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를 다스리는 법

반짝이는 너와 초라한 나의 순간

by 화혜

언어치료에서 한 아이가 질투의 감정을 털어놨다.


사회성 대화 주고받기 연습을 위해

이야기 대본을 쓰는 활동 중이었다.


앞서 아이는 친구를 은따시키고

좋아하는 남자까지 뺏는 악역을 맡아 대본을 쓰고 있었다.

그 빌런이 친구를 은따시키는 이유는

바로 질투가 나기 때문이라고 했었다.


막장 스토리 대본을 마무리 한 후

은따시키는 행동을 하면 안 되는 이유와 함께

질투의 감정이 들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지도했다.


이 아이가 질투가 날 때 해소법은 이러했다.


첫째, 다이소에 가서 폭풍 쇼핑하기
둘째, 노래방 가서 소리 지르기


충분히 기분이 전환되는 스트레스 해소법이지만,

질투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아니었다.

그래서 AI를 활용해 질투 해소법을 찾아보았다.


AI는 이런저런 방법들을 다양하게 알려주었다.

그러나 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AI야. 너는 너무 인간미가 없어. 하나도 와닿지가 않아."


나는 AI가 알려준 방법 중 하나를 응용하여

새로운 질투 해소법을 제안했다.


친구의 장점에 관심을 두는 대신
나의 장점에 초점을 집중하기


최선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이에게 질문했다.


"너의 장점은 뭐야?"


긴 침묵 끝에 대답이 돌아왔다.


"......몰라요."


아이는 자신의 장점을 말하지 못했다.


"AI한테 물어봐요."

"내 장점이 뭔지를 어떻게 AI한테 물어봐. 장점 많은데 3개만 말해봐."


스스로 자기 장점을 말하는 게 부끄러운 걸까?

아이에게 이 질문을 조금 편안하게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아무거나 말해도 돼. 어떤 친구는 자기 장점이 '잘생김'이래."

"잘생김이라고 했다고요? 진짜 잘생겼어요?"


어이없어 웃는 아이의 표정을 보니 약간은 기분이 풀린 듯 했다.


“너도 예쁘잖아.”

“저는 안 예쁜데요. 하나도 안 예뻐요. 우리 반에 예쁜 애들 있어요.“


"선생님이 볼 땐 예쁜데. 그리고 다른 장점도 많은데?"

"제 장점이 많다고요? 뭐에요? 알려주세요."

"첫째, 상상력이 풍부하다. 둘째, 실수하면 바로 사과한다. 나머지 하나는 네가 스스로 찾아써봐."


아이는 애써 나의 시선을 모른 체 하며 잠시 망설이더니

구석으로 종이를 가져가서 말없이 무언가 썼다.


그림을 잘 그림

"맞아. 그림을 잘 그렸지! 선생님이 깜박했네."

"제가 진짜 웃긴 거 보여드릴까요?"


아이는 갑자기 까만 펜으로 죽죽 선을 긋기 시작했다.


이게 뭐지...?


전혀 형태를 알 수 없었다.


이후 아이는 종이를 뒤집어 한 여자 아이의 얼굴을 그렸다.

그 아이는 까만 긴 생머리를 하고 있었다.


아이가 종이를 반으로 접었다.


"쌤, 이거 보세요."


종이를 빠르게 접었다 폈다 하니 나타난 건,

세상에,

헤드뱅잉하는 소녀였다.


우리 둘은 빵터졌고,

아이는 한결 가벼운 표정으로 언어치료실 문을 나섰다.


수업이 조금 늦게 끝나서 기다리시던 어머님께

아이가 마지막에 그림을 그려줘서 늦어졌다 말씀드렸다.


아이는 엄마 앞에서 직접 자기 머리를 흔들어 헤드뱅잉을 보여줬다.

나는 웃으며 아이에게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였다.




오늘 AI가 질투 해소법을 알려주며

마지막에 덧붙인 말을 정리해서 옮겨본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빛이 있어.


나보다 다른 사람이 더 빛나 보인다면,

그건 그 사람이 지금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때인 거야.


하지만 네게도 너만의 빛이 있다.


스포트라이트는 돌아와.

너의 때가 오면 누구보다 더 밝게 빛나면 돼.


그때가 오기까지

다른 사람 말고 너에게 초점을 맞추고

밝음보다는 깊음을 키우는 데 집중하자.



질투의 감정으로 은따를 시키는 행동은 죄악이다.


나는 아이의 이야기에 조연으로 참여해 이런 대본을 썼다.

내 역할은 악역의 친구로서 함께 은따를 시키던 아이.

하지만 빌런의 행태가 선을 넘자 등을 돌리고

은따 당하던 주인공에게 사실을 털어놓고 모두에게 진실을 알렸다.


이 내용을 통해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던 건,

사람들이 내 속뜻을 모르는 것 같아도 사실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쁜 행동을 하면 반드시 그 죄가 돌아온다고 가르쳤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항상 듣던

도덕책스러운 가르침이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AI와 함께

나아가 하나를 더 배웠다.


죄도 돌아오지만,

빛도 돌아온다.


아이는 스스로 예쁘지 않고 장점이 없다 말하지만

그림은 잘 그리고 창의적이다.


“예쁜 아이가 빛나는 때에 네 안의 빛을 꺼뜨리지 말고

너의 빛인 그림 그리기에 충실하면

그림 잘 그리는 네가 빛날 때가 온다. “


살면서 비교와 질투는 피할 수 없는 현혹이지만,

죄가 돌아옴을 기억하면 악한 행동을 참을 수 있고,

빛이 돌아옴을 믿으면 경쟁보다 성장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반짝이는 타인과 초라한 나의 순간을 보지 말자.


타인의 빛나는 시간에 우리가 봐야할 건

숨겨져 있는 나만의 빛나는 보석과

나의 빛나는 시점으로 가기 전 남아 있는 시간이다.


이 시간을 타인의 빛남을 질투하는 데 쓰는 대신

나의 빛남을 가꾸는 데 투자하자.


언젠가 올 나의 가장 찬란한 순간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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