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11
일주일에 한 번씩 수업을 하니 매우 오랜만에 수업을 하는 기분이다.
1. “엄마”라는 소재로 콩트 쓰기.
첫 번째 시간에 선생님은 “엄마”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를 적어보라고 하셨고 나는 총 33개를 적었지만 모두 다 뻔한 상위 단어인 포근함, 사랑 등등이었다. 그 짧은 시간 안에 50개도 넘게 적는 동기들도 있었다, 대단하다.
키워드 작성 후 그 키워드에서 적당한 제목을 찾아서 짧은 콩트를 써보라고 하셨다.
내가 작성한 단어 중 제일 소재로 쓰기 좋았던 단어는 바로 “염소똥”이었다.
우리 엄마는 버블티를 매우 좋아하시는데 까맣고 동글동글한 타피오카를 염소똥이라고 부르시기 때문에 “엄마”를 떠올리면 염소똥이라는 단어가 늘 생각나기 때문이다.
그제서 제목을 <달콤한 염소똥>으로 지었다.
내용은 우리 제부가 우리 가족이 된 지 얼마 안 됐을 때쯤, 우리 엄마가 염소똥 먹고 싶다 = 버블티 먹고 싶다 라는 말을 못 알아들은 적이 있기 때문에 사위와 장모님의 에피소드로 콘셉트를 잡고 실제에 한 에피소드에 입각한 픽션을 써서 A4 한 장이 조금 넘는 분량의 글을 제출했다.
2. 칭찬도 받고, 피드백도 받았다.
그리고 오늘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31명의 글을 모두 읽어보시고 피드백을 주셨는데 대부분 문제점들이 인물 묘사가 너무 길다는 점이었다.
대부분 학생들이 A4 사이즈로 한두 장 정도의 글을 제출했는데 대부분 거의 한 장 가득히 인물에 대한 정보만 가득하다고 바로 사건이나 무언가 사로잡을 만한 내용이 도입부에 터져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제일 잘 쓴 글이 있고 그 외에 몇몇 글이 괜찮은데 1등과 2,3,4등은 갭 차이가 너무 크다고 하셨다.
라고 하고 1등은 아니지만 괜찮은 글을 쓴 사람 하시는데 내 이름이 흘러나왔다. 처음에 나는 내가 1등인 줄 알고 착각할 뻔했다.
내가 쓴 <달콤한 염소똥>에 대한 선생님의 피드백: 이야기가 매우 약하다. 하지만 대사가 명쾌하고 쾌활하다. 모든 장면들이 머리에 그려지며 등장인물들에 움직임이 하나씩 잘 보인다. 하지만 가볍고 깊이가 없다. 뭔가 말미에 묵직한 여운이 남는 한방이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운 피드백이다. 왜냐면 너무나도 정확하기 때문이다. 내가 좀 심각하거나 불안한 가정사, 결손 이런 것에 약하다. 재수 없게 말하면 크게 아픔이나 고통 없이 자라왔고 늘 웃고 밝게 살아서 드라마에서 나오는 심각한 아픔이나 어려운 가정사 쪽으로는 데이터가 많이 없다.. 그래서 내 글은 항상 유머와 농담을 추구하고 등장인물들이 밝고 쾌활하다. 근데 그게 다다. 그거 하나로 16부 같은 미니시리즈 내내 끌고 갈 수는 없는 일 아닌가. ㅎ
그리고 선생님은 내가 10문 10 답에 냈던 답변도 꽤나 재밌으셨나 보다. 사실 나는 그걸 작성할 때 선생님이 재밌게 생각하실 거라고 전혀 생각 못했다.
그냥 내가 생각하는 대로 쓴 건데 빵 터지셨다고 해서 놀랐다.
Q. 당신은 건강하고 부지런하며 독한가?라는 선생님의 질문이 있었다.
나의 답변: 건강은 한데 부지런하고 독한 거에는 성수기와 비성수기가 있다.
사실 내가 다이어트를 할 때 진짜 부지런하고 독하다. 진짜 1년 내내 최소한만 먹고 운동은 미친 듯이 해서 15킬로씩 감량한 적도 있다.
그런데 만약에 의지나 목표가 없을 때는 다시 요요가 와서 찌기도 한다. 비단 다이어트뿐만이 아니라 여러 면에서 독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가 좀 극단적으로 나뉘기 때문에 저렇게 적은 것이었는데 ㅎㅎ 뭐 선생님이 한 번이라도 웃으시는데 도움이 됐다니 그걸로 만족한다.
그 외에 2명 정도 더 괜찮은 글이라고 칭찬을 받았고 나중에 최종적으로 제일 잘 쓴 글을 뽑아 주셨는데 한번 자세하게 읽어보고 싶다. 선생님만 가지고 계셔서 어떤 글인지 읽어보진 못했지만 뭔가 깊이가 있는 한방이 있던 글이 었나 보다.
3. 다 섞지 마라.
선생님이 하신 말씀 중에 드라마를 쓰다가 이거 저거 요거 저거 다 섞지 말라고 하신 말씀을 공책에 적어놨다. A와 B의 갈등! 딱 2 사람의 갈등과 목표 도전으로 전체를 끌고 가야 한다라는 말씀. 깊게 새겨야 할 말이다. 초짜인 나도 여러 가지 상황들과 여러 인물들을 이리저리 섞으면 멋있는 줄 알고 그렇게 쓰려고 머리를 굴렸던 것 같다. 명심하자. 다 때려 넣고 짬뽕시키지 마라.
4. 꽃말, 과일, 나무 등등 사물이 가진 각각 고유의 의미들을 찾아보고 공부하자.
좋은 소도구나 드라마 전체를 끌고 갈 수 있는 제목이나 타이틀이 될 수 있다. 이것도 정말 주옥같은 말씀인 것 같다.
작가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하고 클래식의 조우가 깊으며 많은 사물의 의미와 상징을 알아야 하는 것 같다.
Everything of Anything 어떤 것의 모든 것
Anything of Everything 모든 것의 어떤 것
말은 쉬워 보여도 저 두 가지를 해내는 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얇고 넓게 잡다한 많은 지식과 상식 자료가 필요한 일이다.
5. 드라마를 쓴다= 감정의 변화를 이끌어 간다.
KBS단막극 공모전에 입상한 작품을 같이 분석하면서 선생님은 등장인물들에 감정선에 대해서 언급을 많이 하셨다. 드라마를 쓴다는 것은 바로 그 인물의 감정의 변화를 이끌어 간다 라는 것이다.
내 인상 드라마 중에 하나인 “온에어”에서 작가로 나오는 송윤아가 그런 말을 한다. “여기선 이 감정선이 맞아요! 여기선 은형이 감정이 변화해야죠!” 등등! 새삼 그 대사가 이해가 되는 수업내용이었다.
첫 번째 수업이 끝나고는 사실 멘붕, 코마, 패닉 상태였다. 드라마를 쓴다는 것이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번째 수업이 끝나고 느낀 점은 여전히 드라마를 쓰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무언가 한 개씩 배워간다는 건 참 감사하고 짜릿한 일이구나 라는 것이다.
내일은 한 걸음 더 깊이 있는 작가가 되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