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믿는 만큼 성장한다
걱정이 매일매일 더해질 줄 알았다. 등굣길에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제 자리에 멈춰 섰다. 큰 보조가방에 농구공을 넣은 채 아이는 천천히 현관문을 빠져나간다. 하긴 어제저녁 열심히 농구공에 펌프질을 하더니만.
세상에는 두 가지 유형의 부모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일상을 불안해하며 세세하게 챙기는 부모와, 다소 무심하게 지켜보는 부모. 나는 어떤 부모일까. 스스로에게 답할 수 없었다.
"앞뒤옆에 앉은 애들이랑 친해졌어."
아이가 삼일째 되던 날 늦은 저녁 식탁에서 무심코 던진 말이었다. 나는 "그래"하고 반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심한 척했지만 가슴 한편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점심시간에 농구한다고 내가 먼저 제안했어."
아이의 목소리에는 설렘과 기쁨이 묻어 있었다. 잘하지 못해도 먼저 제안한 용기. 내가 가르쳐주지 않았던 무언가를 아이는 이미 알고 있었다.
고등학교 학부모 단톡방에서는 여전히 걱정과 조언이 오갔다. 그래서 예전 세바시 강연 내용을 공유했다. "부모는 아이에게 자신의 못다 한 꿈을 기대하지만 아이는 언제나 부모의 등을 보며 큰다." 쓸데없이 마음에 박히는 문장이었다.
창밖으로 저녁이 내려앉았다. "다녀왔습니다." 씩씩한 목소리와 함께 아이가 들어온다. 힘들지만 할만하단 이야기가 대견하게 느껴진다.
야식을 먹고 들어 간 아이방을 살짝 젖혔다. 숨기듯 바라봤다. 서툴지만 진지하게 책상에 앉은 아이의 모습. 내 걱정이 얼마나 쓸데없는 것이었는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진짜 성장은 이런 것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 시간, 누구의 칭찬도 기대하지 않는 순간들의 축적. 이 학교에 보낸 결정이 옳았는지 여전히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오늘은 아이를 믿기로 했다.
이제는 걱정을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아이들은 평생 친구를 만들고, 우리는 조금씩 놓아주는 법을 배우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