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글빙글 돌아가는 지구 위에서
무슨 일이, 왜 나를 기다리는가.
수많은 의견과 사실이 있지만,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모가 난 채로, 너무 모가 난 채로 생각한다.
생각하는 것과 생각되는 것은 다르다.
가끔은 내 글이 낯설다. 적으며 의아하고, 읽으며 다시 의아하다.
예의가 없다.
공자의 시대, 애초에 온 적 없는 그 시대가 저물었다.
매 순간이 새 시대다.
확신은 없다. 확신이 없으니 몸을 기대지 못한다.
발을 디디다 끝모를 심연에 빠질까 두렵다.
나는 안다. 그 공포를
시간이 많고, 지킬 것이 없는 이들.
대개 어리다. 그래서 공포를 모른다.
겪어보았기에 아는 것이다. 특별히 똑똑해서가 아니다.
그래도 매일 쓴다.
매일 쓴다는 건 쉽지 않다. 굳은살이 박이지 않는다.
모르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모르는 걸 원한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말이 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낼 수 없다.
모든 게 빙글빙글 돈다.
멈추려 해도 돌고, 내맡겨도 돈다.
색도, 형도 둥글어진다.
구분이 어렵다.
너와 나 사이의 선도 흐려진다.
선이 없다는 건 허망한 일이다.
허망하다는 건 무엇인가.
무슨 일인가.
외롭다.
지구 위에 산다는 건 중력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일이다.
버티면, 살아내면 계속 둥글어진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둥글어진다는 건, 중력에 깎이는 것이다.
아무도 이 사실을 말해주지 않는다.
차라리 누가 알려줬다면.
모남이 사라지는 건 지구 탓이라고.
지구가 둥글고, 쉼 없이 돌아서.
우리는 모든 방향에서 중심을 향해 추락한다고
그래서 둥글어질 수밖에 없다고.
아무도 그걸 말해주지 않아서 외롭다.
어른이 된다는 건,
어디에도 흡수되지 않고,
자기만의 중력을 가지는 일일지 모른다.
가족, 자존심, 누구에게도 침탈당할 수 없는 것들을
스스로 안아 상처 입는 삶.
그게 어른이라면, 나는 되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맘대로 되는 일도 아니다.
모든 것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는 수많은 타인들의 삶에 부딪히며 닳아간다.
닳아가는 것이 삶이다.
닳아가다가 둥글어진다.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며, 부딪히고 깎인다.
파편이 날린다.
체액이, 감정이, 내 것인 줄 알았던 것들이
의지와 무관하게 흘러나온다.
처음엔 안타깝지만, 익숙해지면 덤덤하다.
그게 삶인가.
아니다.
한 방울의 체액, 한 조각의 감정도 놓치지 않겠다.
놓칠 수 없다.
그렇게 살아야 한다면, 살아갈 이유가 없다.
그래서 싸운다.
전심전력으로 맞부딪친다.
부러지면, 그 또한 내 몫의 슬픔이요, 행복이다.
축이 필요하다.
축을 두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
디딘 땅이 패인다.
깊게, 더 깊게 꺾인다.
속이 상한다.
핵을 지키려 껍질을 덮었지만,
바깥을 챙기다 속이 썩는다.
이게 맞는가.
모르겠다.
인생은 처음이고, 이 순간도 처음이다.
비슷하게 살아남은 사람이 있을지 몰라도,
그와 나는 ‘전혀’ 다르다.
잊지 마라.
우주가 몇 회차인지, 다중우주인지,
영원회귀인지조차 알 수 없지만
그저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어떻게 아냐고?
매일 밤, 드러누워 눈 감고 생각한다.
반성하고, 일기를 쓴다.
복기한다.
그 안의 감정과 생각들을 감정 없이 바라본다.
잘 안 보이면 닦아낸다.
남은 것이 분홍빛 후회라면,
다시 닦고 마주보라.
그런 순간들을 줄여가라.
적어도 줄이려는 노력만은 하라.
답이 없는 삶에 어찌 정답이 있겠는가.
삶에도, 순간에도 정답은 없다.
그래서 또 살아진다.
어찌저찌 살아지는 삶은,
그 자체로 소중하고 고귀하다.
그 소중함을 잊고,
겉모습에 끌려 속을 가린다.
안이 썩었는지는 열어보거나,
부대껴보아야 안다.
다들 그렇게 산다.
맛있는 것을 먹으며,
술과 담배와 햄버거에 새로 만든 독을 묻혀 자살한다.
알면서도 존엄할 수 없고,
모르면서도 존엄할 수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알고서 거부하며,
모르는 것을 거부하지만
존엄할 수 없는 삶.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생각이 정리되지 않으니
산책이 멈추고,
생각의 저작도 멈춘다.
곰곰 씹어 더 좋은 문장을 뿌리고 싶지만
그건 사치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어떻게 하겠는가.
기승전결 없는 글에서
요점만, 장점만 뽑아 읽을 독자에게 바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