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어떻게 다른지 말해보자

by 화혜

"똑같애. 똑같애."


아이들이 발달하면서 꼭 하는 놀이가 있다.

바로 똑같은 걸 찾는 놀이다.


'똑같애'라는 말을 아직 정확히 발음하기도 어려운 나이부터

같은 것끼리 모으는 건 기가 막히게 잘하고,

서로 다른 것은 기가 막히게 잘 골라낸다.


아마도 서로 같고 다름을 찾는 것은 본능인 것 같다.


다만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약간 다른 문제다.


"이거랑 이건 어떻게 다르지?"


"너무 달라요."


언어치료에서 사물 간 차이점을 말하는 과제를 할 때마다 흔히 마주하는 상황이다.

그러면 손가락으로 다른 곳을 짚어서 힌트를 주면서 다시 묻는다.


"자 여기 봐. 이거랑 이건 달라. 어떻게 다르지?"


"......많이 달라요."


똑같은 것은 쉽다. 하지만 다른 것은 보다 어렵다.

다르긴 다른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하기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일본과 한국, 중국은 지리적으로는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지만,

심리적으로는 가장 거리감이 먼 관계이기도 하다.


서로를 향한 부정적 감정은 오랜 세월 뿌리 깊게 지속되어 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세 국가의 사람들은 겉모습만 보면 국적이 구별이 안 갈 정도로 비슷하다.

아마 서양인의 눈에는 셋 다 똑같은 인종처럼 보일 것이다.


사실 평소에는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것처럼 갈등과 혐오를 반복하지만,

월드컵 같은 국가 간 경기에서 아시아 국가가 이기면 의외로 괜히 기분이 좋다.


예컨대 경기 출전국이 브라질 같은 먼 나라일 때는

무심코 '같은' 아시아 국가를 응원하게 되는 심리다.


그 순간만큼은 ‘한국인’보다 ‘아시아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채택된 것이다.


결국 ‘다르다’는 인식은 얼마나 자의적인 기준인가.

다름은 언제나 상대적인 개념이다.

비교의 축이 어디에 놓이느냐에 따라 언제든 ‘우리’가 되었다가 ‘타인’이 된다.


누가 정한 선인지도 모를 경계 위에서, 인류는 끝없는 구별 짓기를 반복해왔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아주 작은 차이도 증폭되지만,

멀리 떨어져서 볼수록 차이는 흐려지고 공통점이 발견된다.


만약 외계인이 나타난다면 우리는 순식간에 같은 편을 먹고 친구가 될 것이다.

우리는 '지구인'이니까.


'외계인'이라는 완전히 이질적인 존재에 비하면 서로 다른 국가 간 차이는 실상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땐 아마 '한국인', '아시아인'을 넘어, '지구인'이라는 더 큰 이름으로 서로를 포용하게 되겠지.


국가를 기준으로 서로 다른 집단으로 구별 짓고 끝없이 비난하지만서도

우리도, 그들도, 결국 속은 다 비슷하다.


우리는 모두 인간이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은 있는 그대로 수용되고 싶어 한다.

'그냥 나'라는 한 사람으로서

'그냥 너'라는 한 사람과 함께 행복하고 싶을 뿐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다름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공통점을 인식하는 일이다.


비록 전통과 문화, 생활양식은 다르지만

우리 모두는 비슷한 삶을 살고,

비슷한 아픔과 기쁨을 겪으며,

비슷한 가치를 공유한다.


날선 태도 뒤에는 언제나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숨어 있다.

비난하는 얼굴 속에도 이해받고 싶은 연약함이 있는 것이다.


결국 ‘다름’을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같음’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이제부턴 우리가 얼마나 다른지 토로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쉬운,

우리가 얼마나 닮았는지에 대해 말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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