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멘붕 옴.
수업내용을 모두 순차적으로 기재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선생님의 커리큘럼을 공개하는 것이 허락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교육원이라도 선생님마다 진행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인상 깊고, 깊게 고찰해야 할 만한 주제들만 다룰 예정이다.
솔직히 말하면, 첫 번째 수업이 끝나고 나서는 멘붕이 찾아왔다. 드라마 쓰는데 너무 필요한 요구조건이 많았고 또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신념하고 어그러진 게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 이틀 정도 지나고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나의 잘못된 아집과 습관을 고치자고 생각했다.
1. 가지고 있는 소재를 모두 쓰려고 하는 욕심.
선생님이 이 말씀을 하실 때 지난번에 스쳐간 대본이 생각났다. 내 생애 첫 드라마 대본이자 MBC공모전에 냈었던 그 작품. 처음이다 보니 재밌게 쓰고 싶어서 내가 경험했었던 재밌는 에피소드란 에피소드는 모두 우겨서 집어넣었다.
각각 한 장면씩 보면 재밌는데 다 쓰고 읽어보니 뭐가 앞뒤가 하나도 개연성이 안 맞는 느낌이라 찝찝했는데 이제야 이유를 알 것 같다. 마치 눈, 코, 입 따로 보면 예쁜데 얼굴 전체로는 조화가 안 되는 느낌이랄까? 내 대본이 그랬다.. 가지고 있는 에피소드나 아이디어가 많아도 적재적소에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2. 주제를 쓰는 형식.
A=B다. + 작가적 시점을 넣을 것
EX) 이 세상엔 누군가 만들어 놓은 인생 스케줄이 있다. 그러나 이제 모두 새로운 자신만의 인생 스케줄을 만들고 싶어 한다.
어떤 특정한 사실 한 문장과 함께 상반되는 작가적 시점을 넣어 주제를 한 문장으로 완성시킨다.
3. 완벽한 주인공을 만들지 말자.
주인공은 결핍이나 결손 환경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사실 이 대목이 가장 맘에 들지 않았다.
"왜 항상 여주인공이나 남자 주인공은 결핍이 있고 슬픔이 있어야 하지? 건강하고 멀쩡한 주인공들을 쓰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완벽한 상태에서 결론에 도달할 때까지 성장과정이나 변화가 없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었다. 왜 그동안 드라마를 보면 항상 작가들이 주인공을 못난이로 설정해 놓고 시작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나는 그래서 내 생각을 조금 고쳐 먹어 2가지 다 써보기로 했다. 결손 환경과 결핍이 가득한 주인공도 써보고 완벽한 상태에서 출발하는 주인공도 써 볼 예정이다. (이미 다 그렇게 썼지만..)
결국엔 여러 가지로 방법으로 습작을 많이 해야 결손 환경이 가득하지도 완벽하지도 않은 적절한 시점에 주인공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4. 하위 단어 선택을 하자.
선생님은 "엄마" 하면 생각나는 단어를 써보라고 하셨다.
내가 쓴 단어들에는 하위 단어가 몇 개 정도가 포함되어있었지만 거의 대부분은 상위 카테고리인 사랑, 따뜻함, 밥, 희생 같은 단어였다.
하지만 반에서 가장 어린 연령층에 속하는 22살 친구에게 발표를 해보라고 하니 좀 더 구체적인 하위 단어로 숙주나물, 설화수 화장품, 촌스러운 머리핀 등등 구체적이고 상상이 가득한 단어를 사용했다.
충격적이었다.
아직도 젊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이렇게 영상적인 단어와는 멀찍이 떨어져 구태의연한 표현만을 쓰고 있는 내가.. 이제 앞으로 소설을 쓰든 극본을 쓰든 시각적이고 구체적인 단어 사용 모드로 태세 전환을 해야겠다.
5. 평가를 두려워하지 말자.
드라마 작가는 평생 욕먹는 직업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상처 받을 거면 이 직업을 해서는 안된다고 하셨다.
하지만 그 생각은 좀 잠시 접어두기도 했다.
데뷔 20년 차 연예인들도 여전히 악플을 보면 상처를 받는다.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대한 비판과 비평을 아예 상처 받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해서 저 고민을 지금부터는 하지 않을 예정이다.
작가로 데뷔나 하고 작품이나 쓰고 욕을 먹어보고 그때 가서 "상처 받지 말자... 상처 받지 말자.." 해도 늦지 않을 테니.. 지금은 내가 뭘 써도 아무도 비판하지 않는다. 아무도 읽지 않기 때문이다.
6. 남을 가르치려고 글을 쓰지 말자.
사실 내가 쓴 소설과 극본 (2편밖에 안된다) 모두 주인공은 나였고 내 신념이었고 내가 말하고자 내가 타인에게 교훈을 주고자 쓴 내용들이 너무 많았다. 해서 선생님이 이 얘기를 하셨을 때 뒷목이 당겨오면서 "내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왔다. 내가 뭐라고 맨날 "내 말이 맞아, 너희가 틀려" 이런 내재적인 교훈을 담은걸 글이라고 함부로 키보드를 두드렸는지 모르겠다.
물론 작가는 신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저런 말을 들었다고 당장 오늘부터 내 신념 바꿔. 이거는 아니다. 하지만 내가 모르고 안일했던 부분은 받아들이고 고치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늘부터의 글은 가르치려고 드는 글이 아닌 공감하고 이해하고 소통하고 타인들이 원하고 궁금해하는 글 쪽으로 걸음을 옮겨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