 그 다음은 나를 다독여 주고 싶었다. 어린 시절 많은 날들을 사랑받기 위해서 애썼고 성인이 된 지금도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때때로 몸부림치는 나 자신의 손을 가만히 잡아주고 싶었다.

브런치작가가 된 이후로 행복하다. 좋아하는 글을 쓸 수 있고 내 자식 같이 애틋한 글들을 기꺼이 읽어주는 벗님들을 만날 수 있는 이곳이 참 좋다. 하지만 동시에 남이 읽고 싶을 만한 가치 있는 글이 되어야만 한다는 부담감에 내 작가의 서랍은 발행되지 못한 많은 글들이 무한 동면에 들어가기도 했다.

맞다. 가수도 작가도... 세상의 어떤 일이든 의도한 대상에 어필이 되고 그들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함에는 이견이 없다. 지금껏 그래왔고 앞으로도 내게 주어진 역할을 다하기 위한 경주를 계속해서 달려갈 테지만 오늘밤만큼은 아무런 조건도 내걸지 않은 채로 나 스스로를 안아주고 싶었고 이 글을 찾아준 여러분들께도 위로와 격려를 나누고 싶었다.


우리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한없이 소중하게 빛나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늘 One and only였다고.




*제 글을 찾아주시고 소중한 마음을 남겨주시는 모든 작가님들과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합니다. 의미 있는 순간들이 모여 잔잔하게 빛나는 2024년의 마무리가 되시길 마음 담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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