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의 의미

어른이 되고 싶은 사람에게 건네는 따뜻한 이야기, 김소영 '어떤 어른'

by Via Nova

김소영 작가의 책을 처음 만난 것은 몇 년 전이었다.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으며 내가 가지고 있던 어린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는지 깨달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의 놀라움과 반성이 아직도 생생해서 이번 『어떤 어른』을 펼치는 마음에는 기대와 설렘이 함께 있었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로 내 마음에 울림을 줄까. 책을 다 읽고 나니 표지와 제목이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이동진의 빨간책방'이라는 북팟캐스트에서는 김중혁 작가가 이야기를 시작할 때 표지평부터 하곤 했다. 그때부터 책을 읽을 때 표지와 책날개 등을 유심히 보는 습관이 생겼다. '어떤 어른'. 점선으로 표현된 '어떤'이라는 글자. 아이와 작가로 추정되는 어른과 사이에 있는 제목. 단정적이지 않은 이 표현에는 작가의 겸손함과 동시에 어른됨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 있다. 우리는 모두 어른이지만, '어떤' 어른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를 달고 살아간다. 김소영 작가는 이 책에서 그 물음표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묻는다. 1부 어린이, 2부 청소년, 3부 어른에 이르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라 우리를 성장의 궤적으로 안내한다.



"어린이는 냉정하다. 재미없으면 읽지 않는다." 13년간 어린이책 편집자로 일한 작가가 유튜브채널 대담에서 한 이 말은 책 전체의 방향을 설명한다. 이 한 문장에는 아이들과 함께한 긴 시간의 무게가 담겨 있다. 리트머스지처럼 투명한 어린이의 마음이랄까. 아이들은 정말 냉정하다. 어른들의 착각과 달리, 그들은 가장 정직한 존재다. 재미없으면 읽지 않고, 진심이 아니면 알아본다. 그 앞에서 어른은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때로는 배우기도 한다. 독서교실에서 만난 윤서라는 아이와의 첫 상담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10초가 얼마나 긴 시간인지, 나는 윤서 덕분에 알게 되었다." 열한 살 어린이와 단둘이 마주 앉은 교실에서 대화가 뚝 끊어진 10초. 그 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졌을까. 하지만 작가는 그 침묵을 견뎌내면서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어린이에게는 어린이만의 속도가 있다는 것을. "나는 못 하는 게 아니라 시간이 더 걸리는 것뿐이다"라고 말한 한 아이의 말처럼, 우리는 얼마나 자주 누군가에게 빨리빨리를 재촉하며 살아왔던가. 문득 최근 본 유튜브에서 핀란드에서는 대화 간 정적에 대한 존중이 있다는 내용이 생각났다. 침묵을 견디는 것, 그것도 하나의 대화법이라는 깨달음이다.


이런 깨달음들이 쌓여서 작가는 점점 더 나은 어른이 되어간다. 아이들을 통해 어른이 배우는 역설적인 상황이 따뜻하게 그려진다. "어린이한테는 '무심히'하면 안 된다고. '별 뜻 없이'하면 안 된다고"라는 깨달음에서 시작해, 어린이를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마음까지, 작가의 성장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중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도 섬세하다. 교복을 보고 중학교 1학년을 구분하는 작가의 예리함에 놀란다. "잘하라는 말보다, 잘하지 못해도 괜찮다는 말을 더 많이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진정한 교육자의 모습을 본다. 원고지 쓰기를 가르치는 장면에서는 작가만의 유쾌한 교육법이 돋보인다. 처음에는 띄어쓰기를 금지하고, 나중에 아이들이 "제발 띄어쓰기를 하게 해 달라"라고 애원하게 만드는 방식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교육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억지로 가르치지 않고 스스로 깨닫게 하는 지혜다. 나 또한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그랬다. 지도교수님은 정답을 말해주지 않았고 계속된 질문만 던질 뿐이었다. 마치 김소영 작가의 방식과도 같았다. "나는 시를 좋아한다"라고 고백하는 작가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시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맹세코 부끄럽지 않다. 그걸 말하기가 쑥스러울 뿐이다"라는 문장에서는 문학을 사랑하는 한 사람의 솔직한 마음이 느껴진다. 이런 소소한 고백들이 작가를 더욱 친근하게 만든다. 조금은 쑥스럽고 부족하지만 나도 언젠가는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은 마음으로 내 핸드폰 이름을 '신작가'라고 저장해 놨다. 지난번 교회에서 블루투스로 악보를 전달할 때 "신작가님 잘 받았습니다."라며 인사를 건네던 익살스러운 상황이 떠오른다. 나도 문장을 사랑하고 즐기고 싶은 희망이 있다. 이렇듯 완벽한 어른이 아니라 여전히 쑥스러워하고, 망설이는 평범한 모습 또한 어른이 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3부에 이르면 작가 자신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무력감이 거의 권태가 될 때, 변하지 않는 세상이 걱정스러울 때, 흔적 없이 사라진 거대한 동상과 사람들을 떠올린다"는 문장에서는 중년에 접어든 한 어른의 실존적 고민이 담겨있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무력감에 굴복하지 않는다. "혹시 내 삶에 의미라는 게 있다면, 수많은 사람의 하나로 살아가는 것 자체에 있는지 모른다. 그러니 일단은 존재하는 게 내 의무다"라며 존재 자체의 의미를 긍정한다. 돋보이거나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은 일말의 안도감을 준다. 여름날의 소소한 풍경을 그리는 부분은 특히 아름답다. "비 오는 여름날 한낮에 방바닥을 깨끗이 닦은 다음 드러눕는다. 청소를 했기 때문에 나는 떳떳하다. 빗소리를 배경으로 고전명창의 판소리 <춘향가>를 듣는다"는 장면에서는 작가만의 여유로운 삶의 태도가 엿보인다. 이런 일상의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글 전체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는다. "마음이 자란다는 것은 전 단계의 마음을 버리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동심원을 그리는 것이다. 어린이의 마음을 가장 안쪽에 두고, 차차 큰 원을 그려가는 것"이라는 문장은 이 책의 백미 중 하나다. 이 비유는 성장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이전의 마음을 버려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품은 채로 더 큰 마음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어린이의 마음'이라는 말뜻 그대로라면 동심은 결코 나약하지 않다"는 말처럼, 어린이의 마음은 끈질기고 강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완성이 아니라 과정이다. 작가 역시 "내가 어릴 때 필요했던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 있는 사람이다. "기다려 주는 어른,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어른"처럼 완벽한 어른이 아니라 계속 성장하려는 어른. 그래서 더욱 진실하게 느껴진다. 책 뒤표지에 있는 "어린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고 어른은 자라서 더 나은 어른이 된다"는 말과도 통한다. 책 내용의 가장 앞장에서 우리를 만나는 작가의 말에도 드러난다. “캄캄해도 눈을 감지 않는 사람, 맨 앞에서 맨뒤에서 걸어가는 사람, 어린이를 보면서 더 좋은 어른이 되려고 애쓰는 사람. 용감하고 다정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이 책을 썼습니다.” 작가의 바람은 나에게까지 닿았던 것 같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작가는 "친절한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날마다 보는 험악한 뉴스만큼, 험악한 뉴스에 무감해지는 나 자신에게 겁이 난다"며 그럴 때일수록 친절해지기로 마음을 다진다고 한다. "친절을 주려면 상황 파악도 잘해야 되고, 용기도 내야 한다"는 말에서는 친절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의지적인 행동임을 알 수 있다. "마지막까지 가지고 있는 게 '친절함'이라면 나는 그에 걸맞은 판단력도, 용기도 갖고 있을 테니까"라는 문장에서는 어른의 덕목에 대한 작가의 깊은 성찰이 엿보인다.

"이제 내 꿈은 수박 한 통을 해치우는 할머니가 되는 것이다"라는 작가의 말에서 웃음이 터졌다. 얼마나 구체적이고 사랑스러운 꿈인가. "저녁에 아파트 벤치에 앉아 산책 나온 동네 강아지들의 인사를 받는 할머니도 되고 싶다. 도서관에 '큰 글자도서'를 제일 많이 신청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소망에서는 작가의 여유로운 노년관이 엿보인다. 이런 꿈들이 아름다운 이유는 거창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이가 드는 건 좋은데 노인이 되는 건 두렵다"는 작가의 고백에 격하게 공감하게 되는 나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도 좋아하는 책을 계속 읽고 싶다는 마음에 장보기에서 항상 파프리카를 챙기곤 한다. "어린이는 어른의 거울이라고 하는 것이다"라며, 작가는 어린이들을 통해 자신을 돌아본다. 아이들의 순수한 질문 앞에서 어른은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배우기도 한다. "세상의 어떤 부분이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을 때, 변화를 위해 싸울수록 오히려 더 나빠지는 것만 같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종종 '미래에서 누군가가 와서 지금 잘하고 있는 거라고, 미래에는 나아진다고 말해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런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 미래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 어린이다"라는 깨달음이 특히 인상적이다. 어린이는 미래라는 이미 진부한 표현을 넘어 미래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는 말은 어른의 역할에 따른 어린이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며 계속 떠오른 질문이 있다. "나는 어떤 어른인가? 그리고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가?" 김소영 작가는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경험과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독자도 함께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작가가 보여주는 어른의 모습은 완벽하지 않다. 때로는 무력감에 빠지기도 하고, 어린이들에게 화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면서도 더 나은 어른이 되려고 노력한다. 김소영 작가는 편집자 생활을 거쳐 다년간 어린이와 함께한 생활을 통해 일상의 철학자가 되신 듯하다.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평범한 하루하루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독서교실에서 나의 하루는 칠판에 날짜를 적는 것으로 시작한다"는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아이들의 작은 말 한마디까지, 모든 것이 성찰의 재료가 된다. 이런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일상이 더 풍성해진다.


이 책의 가장 큰 메시지는 성장은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배움이 끝나는 것이 아니고, 어른이 된다고 해서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언제까지나 다정하고 용감한 어른이 되고 싶다. 그게 나의 장래희망이다"라는 작가의 마지막 다짐에서는 이런 의지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장래희망이 다정하고 용감한 어른이 되는 어른. 얼마나 아름다운 표현인가.


『어떤 어른』은 잘 읽히고 즐겁다. 어린이 독자까지 염두에 둔 작가의 글솜씨 덕분이다. 다 읽고 나니 마음도 따뜻해진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를 받으며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도 절로 든다. 김소영 작가가 보여준 어른의 모습은 거창하지 않지만 진실하다.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이끄는 이야기는 설득력이 있다. 어린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일상의 작은 순간들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작가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무엇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완성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깨달음이 소중하다. 나도 이제 김소영 작가처럼 "어떤 어른"이 되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완벽하지 않지만 매일 조금씩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어른. 어린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려 하고, 그들에게서 배우려는 어른. 그리고 언제까지나 다정하고 용감한 어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어른 말이다. 아마도 이런 어른이 늘어나길 바라며 주제도서를 정한 담당자도 같은 마음이 아닐까.


*이 글은 화성시립도서관 독서감상문 응모를 위해 작성한 글입니다.